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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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비지타임>과 코어팬덤문화 간 상호작용

팬덤의 특성을 더욱 연구하여 그 건강한 발전의 방향성을 도모하여야 할 것이다

2024-04-05 손유진


웹툰은 한국 만화산업에서 대중성을 만족시키며 대표적인 만화 장르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한 만큼 기존에 ‘아니메’ 팬덤 또한 웹툰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추세이다. 웹툰의 영역이 다양하게 확장되면서 청소년 스포츠 장르 등 일본의 출판 만화에서 인기를 끌던 장르에 진입하고, 이로 인해 아니메 팬덤이 웹툰 내부로 포섭되는 효과가 생겨나게 되었다. 특히 2023년 초반 <슬램덩크>의 극장판이 인기를 끌면서 같은 농구 만화인 <가비지타임> 또한 그 인지도가 급격히 상승하였는데, 이는 일본식 출판 만화와 한국 웹툰의 거리감이 줄어들고 있다는 지표로도 볼 수 있다. 충성도가 높은 아니메 팬덤이 웹툰계로 흡수되면서 팬덤 특유의 행동 양식 또한 이식되었는데, 이는 능동적이고 열성적인 수용방식으로 대표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고무적이라 평가할 수 있다. 왜냐하면 팬덤 특유의 능동적 소비방식이 작품에 활력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대중적 인지도는 업계를 유지하게 만드는 최소 조건이나, 코어 팬덤의 존재는 시장을 더욱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어준다. 코어 팬덤의 소비력이 작품에 깊이 관여하면서 작품의 연장과 확장에 기여하게 된다. 따라서 코어 팬덤의 성장은 웹툰 시장을 장기화하는데 핵심적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코어 팬덤의 행동 양상과 그 특성을 살펴보며 팬덤이 어떻게 작품 향상에 긍정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지 연구하여야 할 것이다.

코어 팬덤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특징은 무엇보다도 높은 구매력으로 볼 수 있다. 코어 팬덤은 한 작품에 대한 열성적인 애정과 지지를 보내는 데에 아낌이 없다. 그들은 등장인물을 ‘최애’ 삼아 열성적으로 반응하며 이를 증명하듯 여러 방식으로 작품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다. 이러한 표현방식은 특정한 형식들로 자리잡고 있다. 이를 대표하는 세가지는 바로 광고판, 굿즈, ‘연성’이라 할 수 있다. 광고판 문화는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 캐릭터의 생일을 축하하는 기념 배너를 올리며 팬덤의 결속력을 다지게끔 만든다. 광고판 문화는 케이팝 아이돌 멤버의 생일을 기념하며 생겨났는데, 이러한 관습이 확장되어 만화 팬덤에도 적용이 된 것이다. 팬들이 직접 그린 일러스트를 사용하여 캐릭터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어 올리는 것이 그 형식으로 해당 팬들은 광고가 걸린 장소에 방문하여 인증 사진을 찍거나 하며 문화를 향유한다. 이를 통해 팬덤이 유대를 형성하고 작품에 대한 애정이 장기적으로 유지되며 동시에 외부인들에 대한 홍보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슬램덩크> 또한 지금까지도 광고판에 자주 등장하는 작품인데, 대중적으로도 인기있는 작품인 만큼 다시 모습을 비추는 추억 속 캐릭터들을 보며 팬덤의 외부인들 또한 작품을 다시 찾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이렇듯 작품을 외부에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면서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 광고판 문화는 코어 팬덤이 작품을 지지하기 위하여 어떠한 방식을 택하는지 알려주는 좋은 예시이다.

