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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고양이로서 충분하다, <고양이 타타>

고양이 타타(로로, 네이버웹툰) 리뷰

2025-09-08 구자준

고양이는 고양이로서 충분하다, <고양이 타타>

『고양이 타타』, 로로

고양이와 함께하는 사람이라면, 꼭 그렇지는 않더라도 밈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보았을 법한 짤이 있다. 스노우캣 작가의 웹툰 <옹동스> 11화에 나온 반려동물에 대한 글귀가 담긴 장면이다. (“사람이 죽으면 먼저 가 있던 반려동물이 마중나온다는 얘기가 있다. 나는 이 이야기를 무척 좋아한다.”) 자신의 마음을 명확하게 밝히는 문구의 단정함이 오히려 무궁무진한 패러디의 가능성을 열어버린 탓에, 원래의 문구와 의미대로 이 사진과 마주치는 일은 오히려 더 어려워졌지만 말이다.

 

옹동스> 11화

그럼에도 반려동물과의 동행에 대한 성찰을 드러내는 원본은 여전히 강한 울림을 지닌다. 서로 다른 길이의 삶을 지닌 반려동물과 인간이 결국 마주하기 마련인 이별을 세심하게 헤아리며, <옹동스>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인간의 소망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동행이 언젠가는 끝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결말이 끝없이 유예되기를, 혹은 이곳에서의 헤어짐이 진정한 끝이 아니기를 조심스럽게 소망한다.

<고양이 타타>는 이와 같은 재회의 소망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처럼 보이는 웹툰이다. 여름방학을 맞아 자신이 살던 시골의 할머니 집에 내려온 중학생 수연은 마당의 나무에 거대한 꽃망울이 맺힌 것을 본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온 동네의 고양이들이 나무 앞에 잔뜩 모여 야옹거리는 와중에 꽃망울이 열리며 통통한 치즈 고양이가 그 안에서 나타난다. 마당에 묻어주었던 고양이 타타가 별똥별과 함께 돌아와, 도라지꽃의 꽃망울에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고양이 타타> 1화

물론 헤어질 때와 완전히 똑같은 모습으로만 돌아온 것은 아니다. 도라지꽃을 머리에 쓴 채 돌아다니는 타타는 이제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다. 그리고 어슐러 르 귄이 말한 것처럼 날아다니는 고양이는 근사하기 마련이다. 타타는 논밭 위로 둥둥 떠올라 마을을 활보하며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타타의 소식을 듣고 마을을 떠났던 사람들까지 다시 할머니 집에 모이고, 조용했던 시골 마을은 오랜만에 북적인다.

이러한 타타의 귀환을 통해 웹툰은 과거의 기억을 어떻게 보듬어야 하는가를 얘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마을 사람들은 타타를 보며 마을을 떠나기 싫어했던 성현에 대한 기억을 오랜 떠올리고, 비슷한 성장통을 앓고 있는 수연을 조금 더 따듯하게 보듬어준다. 혼자 도시로 떠난 탓에 동희를 비롯한 원래의 친구들과 멀어졌다고 생각하며 괴로워하던 수연 역시, 자신이 그저 떠난 게 아니라 또 다른 방식으로 우정의 싹을 심고 틔우며 성장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중요한 것은 과거를 단지 떠올리는 게 아니라, 과거의 기억을 직시함으로써 지금껏 미처 알 수 없었던 사실들을 새롭게 깨닫고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다. (관련하여 후기에서 작가는 과거의 기억을 구제하고 재현장화하는 벤야민의 회억 Eingedenken” 개념을 참조했다고 밝힌다.) 타타가 돌아오지 않았다면 성현이가 남긴 말과 추억도, 지금껏 수연이 친구들과 쌓아왔던 기억도 단지 지나간 시간으로만 남아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도라지꽃에서 열린 고양이 타타를 통해, 사람들은 반짝거리던 기억과 만나며 과거를 언제까지나 묻어둘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물론 이 과정에서 타타가 우리에게 직접 말을 걸거나 깨우침을 주는 것은 아니다. 고양이는 단지 고양이로서 존재한다. 자신을 돌봤던 사람들을 찾아 날아다니다가, 품으로 달려와 안기고 뺨을 비비며 모두의 마음을 녹일 뿐이다. 타타의 귀환은 우리에게 자신의 과거를 기억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지만, 이를 통해 새롭게 배우고 반성하는 것은 오롯이 각자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고양이 타타> 19화

이처럼 웹툰은 고즈넉한 시골 마을의 여름을 배경으로, 고양이와 어울리며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차분하게 보여준다. 물론 <고양이 타타>가 보여주는 이러한 시골의 풍경이 사실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도라지꽃을 머리에 얹고 날아다니는 타타의 모습이 환상적인 것처럼, 배경이 되는 마을 공동체의 풍경 역시 지나치게 아름답고 평온하여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어떤 의미에서 <고양이 타타> 속 시골 마을은 낭만적인 기억과 향수를 담아내기 위해 만들어진 이상화된 세계에 가깝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러한 공간이 얼마나 사실적인가를 따져 묻는 일이라기보다는, 기억에 대한 탐구를 통해 지금 여기에서 다시 말하고자 하는 게 대체 무엇인지를 살피는 일이 아닐까? 그리고 어쩌면 타타와 같이 무언가중요한 것을 잊어버렸을지도 모른다는 뒤늦은 깨달음이야말로, 많은 것들을 좀처럼 기억하지 못하는 지금의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과거를 돌이켜 보며 성장하는 일이 아이들에게만 주어진 과제는 아닐 것이다.

필진이미지

구자준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BK21 교육연구단 박사후연구원.
박사논문으로 「웹툰과 웹소설의 플랫폼 문예 장치 연구」를 썼다.
웹툰과 웹소설, TV 드라마를 보고 연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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