보통 ‘무협’이라고 하면 그 배경은 중국인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리고 이를 한국적으로 풀어내면 이를 우린 ‘사극’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둘은 묘하게 매력이 다르다. 단순히 배경만 달라져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실존 역사를 어느 정도 이용한다는 점이 좀 더 친숙함을 갖게 만든다. <체탐자>는 우리에게 익숙한 조선시대, 그중에서 세종대왕의 집권 시절을 배경으로 한다. 특히 ‘체탐자’는 실제로 존재했던 조선의 특수부대를 일컫는 말이기도 한데, 여기에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진 게 바로 이 작품이다.
| 반전의 반전을 보여주는 1화
많은 작품이 1화에 공을 들인다. 첫인상은 제목과 표지겠지만, 결국에 판단은 1화를 보고 나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길게 봐주면 3화까지도 봐주지만, 요즘같이 짧은 판단이 이루어지는 시대라면 3화도 길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의 1화는 공을 많이 들인 티가 난다. 단순히 작화를 얘기하는 게 아니라 이야기적인 연출에 있어서다. 우선, 이 작품은 ‘귀영’, 귀신의 그림자라 하여 오랑캐를 죽이며 돌아다니는 이가 누군지 화두를 던지면서 시작된다. 작품 속 ‘귀영’은 많은 이들이 찾고 싶은 존재다. 오랑캐들은 자신들을 죽이는 존재를 없애기 위해, 그리고 세종은 자신이 만들 특수부대에 ‘귀영’이 필요하기에. 하지만 이를 추리하게끔 이야기를 구성하지 않는다. 다만, 전형적인 서사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처럼 만들고, 알고 보니 나름의 반전을 주기 위한 구성이었다는 사실을 1화 전체를 보게 되면 깨닫게 만든다. 이는 확실하게 작품을 각인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그렇기에 1화를 전부 다 보고 나면, 다시 위에서부터 한 번 보게 되는 재미가 있다. 웹툰의 특성상 꼼꼼히 보다, 훑어보는 느낌이 강하지만, 이 작품은 한 번 더 보면서 놓쳤던 복선을 보는 재미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한 것이 1화의 구성적인 묘미로 보인다.
| 전형적이지만 재밌는 성장 서사
1화, 그리고 2화까지 나름의 반전 요소를 넣어둔 뒤, 작품의 흥미를 끄는 것은 주인공의 성장 서사다. 초반부 묘사된 ‘귀영’에 대한 부분만 보자면 마치 완성형인 캐릭터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주인공은 아직 성장할 여지가 많은 남은 캐릭터란 사실이 밝혀진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아는 소년 만화의 정석처럼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배움의 길을 가게 된다. 주인공의 목적은 단순하다. 복수. 오랑캐로부터 가족을 잃었기에 절대적으로 오랑캐를 많이 죽일 수 있는 길을 가고자 한다. 그리고 그걸 위해 ‘체탐자’가 되려 하는 것이다. 그걸 위해 나름 직접적으로 가족을 죽인 원수가 설정되어 있고, 그 존재가 나름 높은 직위로 되어 있다. 이야기 특성상 그가 주인공의 최종 목표가 될지 중간 목표가 될지는 현재 나온 화수로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명확한 목표를 부여함으로써 주인공에게 몰입할 수 있는 계기를 분명하게 했다는 점이다. 여기에 주인공 ‘귀영’에겐 그 복수심이 일종의 딜레마로 작용하기도 한다. 너무 강한 복수심은 결과적으로 명령에 따라야 하는 집단의 특성상 주인공이 강한 무력을 지녔지만 통제하기 힘들다는 단점을 안게 만든 것이다. 이러한 갈등 요소는 좀 더 다채로운 이야기 구성을 가능하게 만든다. 앞으로의 주인공 성장이 더 기대되는 것이다. 단순히 외적으로 강해지는 게 아닌 내적인 성장까지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