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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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변학파 요츠야 선배의 괴담 (요츠야 선배)

“동네에 무시무시한 뉴스가 퍼지는 가운데, 그저께 갑자기 내 친구가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오늘까지 연락도 끊긴 채 집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 우리는 그저께도 평소와 다름없이 함께 집에 가기로 약속하고, 지금은 출입이 금지된 옛 학교 건물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늦는 ...

2011-12-12 김진수
“동네에 무시무시한 뉴스가 퍼지는 가운데, 그저께 갑자기 내 친구가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오늘까지 연락도 끊긴 채 집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 우리는 그저께도 평소와 다름없이 함께 집에 가기로 약속하고, 지금은 출입이 금지된 옛 학교 건물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늦는 쪽은 번번이 나였지만, 히나노는 불평 한 마디 없이 기다려줬다. 하지만 그날, 히나노는 그곳에 없었다.” ‘괴담(怪談)’이란, 말 그대로 ‘괴상한 이야기’란 뜻이다. 비슷한 단어로는 환담(幻談), 기담(奇談: 이상야릇하고 재미있는 이야기) 등이 있으며 흔히들 여름밤에 더위를 잊기 위해 모여서 수군거리는 무서운 이야기를 지칭할 때 쓰이는 단어다. 여기에 소개하는 일본 만화 “궤변학파 요츠야 선배의 괴담”은 일본의 한 중학교를 무대로 펼쳐지는 일곱 가지 괴담을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극화로 풀어놓은 작품이며, 3권으로 끝을 맺어버리는 아주 깔끔한 형태의 마무리를 가진 만화다. “비명 소리가 아주 멋진 걸, 모든 비명은!! 내 거야.” 이 작품의 주인공은 제목에서도 드러나 있듯이 학생인건 분명하나 확실한 존재감이 없이 괴기스러운 소문으로만 떠도는 수수께끼에 쌓인 소년 2학년 A반 요츠야 분타로다. 요츠야는 항상 학교 옥상에 자리를 잡고 괴담을 만들고 있으며 2학년 A반 창가 맨 뒤쪽 자리엔 요츠야의 빈 책상만 놓여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괴기사건을 해결해주는 선배’,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유령’ 등으로 불리고 있으며 실체가 잘 드러나지 않아 더더욱 괴기소문의 주인공으로 자리를 잡은, 매우 유니크한 소년이다. 실제로는 괴담과 비명소리를 아주 사랑하는 괴담 마니아이며 독특한 목소리로 괴담을 들려주는 행위를 통해 듣는 이를 오싹하게 만드는 데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학생이다. 그는 스스로를 ‘내레이터’라고 부르며 괴담에 관한 확고한 자기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다. “나는 그저 괴담을 만들 뿐이야. 우연히 사실과 연결됐다 해도 그건 내 알 바가 아니지, 나한테 중요한 건 ‘듣는 사람이 믿게 만드는 일’, 그로 인해 괴담에 현실감이 생겨나고 더욱 더 무서운 공포가 퍼져나가니까” 이 괴상한 취미를 가진 요츠야의 곁에는 심플한 사고방식을 가진, 활발하고 씩씩한 여자 후배 나카시마 마코토가 항상 따라 다닌다. 처음에는 친구인 히나노의 실종사건을 해결해달라고 요츠야를 찾아간 것이 계기가 됐지만, 사건이 해결된 뒤에도 마코토는 계속 요츠야를 따라다닌다. 그로 인해, 원래부터 의도한 바는 없었으나 어느새 마코토는 요츠야가 만들어내는 괴담의 ‘매개체’가 되어 괴기사건을 해결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일종의 ‘조수’같은 느낌인데, 작품의 여자 주인공으로서 손색이 없는 뛰어난 활약을 펼친다. 중학교를 무대로 펼쳐지는 일곱 가지 괴담을 드라마틱하게 소개하는 것이 이 작품의 큰 틀이다. 이야기의 전체적인 구조나 진행과정이 매끄럽게 잘 구성된 수작(秀作)이기 때문에 이런 계통의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독자라면 아주 즐겁게 읽으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