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국의 알타이르
“투르키에 력 75년, 제국력 451년, 백사당월 3일, 투르키에 장국의 서쪽 외곽 인근 국가 발트 라인 제국과의 국경 근처에서, 한 명의 사체가 발견되었다. 그 사체는, 발트 라인 제국의 대신 프란츠, 몸에는 투르키에 장국의 문장인 초승달 장식이 그려진 화살이 꽂혀 ...
2011-06-23
석재정
“투르키에 력 75년, 제국력 451년, 백사당월 3일, 투르키에 장국의 서쪽 외곽 인근 국가 발트 라인 제국과의 국경 근처에서, 한 명의 사체가 발견되었다. 그 사체는, 발트 라인 제국의 대신 프란츠, 몸에는 투르키에 장국의 문장인 초승달 장식이 그려진 화살이 꽂혀 있었다. 제국 측의 분노는 어마 어마해, 프란츠의 피가 묻어 있는 흉기인 화살과 함께 규탄의 문서를 보냈다. 그 내용인즉슨, 해명을 하고자 한다면 귀국의 장군 1명을 제국의 제도로 파견하도록, 만약 7일이 지나도록 명확한 답변이 없을 경우, 우리 제국은, 대신 프란츠의 살해를 선전포고로 보고, 귀국과 전쟁을 벌이겠노라, 이 서신을 받은 투르키에 장국은 서둘러 장군 회의를 소집, 이것이 ‘검둥수리의 마흐무트 장군’, 그가 참석한 첫 번째 장군회의였다.” 한국의 만화 애호가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작가 카토 코토노의 첫 장편 “장국의 알타이르” 한국어판이 학산문화사를 통해 발매되었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세계관이 어디에 기원을 두고 있는지 2권만 발매되어있는 현 시점에서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작화 풍이나 설정을 살펴볼 때 현재의 터키 근방에서 동양 문명과 서양 문명이 교류하기도 하고 대립, 충돌했던 시대에서 많은 부분을 차용한 느낌이 든다. 물론 이 작품은 정통한 역사관에 기초한 리얼한 서사극은 아니다. 검둥수리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소년 장군을 주인공으로 한 명백한 판타지이며 매 회별로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 그와 함께 작은 에피소드를 쌓아나가며 큰 줄기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형식의 작품이다. “장군 회의, 투르키에 장국의 최고 결정 기관이다. 장군 회의에서 취급하는 안건은 세 개로 분류된다. 42인의 장군에 따른 다수결로 결정되는 민사, 상업에 관한 제 1회의, 대장군의 권한에 따라 지하수로 감독관 및 전략 사령관을 결정하는 제 2회의, 그리고 가장 중요시되는 것이, ‘13인의 장군’의 만장일치로만 결정되는 군사와 외교 그리고 국가범죄에 관한 제 3회의다.” 1권의 책 띠지에 “제 5회 시리우스 신인상 작가의 장편 데뷔작 발매!!”라고 크게 홍보문구가 쓰여 있는데, 이 작품을 읽어 나가다보면 이 작품이 이 작가의 첫 장편 데뷔작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 매우 수준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만화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이라 불리는 작화와 스토리부분은 말할 것도 없고, 연출, 구성, 설정, 묘사 등등 아주 작고 세세한 부분까지 많은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무엇보다도 가장 훌륭한 것은 주인공인 마흐무트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라 할 수 있는데, 이토록 많은 인물들을 매회 등장시켜 에피소드를 꾸려나가면서도 작품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이야기의 큰 축을 굳건히 지켜나가고 있는 것이 매우 놀랍다. 표지부터 주인공인 마흐무트의 매우 화려한 그림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끄는 이 작품은 굳이 구분하자면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성인보다는 청소년에게 더욱 어필할 수 있는 판타지라 생각된다. 에피소드의 구성이나 연출방식이 순정 만화의 틀을 가지고 있고 이야기의 주제도 ‘거대한 의미’보다는 작고 소소한 감정이나 느낌을 더 중요시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러나 이 작품이 매우 기대되는 것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우 훌륭한 완성도를 지닌 균형 잡힌 만화라는 데 있다. 이런 풍의 작품을 좋아하시는 독자에게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