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루 (摩天樓)
“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어제 여고생의 자폭으로 25명의 시민이 사망하고 120명이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이런 사태가 일본에서 일어나리라곤 전혀 예상도 못했던 일입니다! 당신의 힘을 빌리고 싶습니다. 당신은 예전에 미 특수부대 델타포스에 소속되어 10년간의 실전경험이 ...
2009-02-26
유호연
“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어제 여고생의 자폭으로 25명의 시민이 사망하고 120명이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이런 사태가 일본에서 일어나리라곤 전혀 예상도 못했던 일입니다! 당신의 힘을 빌리고 싶습니다. 당신은 예전에 미 특수부대 델타포스에 소속되어 10년간의 실전경험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바로 옆 나라 일본은 공식적으로는 군대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자위대”라는 명목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 정도의 규모와 위력을 자랑하는 비공식 군대가 있다. 차세대 전쟁의 선도무기 1순위라는 이지스함도 4대나 보유하고 있고 육해공으로 나뉘어 일본 각지에 주둔하고 있는 자위대의 병력과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하다. 그런데 왜 일본에는 공식적으로 군대가 존재하지 않는가? 그건 일본이 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가로서 헌법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평화헌법에 의해 전수방위를 목적으로 자위의 수단만을 지닐 수 있다. 즉, 작전을 수행할 병력과 장비는 있는데 작전을 수행할 권한이 없는 것이다. “SAT와 특별경비대 저격팀의 사정거리는 겨우 8백 미터에서 1천 5백 미터야! 하지만 녀석들은 2천 미터부터 2천 오백 미터까지도 백발백중으로 처리하지! 그녀가 3천 미터의 거리에서 적을 쓰러트리는 것을 본 적도 있어!” 일본계 미국인으로서 미 특수부대인 델타포스에서 “전설의 시그마”라 불리던 남자 류 로저스가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알게 된 한 여성을 사랑하게 되면서 일본인으로 귀화할 결심을 하게 된다. 그러나 워낙 화려한 경력을 가진 그를 일본 정부는 그대로 놔두지 않는다. 국가와의 특수계약으로 무기를 휴대하는 것을 인정하되 나라에서 필요한 일이 있을 때는 언제든지 협조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귀화의 조건으로 삼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 내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테러, 음모에 류가 활약하는 이야기가 여기에 소개하는 만화 “마천루”의 내용이다. 일종의 “고르고 13” 변형버전의 만화라고 할 수 있는데 주목해야 할 점은 작가의 의도다. 몇 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작가는 일본이 테러나 전쟁, 국제적인 음모에 굉장히 무방비 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공공연히 자위대의 군대로서의 승격을 부추기고 있다. 물론 여기에서는 주인공인 류에 의해 암살당하는 자위대의 간부를 통해 우회적으로 처리하고 있지만 그 군인이 계획했던 일, 그로 인해 맞이하는 죽음의 이유 등등을 꽤나 극적으로 비장하게 처리하면서 일본의 자위대는 소속감과 명예로움을 가질 수 있게 되어야 한다고 부추기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마지막 에피소드다. 북한의 핵무기는 전 세계가 공공연히 주목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이지만 바로 인접한 우리보다는 바로 옆 나라 일본이 더더욱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만화에서는 반대로, 북한을 견제하기 위해 수상이 비밀리에 중성자폭탄을 만들어 북한에 발사하겠다는 작전을 짜고 주인공과 북한 특수부대와의 전투를 묘사하고 있다. 한국독자로서 참 씁쓸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