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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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코스 (Glaucos)

“4분 이상…아니 5분?! 만약 신이 있다면…왜 이 늙은이한테…저 소년을 만나게 한 걸까?” 프랑스가 낳은 세계적인 영화 감독 뤽 베송이 만든 영화 중에 1988년 作 “그랑블루”라는 영화가 있다. 돌고래를 가족처럼 여기는 신비한 청년과 그의 유일한 친구이자 라이...

2009-10-06 석재정
“4분 이상…아니 5분?! 만약 신이 있다면…왜 이 늙은이한테…저 소년을 만나게 한 걸까?” 프랑스가 낳은 세계적인 영화 감독 뤽 베송이 만든 영화 중에 1988년 作 “그랑블루”라는 영화가 있다. 돌고래를 가족처럼 여기는 신비한 청년과 그의 유일한 친구이자 라이벌인 이탈리아 남자, 그리고 그 청년을 사랑한 한 여자의 이야기로, “잠수부”라는 경이롭고 새로운 세계를 나에게 가르쳐 준 영화이기도 하다. 그 영화가 워낙 나에게 큰 충격을 주어서인지, 지상의 모든 것을 버리고 주인공이 심연의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가던 아름답고 슬픈 앤딩이 한참 동안 가슴을 먹먹하게 했던, 그 절절한 느낌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저긴 수심이 겨우 50M, 세계기록은 몇인 거 같나? 자기 힘만으로 잠수하는 경기의 세계기록은 90M!! 목숨을 건 자기 능력의 증명…” “군계”의 작가 다나카 아키오의 2004년 作 “글로코스”는 “그랑블루”의 영향을 받아 태어난 작품이 거의 확실하다. 마치 “그랑블루”의 인상 깊은 장면들에 극진한 애정을 갖고 만화적 형식의 오마쥬를 바치듯이, 넓은 바다, 그 푸르른 세계를 펜과 선의 흑백의 세계로 바꿔놓은 그런 만화다. 주인공인 시세의 출생과정부터 돌고래와 인연을 맺어주는 그 자상한 오마쥬는, 작가에게 “그랑블루”가 끼쳤을 지대한 영향을 어림잡아 짐작할 수 있다. “능력은 있지만 쓸 줄을 몰라, 훈련이 필요해, 내 지도가, 나와 같이 섬을 나가자, 선택 받은 자만이 볼 수 있는 깊은 곳의, 그 끝을 보고 싶진 않나?” “글로코스”는 영화 “그랑블루”와 그 형식과 이미지에 있어 매우 유사하지만, 절대로 표절이나 각색은 아니다. 전혀 다른 인물들과 전혀 다른 상황, 전혀 다른 스토리로 만들어진 별개의 작품이다. 철학적인 성찰이나 심연의 세계에 대한 동경보다는 주인공인 시세의 성장스토리로 보는 것이 더 바람직하며, 작가 특유의 사실적인 그림체로 극적 긴장감을 높여주는, 만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연출방식도 매우 느낌이 좋다. “태고 적 인류의 선조가 아직 바다에 있던 시절처럼…자유자재로 비장을 쓸 수 있는 인간이 존재한다면…기적이야.” “글로코스”는 갑작스런 결말이 조금은 실망스러운 작품이지만, (전 4권) 다나카 아키오의 팬이라면 무척이나 좋아할 만화고 그렇지 않더라도 충분히 재미와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인간능력의 한계나 육체의 비밀 같은 과학적 관심은 차치하고서라도, 무언가에 도전하는 인간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보여주는 작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