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과 조우하는 컬트: <죠죠의 기묘한 모험>

서브컬처가 대중문화와 거의 중첩되는 일본의 환경적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죠죠의 기묘한 모험>은 만화의 경계선을 뛰어넘는 성공을 이룬 작품이다. 아라키 히로히코 작가가 1987년, 만화 잡지 <주간 소년 점프>에서 펼쳐내어 현재까지도 연재 중이며 그 파급력 또한 3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아라키 작가의 대표작이기도 한 <죠죠의 기묘한 모험>은 인기와 더불어 뛰어난 완성도와 작품성으로 일본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 만화 대상>을 수상하고 일본 미디어 예술 100선에 올랐다. 일본에서는 수많은 후세대 작품의 패러디 대상이 되는 것은 물론이요 공영파 방송의 예능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대중적으로 성공한 컬트 작품의 대표적 사례이다.
컬트로 소개한 만큼 상당히 특이한 요소가 많이 산재하고 있는 작품으로, 그 구성부터 이색적이다. 1부인 <팬텀 블러드>에서 시작하여 죠스타 가문의 혈통을 계승한 주인공들이 대를 이어 활약하는 대서사 장르이며 각 부는 독립된 에피소드이나 어느정도 공통된 세계관 내에서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다. 장장 8부에 걸쳐 진행되는 이 작품은 “인간찬가”를 대주제로 내세워 격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영웅적 면모를 꽃피우는 죠스타 가문의 후계자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인간의 숭고를 찬양하지만 1부의 주인공을 제외하면 소위 ‘양아치’ 성질을 지닌 캐릭터로 반항적인 겉모습과는 다르게 투지와 신념을 관철한다는 점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또한 2부 <전투 조류> 이후 초능력자의 일종인 ‘스탠드 유저’라는 설정을 도입하여 능력자 배틀 장르의 포석을 세우기도 하였다. 매력적인 캐릭터 빌딩과 차별적인 아이템에 더불어 호러와 추리를 결합하여 더욱이 신선함을 선사한다.
이렇듯 모험만화의 선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파격과 이색으로 점철된 이력을 가진 본 작품은 엄청난 리스크를 거대한 성공으로 뒤집을 수 있었다. <죠죠>의 흥행은 일본 자국에서 그치지 않고 서구 문화권에서도 이어졌다. 서양의 인터넷 유저들은 <죠죠> 밈을 익숙하게 사용하며 유튜브와 각종 창작 사이트에서 <죠죠>는 단골 소재로 통하고 있다. 나아가 루브르의 의뢰로 단편 <키시베 로한 루브르에 가다>를 전시작으로 출품하고 구찌의 광고 모델로 <죠죠>의 주인공 중 한 명인 ‘쿠죠 죠린’이 발탁되는 등 전세계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21세기의 신세대가 컬트 문화에 익숙한 점을 인기의 요인으로 볼 수 있으나 작품 내적인 원인을 꼽자면 이견 없이 <죠죠>의 ‘기묘함’이 가장 큰 요소로 지목될 것이 자명하다. 따라서 <죠죠>의 작품성과 성공을 이해하려면 <죠죠>의 ‘기묘함’에 대하여 분석해야 할 것이다.
<죠죠의 기묘한 모험>이라는 제목에서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듯 본작의 가장 큰 정체성을 이루는 것이 바로 ‘기묘함’이다. 작품을 직접 감상하거나 하다못해 한 장면이라도 보지 않는 이상, 서술되고 있는 ‘기묘함’을 이해하기란 힘들다. 동시에 <죠죠>를 일부라도 접하는 순간 특유의 초현실적 감각을 ‘기묘하다’고 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죠죠>의 어느 부분이 ‘기묘’하냐는 물음에 우리는 “모든 것”이라고 대답한다. 전반적인 대사와 설정, 컷의 구도나 주인공의 동세, 심지어 효과음마저 상식을 매우 벗어난 센스로 이루어져 있다. 195cm에 거구를 가진 주인공이 고간이 그대로 드러나는 타이츠를 착용하는가 하면 초능력자 강아지가 등장하여 주인공과 협력한다. 앉은 채로 높이 도약하는 괴상한 동작은 아무렇지도 않게 진행되고 개구리를 때릴 때 “메메타아(한국어 번역 상 무물터엉)하는 기이한 효과음이 삽입되기도 한다. 특유의 센스를 지닌 명대사 또한 무수히 많다. 악당 ‘DIO’가 기합으로 외치는 “WRYYY!”부터 난데없이 주인공의 뺨을 핥으며 “이 맛은! 거짓말을 하는 ‘맛’이로군”이라고 중얼거리는 조력자 ‘부차라티’에, “소수를 세자…. 소수는 1과 자기 자신으로만 나누어지는 고독한 숫자... 내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지.”라는 맥락조차 파악이 안되는 독백까지, 컬트적인 대사 투성이다.
이 ‘기묘함’은 <죠죠>의 아이덴티티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팬들 사이에서 이미 유머코드로 통용될 만큼 상식을 초월한 비일상적인 기행들과 작가 특유의 비상한 센스가 어우러져 파격적이면서도 납득 가능한 완성도를 동시에 담아내는 역량을 선보인다. 이러한 차별점으로 인해 <죠죠>는 모범적인 모험만화 장르의 작법을 따르면서도 ‘모범적이지 않은’ 모험만화로 거듭날 수 있었다.
또한 본작의 기묘한 특징 중 하나는 설정의 유동성이다. 자잘한 설정이 바뀌는 것은 물론이고 갑자기 주연급 동료 캐릭터가 예고없이 사라져서 이후 그대로 퇴장하거나 아예 성별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이 모든 상황에서 작품 내외로 설명이 전무하다는 점이 작품을 온전하게 파악하는데 큰 혼란을 준다. 그럼에도 작화와 작중 분위기가 매우 추상적이며 만화적 허용을 적극 이용하는 전개 방식 때문에 독자들은 오히려 야기된 혼란조차 파격과 컬트로 수용한다. 종잡을 수 없는 격변을 통해 독자들의 기대를 배반하여 메타적 반전을 창조해내는 것이다.

