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 무지개 상가
“네가 네 아버지 반만 닮았어 봐! 집 나가서 통 소식 한번 없다가 느닷없이 부인하고 다 큰 애를 데려온 걸로는 부족하냐? 게다가 사진관까지 내놓으려고? 이 불효막심한 놈!” 2007년 “푸르츠”로 BICOF 청소년 만화상을 수상하고 2008년 “내일은 괜찮아”를...
2011-06-20
유호연
“네가 네 아버지 반만 닮았어 봐! 집 나가서 통 소식 한번 없다가 느닷없이 부인하고 다 큰 애를 데려온 걸로는 부족하냐? 게다가 사진관까지 내놓으려고? 이 불효막심한 놈!” 2007년 “푸르츠”로 BICOF 청소년 만화상을 수상하고 2008년 “내일은 괜찮아”를 선보였던 작가 김의정이 격주간 순정만화잡지 윙크에 연재하고 있는 신작 “떴다! 무지개 상가” 1권이 출간되었다. 무지개 상가에 위치한 풀꽃 사진관을 중심으로 의상실, 대여점, 노래방, 다방, 야채가게 등 소소한 소시민들의 일상을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엮어낸 아기자기한 만화다. “요 앞 무지개 아파트 칠공주파 형님들이여, 이쁘게 여권 사진 한 장씩만 찍어줘~” “떴다! 무지개 상가”의 주인공은 첫 에피소드인 “돌아온 탕아”의 주인공인 김마리다. 프로 사진작가인 김마리는 사진관을 하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사진을 접하게 되었고 청소년기에 공모전에서 수상도 하는 등 재능을 보였으나 아버지의 차가운 태도에 반항, 훌쩍 집을 나가 아버지가 죽은 후에야 부인과 다 큰 사내아이를 하나 데리고서 풀꽃 사진관으로 돌아온다. 원래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시작한 사진이었기에 더더욱 아버지의 냉담한 태도를 참을 수 없었던 김마리는 아직도 아버지에 대한 애증이 가시질 않은 상태였고, 아프리카로 떠난다는 목표를 위해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사진관도 현재는 부동산에 내놓은 상태다. “마리 아버지께서는 마리한테 무척 엄하셨거든요, 좀, 심할 정도로요, 한번도 마리한테 칭찬해주신 적이 없었어요, 고등학교 때 마리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는 더 엄격해지셨죠” “떴다! 무지개 상가”에는 주인공인 김마리를 중심으로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마리와는 어릴 적부터 친구로 현재는 시험공부를 하면서 거북이 대여점을 운영하는 지석,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에 언제나 훈훈한 미소로 술 한잔을 권하는 홍가네 떡집의 범구, 무언가 사람이 아닌 존재가 보이는 것처럼 미묘한 웃음을 지으며 사람을 놀래키는 바이올렛 다방의 송마담, 마리의 아버지와 매우 가까운 사이였고 그 때문에라도 마리를 보기만 하면 잔소리를 해대는 의상실 사장 김수복 등등 개성 있고 훈훈한 인물들이 매 회 등장해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를 엮어내고 있다. “뭐 솔직히 얘기하자면 그런 면도 없지 않아. 여기는 아버지 땜에 숨막혀 했던 기억밖에 없는 곳이니까, 하지만 내가 여길 벗어나려는 게 그것 때문만은 아냐, 나는….나는 우리 아버지처럼 살고 싶지 않아, 이런 구석탱이 동네에 틀어박혀서 매일같이 사진관 문이나 열고 닫으면서 매번 틀에 박힌 똑같은 사진이나 찍어대셨지, 난 그렇게 꿈도 희망도 없이 현실에 끌려 다니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아.” 대한민국의 순정만화를 대표하는 잡지 <윙크>에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는 “떴다! 무지개 상가”에는 매우 훈훈하면서도 소소한 감수성이 있다. 이런 느낌의 작품들이 묘하게 강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꽤 많은데, 이 작품도 다음 권이 기대되고 있는, 느낌 좋은 작품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