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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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 사나이

일본에 “시마과장”이라는 샐러리맨들의 애환과 성공기를 다룬 대표적인 성인만화가 있다면 한국에는 드라마로까지 제작되어 높은 시청률을 올린 샐러리맨 만화, 허영만의 “아스팔트 사나이”가 있다. 일본의 “시마과장”이 주인공 시마 코사쿠의 일과 사랑, 비즈니스 성공담에...

2008-10-20 석재정
일본에 “시마과장”이라는 샐러리맨들의 애환과 성공기를 다룬 대표적인 성인만화가 있다면 한국에는 드라마로까지 제작되어 높은 시청률을 올린 샐러리맨 만화, 허영만의 “아스팔트 사나이”가 있다. 일본의 “시마과장”이 주인공 시마 코사쿠의 일과 사랑, 비즈니스 성공담에 그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는 지극히 일본적인 만화라면 허영만의 “아스팔트 사나이”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이강토의 비즈니스에 포커스를 맞춘 지극히 한국적인 만화다. 개인적인 소견으로 직장인들의 삶의 모습을 다룬 여러 종류의 만화 중 “미스터Q"와 “아스팔트 사나이”는 단연코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는, 일본 만화와 비교해도 전혀 떨어지지 않는 퀄리티를 갖춘 작품이라 하겠다. 그리고 이 두 작품 모두 허영만의 손에서 나왔다는 것이 다시금 그 작가를 우러러 보게 되는 이유다. 한국 만화계의 거두, 허영만의 작품세계는 한 마디로 “다양함”이라 말할 수 있다. 코미디, 사회, 역사, 스포츠, 액션, 기업, SF, 요리에 이르기까지 과연 이 작가가 만화로 손을 대지 않은 장르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의 작품 세계는 엄청나게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다. 물론 30년이 훌쩍 넘어버린 작가의 관록이라는 것도 있겠지만 이 정도의 경력과 세월을 지낸 작가들 중에서도 허영만처럼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작가는 없다. 누구에게나 특기라 부를 수 있는 장르가 있을 법도 한데 손대는 장르마다 완벽한 완성도를 보여주는 허영만은 딱히 특기라 부를만한 장르가 없어 ‘만능형’ 작가라 부르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한다. 스포츠 조선에 연재될 당시부터 자동차 업계에 관한 치밀한 취재를 바탕으로 한국 자동차 업계의 현실과 딜레마를 가감 없이 리얼하게 보여줌으로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아스팔트 사나이”는 허영만 특유의 만화적 재미가 발휘되는 시점부터 차에 관해 흥미를 가지고 있는 성인 남성이라면 작품의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는 만화로 한국, 일본 유럽, 미국, 러시아, 사막에 이르는 거대한 스케일을 배경으로 일본차 라이센스 생산에 목메어 있는 한국 자동차 업계의 현실을 타개하려는 이강토의 종횡무진 활약에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성인만화의 수작이다. 특히나 이 작품이 연재될 당시, 자동차 생산국의 변방에만 머물러 있던 한국의 자동차 산업이 2006년 현재 일본의 도요타를 위협하고 미국의 빅 3 업체와 대등하게 경쟁하고 있는 현실을 보고 있자니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끼기도 하지만 당시에 이미 10여년을 앞서 미래를 내다 본 허영만의 선견지명에 정말 감탄을 금할 수 가 없다. 철저한 프로근성, 생명력있는 작품으로 대중과 호흡을 함께하는 가장 성공적인 작가 허영만의 리얼리티와 재치, 현장감을 충실하게 반영한 “아스팔트 사나이”는 천재 작가에게 관록이 쌓인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진정으로 체험하게 되는, 연출, 스토리, 컨셉, 캐릭터, 작화 등 만화의 모든 구성요소가 완벽하게 조합된, 어느새 만화에 입문한지 30여년의 세월이 지난 장인(匠人) 허영만의 전성기를 빛내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