<죠죠>에서 가장 아이코닉한 것은 이른바 ‘죠죠서기’로 통하는 묘한 포즈이다. 패션 화보를 연상케 하는, 인물들의 온몸을 뒤튼 자세는 <죠죠>의 기묘함을 한껏 돋보이게 한다. 이는 시간이 흘러 작가의 화풍으로 자리잡았으며 무덤덤한 표정의 개성적인 이목구비와 함께 아라키 작가의 스타일리시한 센스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이렇듯 아라키의 필치는 이미 하나의 장르로 분류되고 있으며 구찌와의 협업이 어떠한 이유로 가능했는지 설명해준다. <북두의 권>으로 대표되는 80년대 격투만화의 문법을 답습하던 초기작 시절부터 탄탄한 뎃생력과 나름의 차별적인 데포르메가 두각을 보이기 시작했고, 이후 점차 가볍고 캐주얼한 스타일로 거듭나며 <죠죠>의 화풍이 완성되었다. 만화라는 매체 특성 상, <죠죠>가 명작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직접적인 원인은 개성 강하고 완성도 높은 작화의 공로가 컸다는 점은 명백하다. 괴이한 표현과 난해한 추상성을 독자들에게 납득시키는 최고의 장치였던 것이다.
작가는 자신의 화풍의 특징을 적극 이용하여 호러 장르를 <죠죠>에 결합시킨 것으로 보인다. 한 컷의 구도 속에서 인물들이 모호하게 뒤엉켜 있어 폭력적인 장면임에도 잔혹성이 희석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슬래셔에 가까운 <죠죠>의 호러적 특색은 작중 내내 강조되는 “인간찬가” 메시지와 어우러져 시너지를 내고 있다. 1부 <팬텀 블러드>에서 주인공 ‘죠나단’은 갈비뼈가 으스러지거나 팔뚝에 뼛속까지 칼날이 박혀가면서도 자신의 신념을 성취하기 위해 묵묵히 앞으로 나아간다. 극한의 폭력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모습이 호러틱한 연출과 어우러져 기이한 카타르시스를 자아내는 것이다. 또한 주인공들도 악역 못지 않게 엄청난 폭력을 휘두르는데, 이는 역으로 주인공의 절대적 강인함을 강조하고 이에 독자가 이입하게 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유쾌함을 느끼게 하는 장치로서 작용한다.

캐릭터들의 아방가르드한 몸짓과 외관, 대사는 퀴어 미학인 캠프를 연상시키며 실제로 5부 <황금의 바람>은 성별을 막론하는 에로스적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기도 하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악역 ‘DIO’의 경우 크로스 드레싱의 일종인 ‘드랙’을 연상시키는 과장된 패션을 선보이는데(물론 작중의 많은 인물들이 그러하다), 작가의 인터뷰에서 ‘DIO’가 바이로서 명확하게 정체화되고 있는 것은 어느정도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죠죠>는 캠프의 네 요소인 아이러니(반어법), 드라마, 심미주의, 유머를 모두 충족하고 있다. 또한 비일상의 극대화로 인해 인물들은 젠더롤을 어느정도 무시하는 모습을 보이며 이를 퀴어적 요소와 관련지어 독해할 수 있는 여지가 다분히 존재한다. 이는 독자주의적 관점에서 보자면 모험만화의 전형적 소비자인 청년 남성층으로부터 독자 주권을 전유하여 성별을 포함해서 다양한 계층을 독자로 수용하게 만드는 계기로서 작용한다.
<죠죠의 기묘한 모험>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마치 취두부를 처음 겪는 것처럼 격렬한 반응을 보이며 호불호 또한 극명하게 나뉜다. 일본 문화에 대한 배경지식이 희미한 독자층이라면 개연성 없는 전개와 ‘우락부락 땀내나는’ 근육질의 인물 묘사에 당혹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특이함에 이끌려 팬들이 모이고 일종의 ‘죠죠’ 컬트집단을 이루게 된 것은 <죠죠의 기묘한 모험>에, 단순한 괴상함을 넘어 ‘기묘함’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