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RAY)
“신께서 인간을 병에 걸리게 하는 식으로 자비를 베푼다는 얘긴 듣도 보도 못했어, 네 동생에게 붙어있는 건 악마야, 상대가 악마라면 싸워야 되는 거 아냐? 30분…30분만 시간을 주면 그 악마를 퇴치해주지.” 황량한 대지를 나사를 씹어먹으며 뚜벅뚜벅 걷다가 갑자기...
2008-09-02
유호연
“신께서 인간을 병에 걸리게 하는 식으로 자비를 베푼다는 얘긴 듣도 보도 못했어, 네 동생에게 붙어있는 건 악마야, 상대가 악마라면 싸워야 되는 거 아냐? 30분…30분만 시간을 주면 그 악마를 퇴치해주지.” 황량한 대지를 나사를 씹어먹으며 뚜벅뚜벅 걷다가 갑자기 “완성!”이라는 말을 내뱉으면 신체의 어딘가에서 무지막지한 총, 칼, 연장 때로는 바주카포까지 튀어나오는 황당하지만 신기했던 만화 “이트맨”의 작가, 요시토미 아키히토의 “레이”는 어릴 적 도우너(장기기증자)를 불법으로 양성하는 조직에서 자신의 두 눈을 빼앗겼다가, 모든 것을 X-RAY처럼 꿰뚫어보는 신비한 눈을 이식 받은 천재 외과의사의 이야기다. “그녀에게 이식해줬으면 하는 건… 내 심장이야…” X-RAY의 눈을 가진 천재 외과의사 레이의 복수극에 관한 만화 “레이”는, 각 에피소드 별로 특수한 병을 가진 환자가 등장하면 레이의 능력과 동료들의 도움으로 환자의 병을 해결해준다. 그리고 해결의 실마리에 레이의 눈을 빼앗아 간 불법 도우너 양성 조직을 추적하는 단서가 하나씩 드러난다. 결국 “레이”는 하나의 거대한 줄거리에 자잘한 의학적인 에피소드들이 합쳐진 판타지 만화라 할 수 있다. “그 여잔 글자 그대로 남자의 심장을 자기 걸로 만든 셈이군…물론 심장이식을 하긴 했지만 두 사람의 마음은 이미 이식이 완료된 상태였어.” “레이”에서 주인공 레이의 특수능력은 매우 돋보인다. 사물의 모든 것, 심지어는 콘크리트 벽 너머의 풍경까지도 투시해서 볼 수 있는 레이의 능력은 이 만화를 이끌어가는 가장 큰 설정이다. 레이가 맘먹고 보면 환자의 뼈, 장기, 혈관에서부터 심지어 신경조직까지 선명하게 보이는데, 여기에 신기에 가까운 수술 솜씨까지 갖추고 있어 사실 고치지 못할 병이 거의 없다. 이런 레이의 능력만으로도 모자라 작가는 인공심장까지도 정교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최고의 인공장기 제작자 시노야마를 레이의 서포터로 붙여준다. 다소 판타지 같은 이야기지만, 뭐 어떤가? (어차피 만화인데^^), 충분히 재미가 있기 때문에 다소의 흠은 상관없다. 또 하나 이 작가의 팬이라거나 만화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무척이나 즐거워할 작가의 배려가 있다. 작가는 “레이”에서 자신만의 오먀쥬를 에피소드에 삽입시킨다. (가령 레이의 눈을 수술해준 의사는 블랙잭의 모습을 한 B.J라는 이름의 의사^^이며, 어떤 에피소드에는 자신의 캐릭터인 ‘이트맨’까지 등장해준다.) 이런 섬세하지만 재미있는 연출은 읽는 이를 지루하게 만들지 않는다. 그리고 기본적인 이야기의 틀이 자신의 눈을 팔아 치운 불법장기밀매조직을 추적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마지막 권까지 무난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