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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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커 (CRACKER)

‘합리적이면서 좀 더 행복하기조차 한 동거의 형태란 무엇일까?’ 디자이너 연식과 밴드 매니저 무진의 아기자기한 좌충우돌 동거일기를 상쾌한 감각으로 표현해 낸 토마의 신작 “크래커”는 읽는 이에게 살포시 미소를 짓게 하는 깔끔하고 팬시한 느낌의 만화다. 밍고와 제...

2008-11-10 장헌길
‘합리적이면서 좀 더 행복하기조차 한 동거의 형태란 무엇일까?’ 디자이너 연식과 밴드 매니저 무진의 아기자기한 좌충우돌 동거일기를 상쾌한 감각으로 표현해 낸 토마의 신작 “크래커”는 읽는 이에게 살포시 미소를 짓게 하는 깔끔하고 팬시한 느낌의 만화다. 밍고와 제리가 1년 6개월간의 연애를 끝내고 친구로 남기로 한 이후의 일들을 신선한 감수성으로 잡아낸 토마의 전작 “남자친9”는 “헤어진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라는 컨셉으로 연인으로서 받은 선물을 돌려주지 못하는 심리, 자신이 매력적이냐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 전 애인에게 화를 내는 행동, 헤어진 연인에게 쿨하게 전화하지 못하는 느낌, 헤어진 남자친구에 소개팅에 연연하는 마음, 둘이 같이 다녔던 장소에 무의식적으로 가게 되는 일, 손을 잡지 않고 걷는 것에 익숙해지는 일 등 헤어진 연인들 사이에서 벌어질만한 수많은 에피소드들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무엇보다도 읽기 편한 그림체와 깔끔한 대사로 처리된 각자의 미묘한 심리묘사가 돋보인다. 청춘남녀의 동거생활을 다룬 “크래커”에서는 취향 잘 맞고 대화 잘 통하고 성격 양호한 남자로 때론 연애의 카운슬러가 돼주기도 하고 같이 널브러져 잔적도 많았지만 연애 화학반응은 제로인 남자 무진이 동거 상대로는 최고라는 생각을 한 연식이 ‘우리 정말 딱 이지 않아?’라며 동거를 제의하면서 시작된다. “아무리 그래도 난 남자고 넌 여자야.” “남녀가 아니라 그냥 친구잖아.” 토마의 특기는 아주 오래된 로맨틱 코미디의 주제를 다루면서도 독자가 진부함을 느끼지 않는, 감각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마치 시화집을 보는 것 같은 깔끔하고 감각적인 연출, 감각적이고 유쾌한 짧은 대사들, 캐릭터상품 같은 팬시한 그림체, 등이 이야기의 진부함을 막아주고 신선함을 더욱 살려주는 요소로 무엇보다도 3페이지로 짤막하게 하나의 에피소드를 처리하는 연출력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인데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의 특성에 맞게 적응한 토마만의 노하우라 하겠다. 화장실 사용하는 문제부터, 음식취향, 그리고 무엇보다도 너무나 다른 서로의 성격, 여러 가지로 티격태격 할 수밖에 없는 연식과 무진, 그러나 연식은 가끔씩 무진에게 끌리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무진에게 애인이 생겼다. 새초롱한 눈빛과 앙다문 입술, 도를 넘지 않는 엷은 웃음소리를 가진 귀엽고 깜찍한 여자, 소리... 둘 사이가 은근히 신경 쓰이는 연식의 고민이 시작된다. “한 번 달리기 시작한 마음은 가속도가 붙어서 좀 체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다.” 100일째 되는 날, 갑자기 헤어지자고 말했던 소리가 돌아왔다. 무진에게 원하는 부분은 한 가지, 전부터 신경 쓰였던 연식이를 내보내라는 것, 소리와 헤어져있던 시간동안 은근히 서로를 의식했던 연식과 무진이지만 막상 헤어지려 하니, 쉽지 않다. 말을 못 꺼내고 있던 무진에게 연식이 먼저 말한다. “나갈게” 둘의 동거는 끝났다.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