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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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노트

“나는 소리 속에서 숨을 쉬는 아이와 만났다.” ‘천재의 삶’이란, 만화뿐만 아니라 소설이나 영화 같은 다른 예술장르에서도 작품으로 만들기에 아주 좋은 소재라고 생각된다. 인류의 역사에 그 이름을 각인시킨 ‘천재’들의 삶은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의 삶보다 ‘불행하...

2013-03-22 김현우
“나는 소리 속에서 숨을 쉬는 아이와 만났다.” ‘천재의 삶’이란, 만화뿐만 아니라 소설이나 영화 같은 다른 예술장르에서도 작품으로 만들기에 아주 좋은 소재라고 생각된다. 인류의 역사에 그 이름을 각인시킨 ‘천재’들의 삶은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의 삶보다 ‘불행하고 처절한 면’이 많이 보이곤 하는데, ‘비극(悲劇)’에 등장하는 ‘영웅의 슬픈 운명’ 같은, ‘처연한 비장미(悲壯美)’가 천재들의 삶 속에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 그것은 너무도 시대를 앞서간 그들의 천재성에서 비롯된 것 일수도 있고, 너무 민감하고 독보적인 재능이 초래한 날카로운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것 일수도 있다. “걔는...엄청난 재능이 있어요. 목소리의 폭도 넓고 가창기술도 기초가 탄탄해요. 풍부한 표현력, 매끄러운 목소리! 지금 아오이의 목소리는, 변성기 전 소년 특유의 생생함을 가진 멋진 것이에요. 멋지기도 하지만, 당장에라도 사라질 것 같은 위태로움까지 머금은 목소리.” “닌자의 왕”이라는 작품으로 한국 독자들에게도 이름을 알린 일본 작가 카마타니 유키의 신작 “소년 노트” 한국어판이 발행되었다. 현재(2013.01) 한국어판으로는 2권까지 발행된 이 작품은, 천재적인 음악적 재능을 타고났지만 애석하게도, 빛나는 재능의 반작용으로 인한 ‘치명적인 불치병’을 힘겹게 버티며 살아가는 소년 유타카의 성장기를, 중학교 합창부를 무대로 매우 섬세하고 드라마틱하게 그려내고 있다. “소년 노트”의 핵심적인 재미는, ‘천재성과 불치병’을 한 몸에 안고 있는 맑고 가녀린 소년, 주인공 유타카의 캐릭터에 있다. 작품 속에서 표현되는 유타카의 천재성은 ‘노래’다.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빌려 유타카의 목소리를 묘사한다면, ‘천사의 목소리’ 같은 맑고 깨끗한 고음의 영역, 전문용어로 ‘보이 소프라노’라고 부르는, 아직 변성기가 오지 않은 소년의 청아하고 아름다운 목소리인 것이다. 그래서 합창부에서 맡은 파트는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소프라노’이고, 세상 무엇보다도 ‘합창’을 사랑하는 순수한 소년으로 나온다. 그러나 이런 유타카에게는 ‘치명적인 불치병’이 있다. 잘못하면 생명이 위험하기도 한, 고칠 수도 없는 이 치명적인 병은 안타깝게도 유타카의 천재적인 재능에서 비롯된, 날 때부터 타고난 것이다. 마치 ‘천사의 목소리’라는 천재성을 타고난 대가인 것처럼, 너무나 민감한 청력에서 비롯된 이 병은 소리의 진동이 주는 흔들림, 즉, 소리의 진폭이 일반인보다 너무 크게 다가와 ‘항상 집음기를 들고 소리의 홍수 속을 걸어 다니는 감각’으로 생활해야 하는, 무서운 병인 것이다. 이런 유타카에게 유일한 치료제는 ‘아름답고 편안한 소리’를 듣는 것뿐이고, 여럿이 어울려 아름다운 하모니를 내는 ‘합창’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위태로운 아름다움을 지닌 천재 소년’ 유타카를 중심으로, 매력적인 개성을 뽐내는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해 중학교 합창부의 아기자기한 생활을 섬세하게 풀어낸다. 특히 만화라는 장르의 특성상, 들릴 리가 없는 ‘음악’이나 ‘노래’, ‘공연’ 등의 현장감 넘치는 생생한 묘사가 아주 돋보였다. 읽는 내내 유타카가 부르는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내 귓가에 들리는 것 같았다. 음악을 소재로 한 재미있고 감동적인 ‘성장기’다.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