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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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시도 긴

만화의 본질은 글과 그림이 합쳐진 시각적인 이야기이며 엔터테인먼트산업의 선두에 서있는 문화상품이다. 이러한 성격을 지닌 상품으로서 만화가 갖추어야 할 최고의 덕목은 상상력과 재미이다. 이 두 가지를 종이위에 구현하는데 있어 뛰어난 그림과 연출이 필요함은 말할 것도 없고...

2008-10-22 박현수
만화의 본질은 글과 그림이 합쳐진 시각적인 이야기이며 엔터테인먼트산업의 선두에 서있는 문화상품이다. 이러한 성격을 지닌 상품으로서 만화가 갖추어야 할 최고의 덕목은 상상력과 재미이다. 이 두 가지를 종이위에 구현하는데 있어 뛰어난 그림과 연출이 필요함은 말할 것도 없고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 매력적인 캐릭터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만화의 장르를 나눌 때 사람에 따라, 보는 관점이나 취향에 따라 정말 여러 가지로 나눌 수 있겠지만 만화의 본질적인 면으로 볼 때 딱 두 가지의 장르가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철저하게 현실에 기반을 두고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철저하게 허구에 기반을 두고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위에 기술한 두 가지 관점, 첫 번째는 만화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분이고 두 번째는 컨셉, 주제, 소재, 설정 등에 관련한 창작기술적인 면에 해당되는 부분이다. 이 두 가지 관점에 맞추어 여기에 소개하는 “턱시도 긴”이라는 만화를 바라본다면 아래와 같이 분석될 수 있다. 불량아 긴지가 우연히 만난 미나코에게 한 눈에 반하고 어느 날 갑자기 사고가 나서 생명을 잃게 되는데 저승사자의 제안으로 긴지의 정신이 남아있는 펭귄으로 환생하여 미나코의 애완동물이 된다는 설정의 만화인 “턱시도 긴”은 허구에 기반을 두고 상상력을 발휘한 만화로서 상상력과 재미, 그림과 연출, 캐릭터가 아주 탁월하며 “사람의 정신”을 지닌 애완동물이라는 점에서 순정지와 소년지 양쪽 모두를 공략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만화의 주인공 자체가 순정남 긴지가 펭귄 긴으로서 사랑하는 미나코의 품에서 살아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사람의 관점이나 동물의 관점 모두가 살아있고 무엇보다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펭귄캐릭터를 부각시키는데 더할 나위 없는 설정이다. “생각하는 개”라는 만화가 있다. 이 만화가 재미있는 이유는 여타의 다른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만화들과는 달리 주인공인 개에게 스스로의 인격을 부여한데 있다. 주인공인 몬지로는 겉모습만 개 일뿐 다이몬지가(家)의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행동이며 버릇, 생각까지 사람처럼 살아가는 몬지로의 이야기는 때로는 황당하기도 하지만 ‘만화의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아주 훌륭한 설정으로 작용한다. 생각만으로도 웃기지 않은가? 애완견이 자신의 아내를 사랑하여 부부생활을 방해하고 자신에게 적대감을 드러내며 사사건건 곤란하게 만든다면 그 어떤 사람이 황당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이 작품의 훌륭한 점은 이러한 황당한 설정을 만화적인 탁월한 재미로 승화시키며 몬지로의 행동을 무리생활을 하는 개의 습성과 연관 지어 설명함으로써 독자에게 ‘그럴 수도 있겠는 걸’ 하는 설득력을 부여한다는 점에 있다. 현대사회에서 인간이 타인보다 자신의 애완동물을 더 소중히 여기는 건 아마도 금전적 이해관계도, 어떠한 물질적 보상도 바라지 않고 그저 자신에게 사랑만 주면 된다는 관계 소통에 있어서의 편안함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유명한 말도 있지만 어차피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이면서도 ‘군중속의 고독’을 느끼는 이율배반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항상 자신의 곁에서 자신을 기다려주는 말없는 존재, 애완동물과 주인간의 일방적인 관계에서 오는 소통의 편안함의 정체는 아마도 도시의 외로움이 인간에게 주는 조그만 선물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