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메이커 (PEACEMAKER)
“개척지에서 건너왔다는 그 유명한 대부호 필립 크림슨이 거느린 사설군대...개척지의 전장에서 이름을 날렸던 프로페셔널 총사들의 집단, 소문으로는, 이 나라의 군대가 달려들어도 감당할 수 있을지 어떨지 알 수 없는 놈들이라니...마을 한두 개 박살내는 것쯤이야 아무 것도...
2009-12-01
김진수
“개척지에서 건너왔다는 그 유명한 대부호 필립 크림슨이 거느린 사설군대...개척지의 전장에서 이름을 날렸던 프로페셔널 총사들의 집단, 소문으로는, 이 나라의 군대가 달려들어도 감당할 수 있을지 어떨지 알 수 없는 놈들이라니...마을 한두 개 박살내는 것쯤이야 아무 것도 아니겠지.” “스프리건”, “암스” 등의 작품으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작가 미나가와 료우지의 신작 “피스메이커”가 출시되었다. 이번에 들고 온 장르는 매우 독특한 판타지로, “암스”에 필적할만한 대작으로 성장할 것 같은, 좋은 느낌이 오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아니, 싫어, 미안하지만...당신은 이 총을 건드릴 자격이 없거든, 당신, 이제까지 몇 사람의 인생을 빼앗았지? 당신의 손은...피로 새빨갛게 물들었어.” “피스메이커”에서 돋보이는 것은 매우 독특한 세계관이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세계는 미국의 서부 개척지 시대를 본 딴 판타지 세계로(결코 미국이 배경이 아니다. 가상의 세계다), ‘듀얼’이라 불리는 총사들의 목숨을 건 사격대결이 펼쳐지고, 도시마다 ‘듀얼’ 대회를 개최해 주민들에게 도박판과 볼거리를 동시에 제공하곤 한다. 오래된 서부영화에 등장하는 익숙한 모습으로 카우보이들과 보안관, 신사, 술집작부, 이주 노동자들 등이 ‘타운’을 형성해 살아가고 있고, ‘총사’라 불리는 주인공들은 자신이 아끼는 권총을 허리에 차고 다니며 ‘듀얼’에 참가해 자신만의 독특한 사격기술로 상대편 총사를 쓰러뜨린다. 마치 독특한 서부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의 “피스메이커”는 일단 배경과 세계관, 설정만으로도 합격점을 줄만하다. “듀얼은 경험이다. 삶과 죽음의 순간을 수없이 헤쳐 왔던 경험이야 말로 승리의 열쇠다!” “피스메이커”의 세계는, 총으로 먹고사는 남자들의 이야기만으로 한정되지는 않는다. 미나가와 료우지는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복잡하면서도 거대한 음모론을 작품의 배경에 깔고 아주 작은 것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독자들을 자연스럽게 자신이 창조한 새로운 세계로 끌어들인다. 작가의 손에 의해 새롭게 창조된 개척시대 세계에서, 총사, 용병, 귀족, 대부호, 도박사 등등 각자의 빛을 발하는 개성적인 등장인물들이 이야기의 구성을 두텁게 한다. 2권으로 넘어가서는 옛날 동양의 신비한 왕국 같은 나라가 등장하기도 하고, 서부영화에서 가장 로맨틱한 설정이라는 거대한 유람선도 등장한다. 작가의 팬으로서 “피스메이커”를 읽고 있노라니 미나가와 료우지가 아주 즐겁게 작업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아마도 작가는 이 시대에 대한 거대한 동경이 있었나보다. 마치 어린 시절 자신이 꿈꾸었던 상상의 세계를 표현하듯, 세밀하고 운치 있게, 작품의 줄거리를 풀어나가고 있다. “이 총이 심판을 내리는 것은 악마...사람의 인생을 태연히 빼앗을 수 있는 인간의 가죽을 뒤집어 쓴 악마 뿐.” “피스메이커”는 현재 2권까지 출시되어 있다. 이런 류의 만화를 좋아하시는 독자들이라면 즐겁게 볼 작품으로 고전적이면서도 새로운, 독특한 느낌의 액션활극을 즐겨보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