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교향곡 (팝툰콜렉션1)
“김이장, 올해는 도시로 간 작은 아들 내려오면 좋을낀데, 우리 아들도 왔는데…” “속주패왕전”, “오! 해피산타” 등의 작품으로 인디 만화계에서는 꽤나 이름이 알려진 작가 이경석이 격주간 만화잡지 팝툰에 연재 중인 작품 “전원교향곡”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
2008-09-01
석재정
“김이장, 올해는 도시로 간 작은 아들 내려오면 좋을낀데, 우리 아들도 왔는데…” “속주패왕전”, “오! 해피산타” 등의 작품으로 인디 만화계에서는 꽤나 이름이 알려진 작가 이경석이 격주간 만화잡지 팝툰에 연재 중인 작품 “전원교향곡”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이나중 탁구부”를 보는 듯한 개그 코믹 그림체에, 어지럽게 여기저기 흩어진 수많은 구어체 대사들을 읽고 있노라면 이 만화가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잠시 고민하게 되지만, 사실 그런 어려운 문제를 고민하면서까지 읽을 필요는 없는 작품이다. 그저, 작가는 외진 산골마을의 소소한 일상 속에 개그를 도입함으로써 아주 쉽고 유쾌하게 이 작품을 읽어가길 바라기 때문이다. 물론, 그 와중에 잔잔하게 던져지는 약간의 감동 코드도 함께 받아들인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을 수 있냐, 내가 있는 이 곳이 바로, 이 곳이 우리 어머니가 살던 고향이었다니” “전원교향곡’에는 아주 개성적인 개그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한다. 이러다 할 이야기꺼리조차 없는 산골 마을이지만,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은 어디라도 웃음과 눈물이 있다는 진리에 기대어 작가는 아주 코믹하면서도 애잔한 슬픔을 가진 캐릭터들을 창조해낸다. 명절에도 돌아오지 못하는 아들이 보고 싶어서 마을 사람들을 험담하고 다니며 외로움을 삭이는 김이장 이라던가, 어릴 적 홀어머니를 버리고 고향을 떠나 조직폭력배 짓을 일삼다 경찰에 쫓겨 고향인 줄 모르고 돌아온 두목님 등 하는 행동 하나 하나는 웃기고 황당하지만 그들 가슴 한 켠에는 서글픔이 숨어있는 그런 캐릭터들 말이다. “그렇다, 통신수단이 전무한 이 곳 오지마을에서는 목소리가 유일한 통신 수단이었다.” “전원교향곡”은 읽기에 그리 나쁘지 않은 작품이다. 다만 좀 거슬리는 것이 있다면 손으로 쓴 듯한 대사 지문들인데, 작가 특유의 의도라 생각하고 좀 어지럽고 산만해도 독자들이 참는 것이 좋다. 작은 칸에 엄청나게 많은 대사들이 삽입되어 있어서 읽기가 좀 피곤한 것 빼놓고는 아주 무난하게 개그만화의 공식을 따라가고 있다. 매 화마다 벌어지는 개그적 상황을 ‘오지마을’이라는 특수한 배경상황에서부터 소재를 뽑아내기 때문에 구성에 다소 무리가 있지만, 캐릭터 자체로 계속적인 싸이클링을 하고 있는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소재의 부족분을 메워준다. 특히 엉겁결에 서울에 있는 작은 아들을 보러 간 김이장의 에피소드는 제법 눈시울이 뜨거워졌는데, 작은 아들이 선물해 준 핸드폰이라는 소재를 이용해 독자들에게 자연스러운 감동을 이끌어내는 연출법이 아주 좋았다. 더운 여름날, 짜증나고 나른할 때 한 번쯤 집어 들고 에어컨 밑에서 낄낄거리며 읽어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