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수의 정원
“하늘의 적도를 따라 선택된 고대 중국의 이십팔수(二十八宿). 그 별자리 중 하나를 귀수(鬼宿)라 한다.” “네가 없는 낙원”으로 명성을 얻은 일본 작가 사노 미오코가 신작 “귀수의 정원”이라는 판타지를 들고 독자들 곁으로 돌아왔다. 서울문화사를 통해 현재 한국어...
2011-12-16
석재정
“하늘의 적도를 따라 선택된 고대 중국의 이십팔수(二十八宿). 그 별자리 중 하나를 귀수(鬼宿)라 한다.” “네가 없는 낙원”으로 명성을 얻은 일본 작가 사노 미오코가 신작 “귀수의 정원”이라는 판타지를 들고 독자들 곁으로 돌아왔다. 서울문화사를 통해 현재 한국어판으로 1권이 나온 상태인데, 팬들에게는 무척이나 반가운 소식일 것이고, 사노 미오코를 모르는 독자들이라면 꼭 읽어보길 권하고 싶은, 작가의 공력이 담긴 탄탄한 느낌의 수작(秀作)이다. “저희 주인이신 타마유라 공주님은 수신(水神)의 막내따님, 백화초목(百花草木)을 다스리고 계시죠. 이 세상 누구보다도 아름다우신 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있는 도화원(桃花園) 또는 용궁 전설은 일본에도 있는가보다. 저승과 이승의 경계에 존재하며 옛 선인들에게 신선이 기거한다는 뜻으로 사용된 별세계, ‘무릉도원’ 같은 느낌의 “정원” 판타지는 동북아 3국에 전해 내려오는 민간설화나 전설로 많이 회자되었으며 영어로는 유토피아(utopia :이상향)라는 개념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이 작품도 제목 그대로 “귀수의 정원”이라는 신비한 정원을 무대로 펼쳐지는 아늑하면서도 애잔한 느낌을 주는 이야기로 한 편의 아름다운 동양화를 보는듯한 작품이다. “보아라, 이 세상은 푸석푸석하지. 푸석푸석...사람의 마음도 메말랐으니, 나는 백화초목을 보살피는 능력밖에 없는 운무(雲霧)의 정령, 능력이라곤 이 아담한 정원을 윤택하게 만드는 게 고작, 허나, 수고를 아까워 않고 자비를 베풀면 반드시 윤택하게 자라나지, 천계도, 인간계도 마찬가지야. 하늘의 마음은 작은 것 안에서 더더욱 잘 나타나는 법이다.” “이십팔수(二十八宿)”란 천구(天球)를 황도(黃道)에 따라 스물여덟으로 등분한 구획 또는 그 구획의 별자리를 뜻한다. 동쪽에는 각(角),항(亢),저(?),방(房),심(心),미(尾),기(箕), 북쪽에는 두(斗),우(牛),여(女),허(虛),위(危),실(室),벽(壁), 서쪽에는 규(奎),누(婁),위(胃),묘(昴),필(畢),자(?),삼(參), 남쪽에는 정(井),귀(鬼),유(柳),성(星),장(張),익(翼),진(軫)이 있다. 본 작품의 제목인 “귀수의 정원”의 “귀수(鬼宿)”란 여기에서 얘기하는 남쪽의 귀(鬼)자리의 별자리를 뜻하는 것으로 “이십팔일에 한번 인간계에 나타나는 신비한 정원”이라는 뜻이다. 본작 “귀수의 정원”은 몸이 약하고 여린 성격을 지닌 화공(畵工)이 부러진 백합을 매만져준 우연한 선행을 계기로 수신(水神)의 딸인 타마유라 공주가 기거하는 “귀수의 정원”에 초대받아 꿈같은 시간을 보낸다는 줄거리를 지닌 판타지다. 이 작품은 인간남자인 화공(畵工) 카후와 “귀수의 정원”의 주인이자 운무의 정령 타마유라의 로맨스를 기초로 독자들에게 환상적인 느낌의 이야기를 선보이고 있다. 매 화마다 정원과 연관된 소재로 펼쳐지는 아련하면서도 서정적인 이야기는 이런 류의 작품을 좋아하시는 독자들이라면 푹 빠질만한 매력을 담고 있다. 한국어판으로는 아직 1권밖에 나오질 않았지만 매회 독립된 이야기를 완결짓는 형식이기 때문에 보기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