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RED)
“위대한 여행자와 그 추종자가 강림했을 때, 지상엔 아직 아무 것도 없는 대지뿐이었다. 위대한 여행자와 그 추종자는 땅을 쌓고 하늘을 만들며, 땅을 깎아 바다와, 강을 만들었다. 위대한 여행자와 그 추종자는 남겨진 땅에서 두발 달린 자와 네발 달린 자, 하늘을 날아다니...
2010-10-24
김진수
“위대한 여행자와 그 추종자가 강림했을 때, 지상엔 아직 아무 것도 없는 대지뿐이었다. 위대한 여행자와 그 추종자는 땅을 쌓고 하늘을 만들며, 땅을 깎아 바다와, 강을 만들었다. 위대한 여행자와 그 추종자는 남겨진 땅에서 두발 달린 자와 네발 달린 자,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 발이 없는 것, 그 모든 생물을 만들었다. 위대한 여행자와 그 추종자가 도착한 대지, 바다를 건너온 백인들은 그 대지를 신대륙이라 불렀다.” “RED”는, 인디언 전사와 일본인 사무라이가 짝을 이루어 1800년대의 아메리카 대륙을 무대로 투쟁을 벌이는 박진감 넘치는 만화로, 탁월한 드라마 구성이 빛을 발하는 무척이나 재미있는 작품이다. “인디언도 중국인도 일본인도 모두 백인의 ‘밑’이란걸 명심해.” 인디언 전사와 일본인 사무라이라는 아주 이색적인 캐릭터를 조합시키고, 우리에겐 옛날 서부영화의 영향으로 ‘정의의 사도’로 인식되어있는, 개척시대 미국 기병대를 악역으로 등장시켜 굵직한 느낌의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RED”는, ‘잘 만들어진 상업만화란 바로 이런 것이다’ 라고 온몸으로 주장하고 있다. “저것은, 조국을 버리고...긍지를 버리고...모든 것들을 버렸어도 오직 한 가지...버릴 수 없었던 물건이었어.” 이 작품의 중심인물은 세 명이다. 기병대의 습격으로 사랑하는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증오에 불타는 인디언 전사 레드, 내란에 실패하고 모든 동료들이 할복했지만 자신만 미국으로 도망쳐 비굴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에 괴로워하는 일본인 사무라이 이에로, 어떤 때는 창녀로 어떤 때는 건맨으로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발랄한 백인 아가씨 엔지가 이 작품을 이끌어 나가는 주인공인 것이다. “필요 없어요, 땅은 누구의 소유도 아닙니다. 그런 식으로 살아 왔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살 곳을 잃고 있는지도 모르겠군요...하지만 이런 땅은...더 이상 필요 없습니다.” “RED”의 매력은 팀플레이에 있다. 인디언 전사 레드의 무기는 거대한 도끼와 사냥용 칼, 사무라이 이에로의 무기는 격투술과 6피트가 넘는 저격용 장총(타네가시마), 발랄한 명사수 엔지는 아름다운 미소와 44구경 권총이다. 이들 셋은 적을 만나면 절묘한 팀웍으로 액션영화의 합(合)을 보는 듯한 아름다운 전투를 보여준다. 특히 레드의 거대한 도끼가 마치 부메랑처럼 공기를 가르고, 자신의 키보다 훨씬 더 긴 타네가시마로 원거리에서 적을 저격하는 명사수 이에로의 전투 장면은 정말 멋지다. 레드의 원수이자 삶의 목표인 제 7기병대 블루 소대원들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드라마틱한 복수를 감행하는 백발의 인디언 전사 이야기 “RED”는, 스토리, 연출, 작화, 캐릭터 등 상업 만화로서 무엇 하나 빠지는 것 없이 독자에게 완벽한 재미와 감동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