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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닮지 않은 딸, 가족이란 낯선 이름, <똑 닮은 딸>

똑 닮은 딸(이담, 네이버 웹툰) 리뷰

2025-06-21 윤정선

똑 닮지 않은 딸, 가족이란 낯선 이름

『똑 닮은 딸』, 이담

아이들은 부모의 생각과 행동을 따라 하며 자란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역할 모델이다. 그런데, 그런 부모가 만일 살인자라면 어떨까? 더구나 자신의 가족을 죽였다는 의심까지 든다면? 게다가 살인자일 수도 있는 엄마와 자신이 똑 닮았다면 어떨까?

8살이 되던 해 아버지가 실종되자, 엄마와 남동생 명진과 살게 된 주인공 길소명. 그는 학교에서 항상 1등을 놓치지 않는 모범생이다. 대학교수인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는 그야말로 완벽한 딸이다. 어느 겨울날 남동생 명진이 놀다가 강물에서 익사하자, 여러 가지 정황상 엄마를 살인자로 의심하게 되고, 동생을 죽인 증거를 찾아 나선다.

웹툰 <똑 닮은 딸>의 미스터리한 추리 스릴러 설정을 바탕으로, 엄마와 딸의 심리를 깊이 천착해가는 과정을 통해 독자들을 매 회마다 강하게 끌어당긴다. 웹툰 <똑 닮은 딸>에 등장하는 엄마 명소민과 딸 길소명, 이 모녀는 결코 평범한 모녀가 아니다. 겉보기엔 명소민은 딸의 사소한 부분까지도 세심히 챙기고 헌신하는 좋은 엄마처럼 보인다. 딸이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최적의 완벽한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애를 쓰는 노력하는 엄마. 하지만 그 이면에는 딸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만들려고 하는 완벽주의자 엄마의 숨 막히는 간섭과 통제가 있다.

엄마는 흔히 딸에게서 동일시의 감정을 느낀다. , 엄마는 딸을 자신의 분신으로 생각한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자식이 대신 이루길 바라는 심리도 이러한 동일시에서 비롯된다. 엄마는 딸이 자신의 인생을 다시 살아주기를 바란다. 게다가 그 딸이 자신과 닮았다면 부모는 무의식적으로 닮은 자식을 나의 일부라고 더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웹툰 <똑 닮은 딸>에 등장하는 엄마 명소민은 딸에 대한 엄마의 동일시의 심리가 극대화되어, 파국적으로 변이된 사례라 할 수 있다.

 

엄마 명소민은 딸 소명이 자신과 닮았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확인하며, 딸에게 강박적인 기대를 걸고 통제한다. 자신을 닮아 차분하고 공부도 잘하는 딸 소명과 다르게, 공부에는 영 관심도 없을뿐더러 천방지축 말썽을 피우는 아들 명진을 무섭게 타박하며 딸을 편애한다.

그렇다. 엄마 명소민은 딸 길소명을 또 다른 자신으로 생각하며, 딸의 삶을 완전히 통제하려고 한다. 딸의 공부에 방해된다고 여긴 친구를 살해하기까지 한다. 명소민은 딸 소명에게 이렇게 조언을 하는 것이다. 사춘기에 친구에 휘말려 어리석은 선택을 하면 안 된다고. 엄마 명소민은 딸이 엄마인 자신보다 완벽한 인생을 살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이처럼 명소민은 자신의 인생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하면 누구든 가차 없이 제거하는 소시오패스다. 이러한 설정은 딸 소명에 대한 간섭과 통제를 공포스러운 억압으로 만든다.

그래서 소명은 엄마가 마음에 들어 할 완벽한 딸을 연기한다. 완벽한 딸이 되지 않으면 동생처럼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그녀를 전교 1등의 자리를 어떻게든 사수하게 만든다. 엄마의 통제로부터 벗어나 독립하고, 동생을 죽인 엄마에게 복수하고 싶어, 끊임없이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엄마 소민은 어김없이 알아채고 소명을 더욱 강하게 압박한다. 어느 순간부터 소명은 직감한다. 자신을 완벽히 통제하는 엄마에게서 죽기 전까지 벗어날 수 없음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야기의 전개는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휘몰아친다. 그 과정에서 펼쳐지는 엄마 명소민과 딸 길소명의 심리 묘사가 밀도 있게 그려지며, 덕분에 각 캐릭터들이 입체적으로 살아있는 것처럼 표현된다.

 

똑 닮은 딸이라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우리는 딸 길소명이 엄마 명소민을 미워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엄마를 닮아가고 있음에 주목하게 된다.

철학자 니체가 괴물이 되지 않으려면 괴물을 너무 오래 바라보지 말라고 말했듯, 엄마를 미워하며 복수하기를 꿈꾸던 소명은 자신도 모르게 엄마를 닮아가고 있던 것이다. 엄마처럼 감정을 숨기며 자신의 뜻대로 사람들을 이용하여, 자신이 원하는 상황을 만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또 그 반면에 소명은 엄마 소민과 달리 동생 명진을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른이 아닌 아이였기에, 잘 몰랐던 동생의 실수를 단죄하고 심판하는 엄마의 모습에 소명은 의문을 품는다. 똑같이 11녀의 장녀로 자랐지만, 동생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다른 명소민과 길소명. 작가에 따르면, 동생 명진은 소명에게 '사람은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준 존재. 소민이는 자신의 동생을 능력과 성격 등 모든 면에서 무시했을 뿐이다.

웹툰 <똑 닮은 딸>은 단순한 가족 추리 스릴러가 아니다. 우리가 오랫동안 가족이라 믿어왔던 믿음과 애정의 세상을, 끝없는 심연을 들여다보듯, 낯설게 바라보게 해준다. 초반에는 얼굴이 그림자 모자이크 처리되어, 표정을 정확히 알 수 없었던 엄마 명소민의 그로테스크한 얼굴이, 이야기의 중반부터 드러나게 설정한 것도 인상적인데, 살인자로 의심받는 엄마 명소민을 그림자 속에 가둬놓았다가 보여주면서, 이렇게 질문을 하는 것만 같아서다.

우리는 가족에 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 걸까?’

어쩌면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너무 가까워서, 오히려 서로의 진짜 얼굴을 보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필진이미지

윤정선

만화평론가
<2021 만화평론공모전> 신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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