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스페이스 판타지아 (2001야화)
“이름도 없는 한 마리의 실험 원숭이인 그는, 지구와 암흑의 심연 틈새에서 더욱 더 깊은 사색에 잠겼다…인간에 의한 첫 궤도비행이 이루어진 것은 그 이듬해인 1961년이었다.” 명작(名作)의 반열에 오른 작품들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읽어보면 알게 된...
2009-09-10
김진수
“이름도 없는 한 마리의 실험 원숭이인 그는, 지구와 암흑의 심연 틈새에서 더욱 더 깊은 사색에 잠겼다…인간에 의한 첫 궤도비행이 이루어진 것은 그 이듬해인 1961년이었다.” 명작(名作)의 반열에 오른 작품들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읽어보면 알게 된다. 한 명의 작가가 창조해낸 작품 하나가 수많은 독자들에게 영감을 주고, 진리에 다가가게 해주며, 주위를 돌아보며 깊은 사색에 잠기 게 만드는 일들을, 우리는 감동(感動)이라는 단어로 설명하곤 한다. 그것이 만화던 소설이던, 영화던 드라마던 간에 사람들을 감동의 늪에 빠지게 만드는 작품, 그 것을 우리는 명작(名作)이라고 부른다. 여기에 소개하는 호시노 유키노부의 “2001 SPACE FANTASIA”는 일본에서 출간된 지 근 25여년(1985년 발매)이 지나서야 한국어판으로 정식 발매된 SF 판타지계의 명작이다. “누나, 이 통신에는 1초의 시차가 발생해. 난 누나가 있는 곳에서 빛의 속도로 1초가 걸리는 세계에 있다는 뜻이지, 여긴 인간이 살 곳이 아니야. 인간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모든 것과 완전히 단절된 세계라고, 하지만 그 이상으로 우리를 우울하게, 참을 수 없게 만드는 게 있어, 그게 뭔지 알아? 그건 우주가 전부 이럴지도 모른다는 상상이야, 인간이 가고자 하는 모든 우주가 죄다 이런 죽음의 세계라면? 한 줌의 생명조차 존재하지 않는 곳이라면? 그런 우주에 무슨 의미가 있지? 우린 대체 뭘 바라고 끝없는 죽음의 세계로 진출하려는 거야?” “2001 SPACE FANTASIA”는 총 3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1984년부터 월간 슈퍼액션이라는 잡지에서 2년간 연재된 작품으로 총 20개의 에피소드가 서로 연관이 없는 듯 하면서도 결국에는 서로 다 엮어져 있는 치밀한 짜임새로 읽는 이를 빠져들게 하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은 크게 세 가지의 테마를 다루고 있다. 첫 번째의 테마는 “왜 인류는 우주로 나가려 하는가?” 두 번째는 “인류는 우주로 나가서 적응할 수 있을 것인가?” 세 번째는 “인류는 과연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 것인가?” 이다. “신은 털북숭이 아담과 이브를 창조했는지도 몰라! 하지만 그걸 인간으로 바꾼 건 대체 뭐였지? 원숭이에게 지혜를 주고, 도구를 발명케 하고, 마침내 문명을 이룩하게 한 것은 대체 무엇이었냔 말이다. 라몬! 마왕성이 악마의 별이라고 한다면…인류를 타락으로 이끌었던 별이라고 한다면…라몬, 과학은…인간은 처음부터 저주받은 존재였단 말인가?!” “그것이…그것이 인간의 원죄요…클리버” 개인적으로 “2001 SPACE FANTASIA” 최고의 에피소드는 1권의 여덟 번째 에피소드인 “악마의 별”이었다. 밀턴의 ‘실락원’을 적절히 인용하며 반물질 행성 루시퍼를 탐사하는 이 에피소드는 인류의 근원에 다가서는 깊은 철학적 질문을 내게 던져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