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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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의 의자

“이것은 정치에 뜻을 품고 총리대신을 목표로 한 어느 청년의 이야기다.” 일본의 유명한 성인만화가 쿠니모토 야스유키의 신작이 출시되었다. 제목은 “총리의 의자”, 기업계, 금융가, 불륜, 가족문제 등등 철저하게 성인의 문제만을 소재로 삼아, 성인의 눈높이에 맞는 ...

2010-11-02 유호연
“이것은 정치에 뜻을 품고 총리대신을 목표로 한 어느 청년의 이야기다.” 일본의 유명한 성인만화가 쿠니모토 야스유키의 신작이 출시되었다. 제목은 “총리의 의자”, 기업계, 금융가, 불륜, 가족문제 등등 철저하게 성인의 문제만을 소재로 삼아, 성인의 눈높이에 맞는 만화를 창작해 독자들에게 호평을 받아온 관록 있는 작가의 신작이라 기대가 된다. 이번 신작 “총리의 의자”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소재가 ‘정치’다. 대통령제가 기본시스템인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른 일본의 정치제도는, 내각의 수반인 총리대신이 정치권력의 정점인데, 쿠니모토 야스유키가 이 자리를 목표로 움직이는 야망 넘치는 주인공을 어떤 모습으로 그려낼지 자못 기대가 된다. “수상관저 - 그곳엔 한 개의 의자가 있다. 그것은 일본 최고의 권력자가 앉는 의자, 그 의자에 앉는 자는 오직 ‘총리대신’이란 이름의 인간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언젠가 반드시 내가 앉을 의자다.” 일본의 총리대신은 우리나라처럼 국민들의 직접투표로 선출되지 않는다. 총선거를 통해 다수의석을 확보한 여당이 내부적으로 선출하는 자리다. 그런 이유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일본의 총리대신이라는 자리는 한국의 대통령 같은 강력한 권력체계를 보장받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런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자리이기에, 그 자리를 둘러싼 이야기는 한국의 정치드라마보다 매우 풍부하고 다양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정치권력을 둘러싼 암투나 음모, 뒷거래 등등 수많은 이야기들이 존재할 것이고 그 자리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의 노력이나 열정 또한 매우 흥미진진할 것으로 여겨진다. “한때 이 당에서도 내각 인사가 수상의 한 마디로 결정된 적도 있었지만...결국 언제부턴가 파벌의 우두머리가 후보자를 추천해서 자리를 나눠먹는 예전의 형태로 돌아간 것이다.” “총리의 의자”는 아직 1권밖에 나오지 않았다. “총리대신”이라는 목표를 정하고 정치가 비서로 입문한 주인공 시라토리가 음모와 술수가 판을 치는 정계의 소용돌이를 뚫고나가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자신이 나서서 음모를 주도하기도 하고, 갑작스럽게 닥친 위기를 생각지도 못한 인연으로 극복하기도 하는데 그 스토리 진행이 매우 자연스럽고 탄탄하다. “인간이란 눈으로 생각이 드러나기 마련이야, 이 여자가 나타야마 의원을 바라보던 그 눈빛이 두 사람의 관계를 말해줬지, 그때 난 생각했다. 이 여자...분명 쓸모가 있을 거라고” 쿠니모토 야스유키는 두 가지 이유로 자신만의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하나는 매우 탄탄한 스토리, 또 하나는 에로틱한 연출과 구성이다. 이 작가는 애초부터 소년 소녀 독자들을 대상으로 만화를 그리지 않는다. 표현수위도 매우 높고 스토리 자체도 성인들의 눈높이에 맞춘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만화의 경계를 고려하지 않는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성인독자들로서는 이 작가의 만화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성인들만이 느낄 수 있는 재미를 확실히 보장해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