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 (골드)
“아아…그런 거였나? 영감이 말했던 게…이 다음에 아저씨가 돼서 인생에 지칠 무렵, 어쩌면 난 이 장면을 떠올리며 눈부시다고 느낄지도…아니 분명 그럴 거다. 청춘이라는 건 반짝반짝 눈부시게 빛나는 것, 그렇다면 색은 아마도 골드겠지.” 불량아들을 소재로 한 학원 ...
2009-09-29
김현우
“아아…그런 거였나? 영감이 말했던 게…이 다음에 아저씨가 돼서 인생에 지칠 무렵, 어쩌면 난 이 장면을 떠올리며 눈부시다고 느낄지도…아니 분명 그럴 거다. 청춘이라는 건 반짝반짝 눈부시게 빛나는 것, 그렇다면 색은 아마도 골드겠지.” 불량아들을 소재로 한 학원 폭력물의 전통은, 정말 질리지도 않고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인기만화 소재다. 꾸준히 봐주는 독자층(아마 주로 10대 남자 애들이겠지만)이 항상 존재하고, 나름 스토리의 법칙이 존재하며, 캐릭터의 다양성에 따라 얼마든지 이야기가 확장되어 갈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가끔 이런 학원 폭력물 중에서, 단순히 10대 남자애들의 폭력에 대한 환상을 부추기며 끝나는 것이 아닌, 정말 진지하게 인생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는, 그 시절에만 경험할 수 있는 어떤 무거움을 전하고자 하는 작품들이 있다. 굳이 예를 들 필요도 없지만, “비바 블루스”(원제: 로꾸데나시 블루스)가 그랬고, “크로우즈”가 그랬으며, 여기에 소개하는 “GOLD”가 그랬다. “난 원래 의사가 될 생각 같은 건 없었으니까, 고등학교는 어디든 상관없어요, 음악을 하면서 살고 싶어요, 그거 말곤 생각 안 해봤거든요.” “GOLD”의 강점은 “리얼함”이다. 물론 주인공인 스바루가 겁나게 싸움을 잘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보육원에서 공수도를 배워 온, 타고난 운동신경의 소유자로 그려지고 있다. 어쨌든 여기에 등장하는 세 명의 주인공들에겐 각자의 꿈이 있고, 각자의 사정이 있다. 스바루는 무엇을 해야 할 지 아직 잘 모르고 딱히 정한 것도 없이 싸움이나 하고 돌아다닐 뿐이지만, 그건 겉모습일 뿐이고 이야기가 진행되어 갈수록 “오사카 최고의 싸움왕”을 목표로 하게 된다. 스오는 의사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나 아버지의 각별한 기대를 받았지만 음악이라는 거대한 목표에 심취해 뮤지션이 되길 결심하면서 아버지와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간다. 고타는 도장공이었던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세 친구들 중 누구보다도 인생에 있어 시련을 겪으며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이 세 명의 불량아를 주인공으로 아주 탄탄한 스토리를 정공법으로 풀어나가는 “GOLD”는 아이든 어른이든 한 번쯤 읽어 볼만한 만화다. “젊음이란 그런 거야…무지하고 무력하고 단순하고 그러면서 자존심만은 강해서 우습게 보이지 않으려고 허세도 부리고, 하지만 너도 언젠가 어른이 돼서 그런 멍청한 짓을 할 수 없는 입장이 되면 분명 그런 시간이 반짝반짝 눈이 부시게 빛나 보일 거야.” “GOLD”는 현재 10권까지 나오고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상태다. 10권 마지막 작가의 말에는 “11권에서 뵈어요”란 인사 멘트가 분명히 있는데 어째서 한국에서는 이렇게 어정쩡한 상태로 발매가 중단되었는지 모르겠다. 일본의 소년화보사나 서울문화사에 물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