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비지가든
“이런 표현... 비웃을지 모르지만 어제만 해도 난 사랑스런 여자 아이였다....그리고 오늘, 남자가 되었다.” “savage” : 1. 야만적인, 야만인의, 미개한, 2. 황량한(wild), 거친, 3. 잔인[포악]한(brutal);사나운, 무지막지한(fero...
2010-03-21
석재정
“이런 표현... 비웃을지 모르지만 어제만 해도 난 사랑스런 여자 아이였다....그리고 오늘, 남자가 되었다.” “savage” : 1. 야만적인, 야만인의, 미개한, 2. <토지·장소가> 황량한(wild), 거친, 3. 잔인[포악]한(brutal);사나운, 무지막지한(ferocious), 야생의(untamed), 4. <행동 등이> 천한, 무례한, 5. (말·공격 등이) 가차 없는, 맹렬한 이현숙의 신작 “Savage Garden”은, 귀족가의 도련님들만 다니는 어느 기숙형 사립학교에 남장을 하고 다니게 된 비밀의 소녀 제레미(본명 가브리엘)가 겪는 음울한 이야기다. 이런 식의 남장여자 스토리는 순정만화에서 자주 써먹는 공식이고, 이 작품에서도 역시 주인공인 제레미가 그 역을 맡으면서 이야기의 전체적인 긴장감을 유지시키며 작품의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다. “내가 살던 고아원은, 언제나 궁핍한 음식과 차가운 잠자리, 친한 친구가 언제 하인으로 팔려갈지 모르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곳 사립학교의 소년들은 집에서 정기적으로 보내온 선물을 기다리며 새로 산 커프스 단추를 자랑하고 따뜻한 햇살 아래의 나른한 고양이 같은 생활을 한다.” 작가가 작품의 제목을 “Savage Garden”이라 한 것은 아마도, 작품을 읽으면서 “savage”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중의적인 의미가 독자의 머릿속에 모두 연상되길 원한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신분을 부여받고 혜택 받은 삶을 사는 귀족 가의 도련님들은, 밤이 되면 남색(男色)을 즐기고, 매음굴에서 창녀들과 함께 앱상트를 마시며,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말(馬)을 쏴 죽이는 잔인한 행동도 서슴없이 저지른다. 하녀들을 물건 취급하는 것은 기본이고, 가장 이기적인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식의 행동들이 난무한다. 이런 “savage”한 장소에, 그것도 남장을 하고, 어느 날 갑자기 뚝 떨어져버린 주인공 제레미는 자신의 가치관과 행동방침들이 모조리 부정당해야 하는 혼란에 빠진다. 그러나 이런 장르의 작품들이 다 그렇듯이, 전혀 귀족적이지도 않고, 전혀 남자다운 구석도 없는 제레미의 어색한 행동과 언어들은 ‘고귀한 도련님’들에게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너한테 선택권은 없다. 내가 그만두라고 할 때까지 넌 제레미로 살아야 한다. 내게서 달아날 생각일랑 버리는 게 좋아.” 이 작품의 키포인트는 주인공인 남장 여자 제레미를 중심에 놓고, 여러 명의 아름다운 도련님들이 각자의 사연과 각자의 방식으로 엮여져 가는데 있다. 제레미 역시 숨기고 있는 자신만의 비밀이 있는데, 도련님들의 리더 격인 켄싱턴 형제의 비밀과 함께 이 작품을 지탱하는 두 가지 축으로 작용한다. 현재 2권까지 출간되어 있는 “Savage Garden”은, 순정만화잡지 월간 “issue”에 연재되고 있는 작품으로 탄탄한 드라마 구성과 날카로운 느낌의 작화가 잘 어우러져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