그 다음으로는 굿즈 문화를 언급할 수 있다. 공식 판매되는 굿즈 이외에도 팬들은 개인 단위로 굿즈를 만들어 공유하기도 한다. 그 종류 또한 매우 다양하여 스티커나 키링부터 캐릭터 쿠션 같은 이색 소품 또한 존재한다. 캐릭터 상품 시장을 방불케 하는 양질의 굿즈들은 캐릭터를 세련된 스타일로 각색하여 작품이 보여주는 모습과 또 다른 매력을 발굴하게 만든다. 또한 작품 외부로도 유익한 효과를 낳는데, 팬덤 굿즈를 제작하면서 얻게 된 기술을 통하여 아마추어 일러스트 작가들이 캐릭터 사업에 진입하게 되면서 시장을 질적으로 발전시키는데 기여하기도 한다. 작품의 상업적 요소를 극대화하고 또다른 상품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굿즈 문화는 팬덤의 생산성을 보여주는 요소로 여길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연성’ 문화가 있다. 연성이란 작품에 대한 2차적 창작 활동을 일컫는 단어이다. 2차 창작은 코어 팬덤에서 가장 활성화된 활동으로, 작품에 대한 개인의 견해를 만화나 소설로 표현하며 서로 공유하고 이를 통해 작품을 외부로 확장시키는 데 매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연성 문화는 팬덤의 핵심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팬덤을 유지시키는 구심점이 되고 있다. 어떤 팬들은 작품의 인기도를 올리기 위해 2차 창작을 할 정도로 연성 문화는 팬덤의 소통창구이자 총체적인 역할을 아우르는 만능 수단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코어 팬덤이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것은 연성 문화의 덕분이기도 하다. 상술하듯 팬덤에 유입을 끌어들이고 새로운 컨텐츠를 자가적으로 생산하면서 작품에서 비롯되는 하나의 생태계를 생산한다. 

연성을 통해 팬들은 작품의 주제의식을 강화하기도 하며 시대를 포함한 각종 배경에 따라 작품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표현하기도 한다. 이렇듯 다양하고 다원화된 창작 활동을 통해 원작은 그 맥락에 살을 붙이며 예술적 확장성을 확보한다. 또한 연성을 통하여 드러나는 팬들의 다양한 관점은 예술 향유자로서의 팬덤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해외의 팬덤 문화 또한 2차 창작에 적극적인 성향을 보이는데, 이미 기존 작품들은 팬덤이 부여한 설정 등을 적극 반영하여 후속작을 내기도 하는 등 2차 창작 문화가 매우 활성화되어 있기도 하다. 한국 창작계 또한 이러한 문화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더 좋은 창작의 토양을 마련할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코어 팬덤 문화는 만화계에 있어 어떠한 기대효과를 가져다주며, 그 우려점은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팬덤이 작품과 소통함으로써 발생하는 효용이 많지만 동시에 팬덤이 작품에 깊게 간섭하게 되면서 생겨나는 문제점들 또한 존재한다. 우리는 이를 탐색하며 팬덤과 작품 간의 이상적인 방향성을 도모할 것이다. 우선 기대 효과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수익성과 관계한다. 개인으로 활동하는 창작자는 작품 활동 단독으로는 크게 수익성을 기대할 수 없고, 부가 사업이나 매체화를 통해서 수입을 증진시킬 수 있다. 이때 팬덤이 그 스스로 규모를 키우고 소비력을 높이면서 작품의 인기를 가시화하는 일은 작가가 장기적으로 활동하는 데 도움을 주게 된다. 특히 팬덤이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면 작품의 수명 또한 연장되므로 연재가 종료되더라도 작품에 끊임없이 활력이 주입되며 시간과 무관하게 유효한 예술로서 존재할 수 있다.

