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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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스/케이블 : 메시아 워

올해 개봉할 엑스맨 영화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원작은 1981년 1~2월 와 를 통해 소개된 만화다. 이 이야기는 뮤턴트들이 인류의 위협으로 간주되어 대부분 학살당한 33년 후의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그 미래가 1980년으로부터 33년 후의 미래인 2013년...

2014-02-02 이규원
올해 개봉할 엑스맨 영화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원작은 1981년 1~2월 <엑스맨 141호>와 <엑스맨 142호>를 통해 소개된 만화다. 이 이야기는 뮤턴트들이 인류의 위협으로 간주되어 대부분 학살당한 33년 후의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그 미래가 1980년으로부터 33년 후의 미래인 2013년이며, 영화 개봉 연도가 2014년이라는 것도 재미있는 일치다. 어쨌든 이 암울한 미래에서 살아남은 뮤턴트는 스톰, 콜로서스, 키티 프라이드, 울버린 정도가 전부. 마치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뮤턴트들은 암울한 미래가 닥치는 것을 막기 위해 과거로 시간여행을 한다. 안 그래도 인간에게 공포와 편견의 대상이 되어 늘 쫓기는 삶을 살았던 뮤턴트들은 더욱 무시무시한 미래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에 빠지고, 그 시발점이 되는 상원의원 암살 사건을 막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마블 유니버스에서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미래는 지구-811이라는 넘버로 매겨져 있다. DC 코믹스가 지구-1, 지구-2, 지구-3 식으로 멀티버스의 넘버를 순차적으로 붙여나갔다면, 마블 유니버스의 멀티버스 넘버는 그렇지가 않다. 소위 메인 스토리라인이 전개된다고 하는 메인 유니버스의 넘버도 어찌 보면 뜬금없는 지구-616이다. 이런 넘버가 붙은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왓치맨>, <브이 포 벤데타>, <프롬 헬> 등으로 비교적 이름을 알리고 있으며, 마치 반지의 제왕의 간달프와 해리포터 영화 속의 거인 해그리드를 합쳐놓은 듯한 범상치 않은 외모를 하고 다니는 앨런 무어의 <캡틴 브리튼>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블 UK 라인의 만화였던 <캡틴 브리튼>의 한 스토리를 담당하면서 앨런 무어는 주인공 캡틴 브리튼이 멀티 유니버스를 여행하며 여러 다른 캡틴 브리튼들을 만나는 이야기를 썼는데, 여기서 주인공의 메인 유니버스를 616이라고 처음 부르기 시작했다. 616이라는 숫자에 대해서는 성경의 요한 계시록에 나오는 짐승의 수의 변형이라고도 하는 설도 있고, 그 마저도 앨런 무어가 처음 떠올린 아이디어가 아니라고도 하며, 마블 실버에이지 최초의 히어로팀인 판타스틱포가 탄생한 1961년의 61을 가지고 만든 것이라는 설도 있다. 어쨌든 어느 것이 진실이든 간에 마블이 시공간을 넘나드는 다양한 우주를 만들면서 지금까지 그 세계관을 넓혀온 것은 사실이다. 최근의 <아이언맨>, <토르>, <캡틴 아메리카>, <어벤저스> 등의 영화로 구축되고 있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역시 지구-199999라는 넘버를 갖고 있다. <샌드맨>의 작가 닐 게이먼의 <마블 1602>로 알려진 1602는 빅토리아 시대의 신대륙을 배경으로 하는 세계로 지구-311이라고 하고, 알렉스 로스의 <어스 X>의 지구는 지구-9997, 2000년대 들어서 마블이 새롭게 만든 <얼티밋 마블>의 우주는 지구-1610이다. 그 외에도 온 세상이 좀비 세상으로 변하는 <마블 좀비즈>의 지구-2149 등 수많은 우주가 존재하는데, 그 중에서도 메인 유니버스에 비교적 가까이, 그리고 특별히 엑스맨의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우주가 있으니 그곳이 바로 마블 최강의 뮤턴트라고 불리는 케이블의 지구-4935의 미래다. 케이블의 이름은 네이던 서머스로 엑스맨의 리더인 사이클롭스의 아들이다. 