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변호사 나리타마코토 (가짜 출생신고서)
“환락가가 결집한 도시, 도쿄, 여기 이전엔 법을 다뤘으나 법에 배반당한 변호사가 있다. 나리타 마코토, 하지만 그는 지금도 결코 법에 절망하지 않고 법을 믿으며 살아가고 있다. 번화가의 혼잡함에 몸을 숨기고, 이름과 직업을 바꿔가며 저지르지도 않은 ‘변호사 살인 및 ...
2009-07-02
석재정
“환락가가 결집한 도시, 도쿄, 여기 이전엔 법을 다뤘으나 법에 배반당한 변호사가 있다. 나리타 마코토, 하지만 그는 지금도 결코 법에 절망하지 않고 법을 믿으며 살아가고 있다. 번화가의 혼잡함에 몸을 숨기고, 이름과 직업을 바꿔가며 저지르지도 않은 ‘변호사 살인 및 방화, 횡령, 배임’ 혐의를 벗기 위해 진범을 찾고 있다. 그는 변호사 등록을 말소 당하고 도망 중인 변호사다.” 일본 만화의 단골 소재 중 하나는 바로 법률이다. 주로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만화에서 자주 다뤄지는 것이 변호사들의 이야기인데 아무래도 생활과 법률은 떨어질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기에 그런 것 같다. 사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아주 조그만 접촉 사고가 나더라도 당장 법률을 들먹이는 현 세태에서, 법에 관해 무지하다는 것은 아주 무서운 일이고 사소한 상식으로라도 법에 관한 사항을 알고 싶은 것이 일반인들의 바램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일본 만화는 아주 다양한 소재와 방법을 동원해 인상 깊은 변호사 캐릭터를 만들어왔으며 탄탄한 구성의 법률 만화를 꾸준히 출간해 왔다. “신입 변호사가 선배 변호사를 살해하다니, 전대미문의 사건이라 그런 가십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뿐이지. 누구나 자신이 있는 법조계가 더러워지지 않길 바라니까, 확실히 당시 나리타는 무죄를 주장했어, 지금도 법을 조사하는 걸 보면 그의 주장은 변하지 않은 모양이야. 나리타는 아마도 도망치면서 자신의 무죄를 증명할 방법을 찾을 생각이겠지, 하지만 정말로 자신에게 죄가 없는 사람은 도망치지도 숨지도 않아, 설령 사회 전체가 적이 됐더라도 자신의 가족이나 긍지를 위해 마지막까지 법정에서 싸우는 거야.” “도망변호사 나리타 마코토”는 옛날에 인기 있었던 미국 드라마 “도망자”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도망자”의 주인공 킴블 박사는 의사였지만, 주인공의 직업만 다를 뿐 작품을 풀어나가는 구성법은 “도망자”와 거의 유사하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수배중인 변호사 나리타 마코토가 진범을 찾기 위해 신분을 속인 채 살아가다가 많은 사람들과 만나게 되고, 그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는 법률지식을 통해 어드바이스 해줌으로써 그들을 위기에서 구해주지만, 정작 자신의 누명은 벗지 못한 채 계속 도망자의 삶을 살아간다는 내용이다. 이런 류의 만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탄탄한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사건에 처한 당사자와 그를 도와주려는 주인공, 그리고 주인공을 시시각각 엄습해오는 경찰의 수사망이 적절히 배합되어 읽는 이에게 계속적인 긴장감을 주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도망 변호사 나리타 마코토”는 실패작이라 할 수 있다. 일단 무엇보다도 이야기가 재미가 없다. 커다란 줄기 아래 무수히 많은 잔가지들을 뻗어나가게 할 수 있는 만화 형식이지만 각각의 에피소드가 그저 지루할 뿐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 그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이라면 이야기에 공감이 가겠지만, 결정적으로 만화가 너무 재미없다는 것이 치명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