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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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표현하는 열정과 자유, <스쿨 오브 스트릿>

스쿨 오브 스트릿(슬랭킷, 네이버웹툰) 리뷰

2025-08-13 김민재

몸으로 표현하는 열정과 자유, <스쿨 오브 스트릿>

『스쿨 오브 스트릿』, 슬랭킷


춤을 추는데 자격은 무슨 자격? 스트릿 댄스에 자격같은 건 없어. - <스쿨 오브 스트릿> 7화 중


필자가 학생이던 시절, 셔플 댄스가 엄청나게 유행했다. 미국의 힙합 듀오 LMFAO“Party Rock Anthem”이나 다른 클럽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열정을 나눴다. 모두가 함께 웃고 문화를 공유한다는 즐거움이 가슴속에 차올랐다. 춤을 잘 추지는 못했지만 춤에는 정답이 없었다. 우리는 그렇게 자유롭게 음악에 맞춰 나 자신을 표현했다. 왜 춤을 좋아했냐고 묻는다면, 정답을 요구하는 학업과 달리 정답이 없는 자유가 좋았기 때문은 아닐지 생각한다.

2021, 스트릿 댄스를 주제로 한 경연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며 히트했다. 댄스 크루들의 치열한 경쟁을 다룬 이 프로그램은 시청률뿐 아니라 스트릿 댄스 문화에 대한 관심도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그 인기에 힘입어 남성 버전의 스트릿 맨 파이터’, 전 세계의 댄스 크루들이 모인 월드 스트릿 우먼 파이터등 시리즈가 이어지며 댄스 문화를 이끌었다. 덕분에 그동안 하위문화로 여겨졌던 스트릿 댄스가 단숨에 메인스트림으로 올라왔다.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준 댄서들의 당당함과 실력은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댄스는 단순한 취미가 아닌 하나의 예술 장르임을 증명했다.

댄스라는 소재는 웹툰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소재였다. 발레를 소재로 한 Hun·지민 작가의 <나빌레라>나 유비 작가의 <페이머스 맨> 정도가 명맥을 잇고 있었지만, 웹툰에서의 댄스는 여전히 대중에게 생소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춤추는 장면의 화려한 동세도 멋있지만, 역시 춤은 음악과 어우러질 때 빛을 발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 그림만으로는 그 느낌을 온전히 전달하기 어려웠다.

그런 점에서 <스쿨 오브 스트릿>은 도전장을 내밀었다고 볼 수 있다. 시대가 흐름에 따라 웹툰 플랫폼에서도 배경음악 기능을 지원하게 되면서, 독자들은 춤과 멋들어지게 어울리는 음악을 함께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과거 시각적 즐거움은 충족했지만, 무엇인가 부족했던 댄스 만화에서 이제는 귀까지 만족시키는 시대가 되었다. 웹툰 작가들도 이런 변화를 활용하여 더욱 생생한 댄스 장면을 연출할 수 있게 되었다.

만화 속 자주 등장하는 배틀구조는 단순한 실력 겨루기가 아니다. 춤에서의 배틀은 DJ가 틀어준 랜덤한 곡을 가지고 얼마나 독창적이고 개성 넘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느냐, 자신을 어떻게 표현했느냐가 승부를 가른다. 이는 정답 위주로 경쟁하는 기존 교육 시스템과는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이다. 여기서는 틀린 답이 없고, 오히려 남들과 다른 것이 장점이 된다. 이러한 배틀은 댄서 간의 존중과 교류를 중점으로 둔다. 춤으로 대화하고 소통하며 성장하는 과정이다. 댄스 배틀은 경쟁과 동시에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자유로운 예술을 구현하는 소통의 장이라 할 수 있다.

작품에서 그려지는 다양한 댄스 장르들도 볼거리다. 파워풀한 브레이킹부터 능청스러운 락킹, 개성미 넘치는 보깅까지, 각각의 춤이 가진 고유한 매력을 시각적으로 잘 표현한다. 브레이킹의 역동적인 파워 무브, 락킹의 유머러스한 표현력, 보깅의 당당하고 도전적인 자세 등은 각 장르가 고유한 철학과 문화를 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디테일한 묘사가 가능한 이유 중 하나는 작가 자신이 직접 스트릿 댄스를 춰 왔다는 점이다. 단순히 자료를 찾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직접 경험한 춤의 감각과 문화를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어낸다. 독자들은 이를 통해 스트릿 댄스의 다양성과 깊이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단순히 ''이라고 뭉뚱그려 생각했던 편견에서 벗어나, 각 장르가 가진 독특한 세계관을 경험할 수 있다.

춤은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사람들을 연결하고, 자신을 표현할 용기를 준다. 춤을 추는 데 자격은 필요 없다. 원하는 대로 표현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선보이고 인정받을 수 있는 문화가 바로 스트릿 문화이다. 작품은 댄스를 통해 자신의 언어를 찾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엿보는 독자들에게 소중한 교훈을 남긴다. 틀려도 괜찮고,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만의 색깔로 세상에 당당히 서도 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것이야말로 경쟁 사회에 지친 현대인들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위로의 말일 것이다.

필진이미지

김민재

만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