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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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크레이터 (테즈카 오사무 걸작선 II)

“인간은 누구나 무언가 마음속에 걸리는 것을 지니고 있다. 이것을 ‘원죄’라고 부르고 있는 사람도 있다. 아마도 인간이 짐승으로부터...갈라져서 지상에 나타난 때부터... 양심의 가책은 이미 그때 태어난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 그 이후 인간은 언제나 자기 자신의 마음에...

2011-06-22 김현우
“인간은 누구나 무언가 마음속에 걸리는 것을 지니고 있다. 이것을 ‘원죄’라고 부르고 있는 사람도 있다. 아마도 인간이 짐승으로부터...갈라져서 지상에 나타난 때부터... 양심의 가책은 이미 그때 태어난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 그 이후 인간은 언제나 자기 자신의 마음에 겁을 먹고 언제나 계속 뉘우치거나 괴로워해오고 있는 것이다...그것이 동물과 다른 점이 아니겠는가...” 일본 만화계에서 “신(神)”이라는 극상의 칭호로 불리며 존경받고 있는 작가 테즈카 오사무의 ‘걸작선’이 학산문화사를 통해 한국어판으로 출간되었다. 그간 국내에는 정식으로 출간되지 않았던 <붓다>, <더 크레이터>가 먼저 출판되었고 근간에 <칠색잉꼬>도 ‘테즈카 오사무 걸작선’이라는 타이틀로 국내에 정발된다고 한다. 혹시라도 테즈카 오사무라는 거장을 모르시는 국내의 어리거나 젊은(?) 독자들을 위해 잠시 간단히 소개한다면 “신(神)”이라는 칭호에 걸맞게 현재 세계 최강의 만화-애니메이션 대국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은 일본의 만화,애니메이션 산업을 초창기부터 설계하고 구체화시켜 단단한 시스템을 만들어낸, 말 그대로 토대를 만들어낸 작가이자 사업가라 할 수 있다.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도 많은 팬들이 있는 <철완 아톰(국내제목: 우주소년 아톰)>이나 <보물섬>같은 아주 오래된 고전 명작들의 작가이자 애니메이션으로 더 유명한 <리본의 기사>나 <밀림의 왕자 레오>같은 작품들, 그리고 일본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품으로 뽑힌 의학판타지 <블랙잭>같은 명작의 작가이기도 하다. 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전후 일본에서 ‘스토리 만화’라 불리는 현재의 만화 장르를 최고의 상품이자 문화로 만들어낸 작가이자 스스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설립해 앞서 얘기한 수많은 명작들을 직접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시대를 앞서간 걸출한 사업가이기도 했다. 그런 그의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사회 전반과 인간 본성에 관해 탐구하는 날카로운 문제의식이 돋보이는, 매우 수준 높은 작품성을 갖춘 명작들이 있었는데 그 작품들이 요즘에 와서 다시금 새롭게 재조명 받고 있는 <붓다>, <불새>, <더 크레이터>, <뮤>, <아돌프에게 고한다> 등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위에 언급한 작품들은 한국어판으로 정발되었다) 여기에 소개하는 <더 크레이터>는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이 등장해 하나의 스토리를 따라 서사적인 구조로 진행되는 전통적인 기법의 만화가 아니라 매 에피소드별로 등장인물도 스토리도 다른, 단편집 느낌이 나는 작품이다. 그러나 에피소드마다 이야기나 인물은 달라도 공통적인 주제만큼은 확실히 지키고 있는데 그것이 이 작품의 뼈대이자 특색이다. 인간이 지니고 있는 죄책감, 양심, 시기심, 죽음에 대한 공포... 모든 인간의 마음 속 가장 깊은 밑바닥에 꿈틀거리고 있는 무겁고 어두운 감정을 테즈카 오사무 특유의 담담한 그림체로 표현한 단편집 <더 크레이터>는 현재 한국어판으로 1권이 출간되어 있으며, 테즈카 오사무 특유의 저력을 느껴보고 싶다면 한번쯤 읽어보시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