어머니는 메들린 프라이어라는 인물인데, 미스터 시니스터라고 하는 미친 과학자가 사이클롭스의 연인이었던 진 그레이를 복제하여 만든 복제인간이었다. 미스터 시니스터는 특별한 피를 타고난 네이던을 무기로 이용해 세계를 손에 쥐려는 잔인한 악당이자 폭군인 아포칼립스를 무찌르려고 한다. 그러나 아포칼립스는 도리어 네이던을 테크노 오가닉이라고 하는 일종의 나노 머신 바이러스에 감염시킨다. 이 바이러스의 치료제는 현재에 없는 상황. 사이클롭스는 아들의 목숨을 구하려고 아들을 미래로 보내기로 결정한다. 그리하여 케이블은 현재로부터 2000년 후의 미래인 지구-4935의 세계로 보내진다. 그 미래는 폭군 아포칼립스가 정복한 세상. 케이블은 그곳에서 자신의 몸 안에 있는 바이러스를 억제하고 잘 자라 아포칼립스를 무찌르는데 성공한다. 그리곤 이번엔 과거의 아포칼립스도 없애겠다는 생각으로 자신이 태어났던 과거의 시간대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그 케이블이 돌아간 과거가 바로 엑스맨이 활동하고 있었던 1990년대 지구-616의 세계. 만화의 역사에서 1980년대 중후반은 그야말로 만화의 중흥기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좋은 작품이 많이 나왔었다. DC의 <크라이시스 온 인피닛 어스>, 앨런 무어의 <왓치맨>과 <킬링 조크>, <슈퍼맨 : 맨 오브 스틸>, 프랭크 밀러의 <다크 나이트 리턴즈> 같은 걸작들이 팬들을 열광시켰던 시대. 그러니 1990년대는 이런 80년대의 흐름을 계승한다는 점에서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던 시대였다. 이 시대를 풍미한 대표적인 작가가 바로 토드 맥팔레인, 그는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통해 명성을 쌓고, <스폰> 등을 탄생시켰다. 짐 리의 <엑스맨>도 마찬가지로, 짐리는 이 시리즈를 통해 기네스 기록에도 오르는 영예를 얻었다. 마블에서 이렇게 스타 아티스트들이 각광을 받던 이 시기에 DC에서는 슈퍼맨이 죽고, 배트맨은 허리가 부러지고, 그린랜턴은 미친 슈퍼 악당으로 변하는 등 대형 사건들이 속속 터졌지다. 오늘날도 어떤 팬들은 온통 죽음만으로 뒤덮인 이 시대를 <다크나이트 리턴즈>의 스토리텔링은 조금도 물려받지 못한 저주받은 시대라고도 부른다. 걸출한 스타 아티스트들이 많이 배출되긴 했지만, 그 중에서도 케이블의 창작자인 롭 라이펠드의 그림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 그는 남성은 지나치게 크고 굵게, 여성은 지나치게 특정부위만 풍만하거나 지나치게 가늘게 그리는 식으로 인체 비율을 과장하여 그림으로써 팬들에게 대놓고 그림 못 그린다는 소리를 듣던 작가다. 팬들만이 아니다. 알렉스 로스는 <킹덤 컴>을 그리면서 역대 최악의 캐릭터로 마고그의 디자인에 흉터, 빛나는 한쪽 눈, 금속성의 한쪽 팔, 자기 키 만한 거대한 총 등을 가진 라이펠드의 케이블이 제격이었다고 하면서 라이펠드의 디자인 감각을 최악으로 꼽았다. 대충봐도 <킹덤 컴>의 마고그의 투구만 벗기면 케이블이다. 다시 케이블의 줄거리로 돌아가자. 그런데 케이블은 어머니만 복제인간인 게 아니다. 그의 가장 강한 적 중 하나는 아포칼립스가 아들로 키운 스트라이프라는 인물인데, 이 인물이 또 케이블의 복제인간이다. 그리고 이 녀석이 케이블의 뒤를 따라 현재로 넘어와서 케이블을 괴롭힌다. 케이블은 자신의 복제인간을 죽이고, 다시 현재의 아포칼립스를 상대로 또 싸움을 벌인다. 그리고 <케이블과 데드풀>에서는 바다 위에 프로비던스라는 이름의 섬을 인공 섬을 띄워놓고는 세상의 구원자가 되겠다고 선언하고, 자신을 버려 인류를 구한다. 본래 아포칼립스가 정복한 미래에서 폭군에 저항하기 위한 종교 조직의 리더이기도했던 케이블은 <메시아 콤플렉스>에 이르러서는 멸종의 위기에 처한 뮤턴트의 마지막 아기를 지키는 보디가드를 자처하고 아기를 데리고 다시 미래로의 시간여행을 시작한다. 그러고보면 케이블은 DC의 배트맨처럼 고독한 구원자의 이미지를 갖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그 주위에는 배트맨 패밀리만큼 다양한 어린 히어로들로 구성된 ‘뉴 뮤턴트’와 ‘엑스포스’의 뮤턴트들이 있었다. 그런 만큼 그에게 암울한 미래의 마지막 희망을 쥐고 있는 어린 영혼을 보호하는 임무를 맡기는 것은 자연스럽고도 당연하다. 마블 코믹스의 책들은 나눠서 단권으로만 봤을 때 별로인 책들이 적잖이 있다. 아마 <메시아 워>도 그런 책 중의 하나로 여겨질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