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광조례
“아주아주 성가시고 골치 아픈 이야기를 하나 해볼까? 수십 년에 한 번, 아주 새파란 달빛이 땅 위에 내리쬘 때가 있어, 그렇게 되면, 세계가 이상하게 변해버리지, 아니, 너희들이 사는 그 세계가 아니라, 아이들이 읽는 ‘동화’의 세계가, 이상해지고 마는 거야. 그래서...
2011-06-27
김진수
“아주아주 성가시고 골치 아픈 이야기를 하나 해볼까? 수십 년에 한 번, 아주 새파란 달빛이 땅 위에 내리쬘 때가 있어, 그렇게 되면, 세계가 이상하게 변해버리지, 아니, 너희들이 사는 그 세계가 아니라, 아이들이 읽는 ‘동화’의 세계가, 이상해지고 마는 거야. 그래서 ‘동화’ 세계의 장로들은 서로 의논을 해서, 한 가지 법률을 만든 거야.” “꼭두각시 서커스”의 후지타 카즈히로가 새로운 느낌의 신작을 들고 독자들의 곁으로 돌아왔다. 제목은 “월광조례”, 푸른 달빛 ‘문 스트럭’으로 인해 엉망이 되어버린 동화세계를 구해야 하는 사명을 띤 한 남자의 이야기를 박진감 넘치게 묘사한 판타지다. “월광조례, 조례라고는 해도, 조문은 단 한 줄뿐이야, 푸른 달빛에 의해 뒤틀려 버린 동화는 용맹한 달빛으로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된다.” 신데렐라, 벌거벗은 임금님, 아기돼지 삼형제, 바리때 공주, 한 치 동자 등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수많은 동화들이 그저 책 속의 이야기인 것이 아니라 그들만의 ‘룰’이 존재하는 또 다른 차원의 세계에서 우리와 똑같은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면? 이라는 상상 하에 제작되어진 것이 여기에 소개하는 이 만화 “월광조례”의 핵심적인 설정이다. 이 ‘동화’ 세계는 평상시에는 아무 일 없이 잘 굴러가고 있다가 수십 년에 한 번씩 “문 스트럭”이라는 푸른 달빛을 쐬면 세계의 설정 자체가 뒤틀려 버리고 마는데, 이렇게 됐을 경우 동화 세계의 모든 설정들은 뒤죽박죽 엉망이 되고 만다. 가령 신데렐라가 스피드를 사랑하는 사나운 폭주족 언니가 되어버린다거나, 바리때 공주를 사랑해주고 저주를 풀어줘야 하는 왕자님이 괴물로 변해버린다거나, 한 치 동자를 지켜줘야 하는 도깨비의 방망이가 저 혼자 폭주해서 공주님을 납치한다거나 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동화 세계의 ‘문 스트럭’ 사태가 지속될 경우, 그 동화 자체가 사라지게 되고, 그 것은 현실의 세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동화세계의 장로들은 한 가지 조례를 정하고 이것을 “월광조례”라 부른다. 이 이상 사태를 “용맹한 달빛”으로 바로 잡아줄 ‘집행자’는 ‘독자 세계’라 불리는 현실 세계에서 찾아야 하며 그것을 위해 집행자의 ‘무기’가 될 수행을 해온 바리때 공주가 동화 세계를 탈출해 독자 세계로 급파된다. “조례의 집행자는 동화를 원래대로 만들기 위해 사자와 함께, 변모한 등장인물을 상대로 싸우고, 사자인 저, 바리때 공주를 무기로 삼아 싸울 수 있게 됩니다. 증거는 월광조례의 극인, 그것입니다.” 후지타 카즈히로 작품의 특색은 아주 강렬하면서도 독특한 느낌이 나는 작화다. 이 개성적인 그림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장르는 역시 판타지,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읽을 맛이 나는 작품이다. 현재 한국어판으로는 3권까지 출간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