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센
“카사기지방에 오면 지나쳐선 안 되는 꽃이 둘 있다. 그 하나는 센나리 신사의 만발한 벚꽃, 또 하나는 이 고장 주변은 물론이요, 에도의 북재경전에서도 이 꽃에 대해선 글로 다 표현 못했다 전하니, 대대로 번창해온 유서 깊은 요릿집 ‘일승암’의 명예로운 꽃, 그곳에 핀...
2009-10-08
유호연
“카사기지방에 오면 지나쳐선 안 되는 꽃이 둘 있다. 그 하나는 센나리 신사의 만발한 벚꽃, 또 하나는 이 고장 주변은 물론이요, 에도의 북재경전에서도 이 꽃에 대해선 글로 다 표현 못했다 전하니, 대대로 번창해온 유서 깊은 요릿집 ‘일승암’의 명예로운 꽃, 그곳에 핀 꽃의 이름은, 한다센, 통칭 사람들은 ‘오센’이라 하니, 우선은 주목할지어다~” 한 나라의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음식이 있을 것이고, 옷이 있을 것이고, 집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의,식,주와 관련된 여러 가지 것들, 그릇이라던가, 다기같은 찻잔, 병풍이나 액자같은 그림, 쉽게 흥얼거리는 노래 등등 우리가 통칭 ‘문화’라고 부르는 형태나 물건들이 거기에 해당될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한 나라를 상징하는 문화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사람들의 생활에 관련된 물건, 양식들이 몇백년이 넘는 세월동안 자신만의 형식과 형태를 갖추고 살아남아 온 것을 ‘전통’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어린 애 같은 소리 그만해라, 꼬마, 골동품이란 것은 파는 것도 사는 것도 자기 책임, 진짜보다 가짜가 아주 많은 이 세계에선 그런 어줍잖은 정의는 통하지 않는다. 진짜를 보는 눈을 가졌으면 이런 쓰레기엔 눈길도 안 갔을텐데...비싼 수업료 지불했다고 생각하고 단념하시게나.” 여기에 소개하는 만화 “오센”은 유서 깊은 요정 ‘일승암’의 여주인 오센의 일상을 통해 요리, 의복, 도자기, 그림 등등 일본을 대표하는 전통문화를 소개하고 그에 얽힌 감동적인 이야기를 짜임새 있는 극화로 표현해낸 격조 있는 작품이다. 작가인 키쿠치 쇼타는 책머리에 ‘술, 요리, 도자기, 억새지붕....일본의 미를 상기시키는 제 스스로 아주 끌리는 몇몇 사상, 사항을 만화로 그리다보니 이런 작품이 되었습니다. 아참, 그리고 물론 여성도...“ 란 멘트로 ”오센“이란 작품의 기획의도를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일본문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오센”을 읽으면서 기쁨에 찰 것이고 설령 일본문화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구미가 당길만한 고급스러운 정보와 작은 깨달음을 주는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물건의 진위나 가치를 아무리 안다한들, 아무리 감정에 능하다한들, 그보다 중요한 게 있다. 그 물건을 이해한다고 하는 것이다.” “오센”은 동명의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일본 NTV에서 2008년에 방영되었다. 사실 드라마가 화제가 되었던 이유는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높은 일본의 인기 여배우 ‘아오이 유우’가 오센 역을 맡았다는 것이었는데, 드라마와 원작만화를 모두 본 이 시점에서 나름 판단하자면, 콘텐츠로서는 원작만화가 훨씬 작품성과 완성도가 높다는 것이다. 드라마는 매체의 특성상 원작만화의 인상 깊은 에피소드를 기본 줄거리로 삼고 비쥬얼에 신경을 쓰는 모습을 많이 보였지만, 원작만화는 만화만이 표현할 수 있는 장르적 특징을 한껏 살려 작가가 풀어내고자 하는 전통의 미학을 아주 체계적으로 구성해내었다. “오센”의 매력은 비록 만화주인공이지만, 전통이라는 아름다움으로 온몸을 두르고 일상 속에서 사람들을 대할 때 대접에 부족함이 없는 빼어난 ‘기술’을 자신 안에 체화시킨 일종의 ‘장인(匠人)’을 보는 즐거움이다. 그 오래되고 굳건한 사상(思想)은 지켜보는 이로 하여금 감동을 전해주는 매력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