또한 팬덤 문화는 만화계의 문화적 자산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특히 연성 문화는 예술적 영역의 연장선상에 서 있어서 원작과 팬덤이 창작 활동으로써 상호 작용하는 특수한 양상을 보여준다. 예술에서 또다른 예술을 창출해내는 고유의 문화는 팬덤 외부에서 찾기 힘든 모습으로, 서브컬처가 독자의 참여를 유도하고 이를 통하여 문화적 자산을 축적할 저력이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독자들이 그려내는 원작의 또다른 면모들은 생산적인 담론을 담고 있기도 하다. <가비지타임>이 청소년의 체육 입시를 주제로 하는 만큼 현실에서 체육계가 보여주는 명암과 맹목적인 입시 풍조, 그리고 청소년들이 공유하는 특유의 정서들을 고찰하는 2차 창작물이 다수 생겨나고 있다. 이는 사회적 기록으로서 연성이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만화라는 장르가 지속성을 얻을 수 있는 고유의 수단을 획득할 수 있게 된다. 공연 예술이 아티스트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유지되고 미술계가 AR 등 새로운 기술력을 통하여 관객을 유치하고자 한다면 만화계 또한 나름의 방식으로 독자의 규모를 늘려야 할 것이다. 그 전략으로서 팬덤의 성장은 매우 유리한 지점에 서있는데, 작품과 직접적으로 상호작용을 하고 팬들이 어느 부분에 있어 작품의 외부적 완성을 지원한다는 이유에서 그러하다. 창작을 소통의 매개로 하여 작품을 끝없이 연장시키는 팬덤의 활동은 다른 데서는 찾아보기 힘든 지속 방식이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만화계의 특수한 강점으로 자리잡게 한다면 예술 영역으로서 만화의 입지를 더욱 드넓힐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팬덤이 작품에 기여할 여지가 많다는 것은 한편으로 팬덤이 작품에 가지는 영향력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팬덤의 입김에 따라 작품의 흥망성쇠가 결정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많은 문제점을 일으켰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가 악플이다.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악플은 작품 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단순 모욕을 반복적으로 표출하여 그 스트레스로 인하여 작가들이 휴재를 하게 되는 경우부터, 스토리와 캐릭터에 대한 지적이 쏟아져 연재처 측에서 작가에게 작품의 방향성에 대해 압력을 주는 등 독자가 작가에게 있어 권력적 우위를 차지하려는 시도가 자주 보이고 있다. 작가가 자신의 주관에 따라 창작할 자유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독자들이 열성적인 소비를 보이는 만큼 독자들의 요구에 작가가 응하지 않으면 팬덤의 지지는 금세 작품에 대한 공격으로 돌변할 수 있다. 웹툰 팬덤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이는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가 되고 있다. 만약 독자와 팬덤으로부터 작가를 보호하지 못한다면 장르의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하게 될 것이다.

또한 굿즈 문화에도 문제점은 존재한다. 이는 ‘그레이존’의 문제라고도 불린다. 개인이 제작하는 굿즈의 수익은 원작자에게 가지 않고 온전히 개인에게 귀속된다. 기존의 상업적 작품을 수단으로 개인이 이익을 취하는 것은 법에 저촉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나, 서브컬처는 팬덤 활동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어느정도 이에 대하여 관대한 자세를 취하는데 이를 그레이존이라 부른다. 한편 이는 그 규모가 비교적 거대한 국가들의 이야기로, 아직 성장 단계에 머물고 있는 한국 웹툰 사업에서 팬들의 비공식적 상업 활동은 원작의 수익을 해치는 요소로 작용할 위험이 있다. 물론 그레이존을 제거하여 원작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안도 있겠으나, 팬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여 원작의 머천다이징 개발에 반영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웹툰계에 있어 코어 팬덤은 단단한 기반이 되어줄 지지자 역할을 하고 있다. 그 규모는 성장세에 있으며, 다양한 창의적 활동을 통하여 양적 성장 외에도 질적인 향상에 기여한다. 이러한 팬덤의 움직임은 동시에 예술적 가치를 함양하기도 한다. 그러나 팬덤이 작품에 관여하는 기회가 증가하면서 원작이 팬덤에 의해 좌지우지될 위험도 생겨나는데, 이에 대한 플랫폼의 예방책이 마련되어야만 창작자의 작품 활동이 건강하게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하여 우리는 팬덤의 특성을 더욱 연구하여 그 건강한 발전의 방향성을 도모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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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유진

만화평론가(2019 만화평론 공모전 신인 부문 가작 수상)
텍스트의 의미를 중심에 두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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