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입시전설 꼴찌, 동경대 가다!
“입시에 지능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필요한 것은 끈기와 테크닉이죠, 주도면밀한 전략 하에 착실한 훈련을 쌓으면 충분히 합격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주목 받는 대학은 경쟁상대를 찾을 필요도 없이 오직 서울대다. 물론 연세대나 고려대 같은 사립 명문...
2009-02-23
석재정
“입시에 지능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필요한 것은 끈기와 테크닉이죠, 주도면밀한 전략 하에 착실한 훈련을 쌓으면 충분히 합격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주목 받는 대학은 경쟁상대를 찾을 필요도 없이 오직 서울대다. 물론 연세대나 고려대 같은 사립 명문들도 있지만,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대학이 어디냐고 물으면 다들 “서울대”를 답할 것이다. 서울대가 이렇게까지 높은 위상을 가지게 된 것은 현재 대한민국 사회의 시스템을 움직이는 사람들을 가장 많이 배출해낸 학교, 소위 말하는 ‘학연의 정점’에 올라가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다 말로는, 학연 지연의 사회를 배척하고 자유로운 발상과 개성을 존중하는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나야 된다고 말은 하지만 정작 자신의 자식은 서울대에 들어가주었으면 하는 것이 대한민국 학부모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그리고 그 솔직한 마음을, 대한민국의 현 세태를, 해마다 그 부피와 정도를 불려가는 입시교육 열풍이 여과 없이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모르는 게 아냐, 어른들이 가르쳐주지 않는 거지, 그 대신… 미지의, 무한의 가능성이 있다고 아무 근거도 없는 무책임한 망상을 심어주고 있을 뿐, 그런데 놀아나서 개성을 살리면서 남들과 다른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야! 사회란 그런 시스템이 아니니까! 그런걸 모르고 밖으로 나가면, 그 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건 불만과 후회가 소용돌이 치는 현실이다.” “최강입시전설 꼴찌, 동경대 가다”는 우리나라의 교육환경과 너무도 유사한(사실 일본의 교육시스템을 거의 다 그대로 가져온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거겠지만) 일본의 교육환경에서 ‘일본의 서울대’ 격인 동경대에 성적 꼴찌인 학생을 1년 안에 합격시킨다는 설정의 만화다. 총21권으로 이루어진 이 만화는 대부분이 ‘동경대 입시’에 관한 테크닉과 학습법, 마인드 컨트롤 등 입시생에게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철저한 고증과 자문, 취재를 통해 만화라는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사실 ‘만화의 내용’이 아니다. 작가나 편집부가 이 만화를 읽는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아주 간결하다. “인생의 승자가 되고 싶으면 먼저 일류대학에 들어가라, 왜냐고? 그게 현 사회의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너희들은 평생 빼앗기고 속아야만 하는 패자가 되도록 이 사회는 굴러가고 있다.”라는, 인정하긴 싫지만 현실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개성이니 꿈이니 하는 추상적인 말에 속지 마라, 사회는 결코 너희들의 꿈 따위 인정하지도 받아들일 생각도 없다. 그런 걸 펼치고 싶으면 너희가 유리한 위치에서, 사회가 너희들을 바라보게 만들어라, 그것의 첫 번째 좌표가 ‘동경대(서울대)’다. 라는, 아주 무서운 사회경험을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씁쓸하지만, 사실 진리에 가깝다. 민주주의라는 가면을 쓰고 뒤에서 착취의 시스템을 만들고 있는 자본주의의 실체가 그렇기 때문이다. 그건 일본도, 한국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