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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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대상"이 자아내는 기대감에 대하여, <통제구역관리부>

통제구역관리부(탄광, 네이버웹툰) 리뷰

2025-07-22 김윤진

“미지의 대상”이 자아내는 기대감에 대하여

 『통제구역관리부』, 탄광

연재 중인 만화를 리뷰하는 일은 이미 그 시도에 한계가 내포된 일일 테다. 그럼에도 시도하게 된다면 그만큼 작품이 주는 즐거움과 기대감이 상당하기 때문일 것이다. 탄광 작가의 <통제구역관리부>는 바로 이러한 점에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만화다. 2024년 네이버 웹툰의 지상최대공모전에서 독자인기상을 받은 이 만화는, 20253월부터 정식 연재를 시작해 6월 말까지 18회가 공개되었다. 지금까지의 감상을 한 줄로 요약하면, ‘알면서도 모르겠다라는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제목에서 암시하듯, 이 만화는 통제구역을 관리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다만, 그 통제구역이라는 것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현실의 그것을 뛰어넘는다는 데에서 궁금증이 배가 된다. 이미 그 자체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통제구역이라는 장소성을 활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들이 관리하는 통제구역이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대상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깐, 작가는 왜 통제구역을 공간이 아닌 대상이라고 표현했을까? 이 구역이 일종의 유기체적 존재임을 암시하는 것일까? 아직은 아무것도 알 수 없다. 그것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필자의 지나친 해석일지도 모른다. 이것의 정체가 궁금하다면, 매주 월요일에 공개되는 작품을 기다리는 독자의 대열에 합류하는 것을 추천한다.

만화의 제목이 지칭하고 있는 관리부는 콘택트라는 회사에 소속된 부서로서, 관리부의 일원들은 바로 이 미지의 대상, “‘콘택트의 통제구역 내에서 무작위로 생성되는 공간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통제구역관리부는 4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의 캐릭터 설정이 상당히 흥미롭다. 이들은 팀장인 STL31과 막내인 F2, 재기 발랄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CH99와 검은 복면을 쓰고 있는 BB20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짐작하듯 이름 대신 콜사인숫자가 결합한 형태로 불린다. 그러나 이들에게 이름이 없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데, 이들 모두 사람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정체를 단정하는 대신 추측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들이 분명히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음에도 방호복과 방독면 등으로 정체를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단 한 명, 재기 발랄한 성격을 지닌 CH99만은 예외적으로 방독면이 아닌 헬멧을 쓰고 있다). 이러한 모호한 정체성은 곧 만화의 스릴러적 재미를 담보하는 지점이 된다. 방호복과 방독면은 통제구역을 관리하는 업무를 위한 복장으로 자연스레 당위를 확보하다가, 푸딩을 둘러싼 CH99BB20의 다툼을 계기로 위장으로서의 정체를 드러낸다. “죽은 몸은 버리고 새로운 몸으로 기억을 옮기면 되니까요!”라는 대사와 함께 이들의 신체가 더미(dummy)’로 대체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즉각 이들의 존재가 미지의 대상으로 뒤바뀌는 것이다.

그리하여 남의 간식을 탐낸 죄로(사실 그가 푸딩을 먹었는지는 분명치 않다), CH99는 폐기되고 CH100으로 교체된다. 그들의 콜사인 뒤 숫자가 더미의 교체 횟수임이 드러나면서, 독자는 관리부 소속 4명 모두가 사람이 아닌 무언가일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조차 아직은 분명치 않다. CH99만 헬멧을 쓰고 있었는가? 이들 중 누군가는 사람일 수도 있지 않을까? 이들 모두 사람이 아니라면, 왜 구태여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는가? 한껏 호기심을 증폭시켜 놓은 채로 만화는 계속해서 이어진다(아직도 1화의 이야기라는 사실!). 이들이 일하며 지켜야 하는 수칙이 한 가지 있는데, 정전된 곳에서는 서로의 손을 맞잡고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무를 수행하던 도중, 이번에도 역시 CHBB가 티격태격하다가 실수로 동료들의 손을 놓치게 된다. 그러다 다시 만난 막내의 모습을 통해 독자는 이들의 정체를 조금씩 짐작하게 된다. 어딘가 버그를 연상시키는 장면 연출을 통해, 만화는 이들의 정체와 그들이 서 있는 공간이 현실의 대상이 아닐 가능성을 강력하게 암시하며 본격적인 방향성을 예고하는 것처럼 보인다. 놀라운 사실은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1화와 2화에서만 다루어진 것이라는 점이다. 단 두 회차만으로 놀라운 상상력과 압축적인 전개를 선보이는 이 만화는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의 예측 불가능성을 암시하며 기대감을 자아낸다.

무엇보다, 스릴러 장르로 분류된 이 만화가 비교적 최근 들어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백룸’, ‘SCP’와 같은 소재를 다루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독자의 기대감은 더 증폭된다. 이러한 소재는 2010년대 한 온라인 웹사이트에서 처음 등장한 이후, 입소문을 타며 하나의 하위 장르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한히 펼쳐진 미로 같은 공간으로 나타나는 백룸이 익숙한 가운데 어딘지 모르게 낯설고 기이한 것에서 기인하는 으스스한 공포를 자아낸다면, ‘SCP’는 초자연적인 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며정확하게는, 그러한 이야기를 현실의 세계로부터 격리하고 관리하고 보호하는것을 표방하며미지 그 자체가 존재한다고 가정한다는 데에서 오는 공포에 기대어 있다고 할 수 있다(‘SCP’2008년부터 현재까지 운영 중인 웹사이트 ‘SCP 재단에서 시작된 것으로, 이때 ‘SCP’‘Secure, Contain, Protect’의 약자를 딴 것이다). ‘백룸을 다룬 게임 등이 등장하기는 했지만 아직은 그것의 활용이 본격화하지는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소재를 다루는 웹툰의 등장은 팬들에게는 특히 반가운 일이다. 이러한 소재의 높은 인기가 드러내듯, 어쩌면 미지(未知)’, 즉 알 수 없다는 감각이야말로 모든 것이 투명하고 분명하게 보이는 동시대의 억압된 욕망을 해소해 주는 감각인지도 모르겠다. 이 글을 접한 당신이 흥미진진한 작품의 연재 과정을 함께 하는 즐거움을 아는 이라면, 매주 월요일에 공개되는 <통제구역관리부>의 독자가 되는 경험에 동참하기를 바란다.

필진이미지

김윤진

2023년 제43회 영평상 신인평론상을 수상하였고, 같은 해 제6회 GRAVITY EFFECT 미술비평상을 수상하였다. 2024년 일민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의 비평 연구 프로젝트에 비평가로 참여하는 등 동시대 시각예술 및 대중문화 전반에 관심을 가지고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