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세스타스 (권투암흑전 세스타스)

권투, 레슬링, 유도, 합기도, 공수도, 태권도, 킥복싱 등 종류별로 다양한 격투기의 기원은 과연 무엇일까? 상당수의 많은 학설이 존재하지만 권투나 레슬링의 경우 가장 일반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고대 그리스의 판크라티온에서 시작되었다는 설이며 유도나 합기도...

2008-10-17 장헌길
권투, 레슬링, 유도, 합기도, 공수도, 태권도, 킥복싱 등 종류별로 다양한 격투기의 기원은 과연 무엇일까? 상당수의 많은 학설이 존재하지만 권투나 레슬링의 경우 가장 일반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고대 그리스의 판크라티온에서 시작되었다는 설이며 유도나 합기도(유술)는 일본의 전국시대에 갑옷을 입은 무사들끼리의 격투술에서 시작되었다는 설, 공수도의 경우는 오키나와 사람들이 본토인들의 침략에 맞서 적수공권(赤手空拳)만으로 저항했던 것에서 시작되었다는 설, 킥복싱의 경우 태국의 고유무술인 무에타이에 공수도를 결합시켜 만들었다는 설과 권투를 결합시켜서 만들었다는 설로 나뉘고 있다. 특히 몇 년 전 논란이 되었던 태권도의 공수도 기원설은 여전히 논쟁중이며 현재로서는 택견이 태권도의 원류라는 설은 많이 사그라든 듯 보인다. 어찌됐든 격투기라는 것은 인간이 문화와 문명을 만들기 훨씬 전의 고대 원시 사회부터 자연이라는 가혹한 환경에 맞서 생존을 위해 발달시켜 왔을 것이 분명하며 인류에게 문명이 발생한 이후부터는 하나의 기술로서 체계화되기 시작했을 것이라 보여 진다. 검도를 배우다 보면 이런 말이 있다. ‘검은 내 팔의 연장일 뿐이다’ 이 말은 기본적으로 검을 다루는 기술은 두 가지밖에 없다는, 기술에 있어서 기본을 강조하는 말로 아무리 기술의 종류가 많아도 결국 공격은 두 가지, 찌르기와 베기(또는 휘두르기) 뿐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찌르기라는 것은 권투에 있어 스트레이트이며 베기(또는 휘두르기)는 훅(또는 어퍼컷)이다, 방어의 기술도 본질적으로는 두 가지 밖에 없는데 피하기와 막기이다. 피하기는 권투에 있어 풋워크나 위빙, 막기는 가드나 커팅이다. 이러한 권투와 검도의 비유는 설령 도구를 쓰는 격투기라도 결국 자신의 육체의 연장일 뿐이라는 무술의 원류에서 비롯된 심오한 진리로 인류역사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오랜 세월 투쟁의 기술로서 사람들의 곁에서 체계화 된 격투기의 본질을 말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여기에 소개하는 만화 “권투암흑전 세스타스”는 네로황제 시대의 로마제국을 무대로 ‘권노(拳奴)’라 불리던 노예 권투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흥미진진한 만화다. 로마시대에 실제 흥행 사업으로 행해졌던 수많은 관중들이 보는 앞에서 벌어진 전차경주나 검투사나 격투사들의 결투는 현대 프로 스포츠의 원류라고 말해도 크게 이견이 있을 수 없으며 그 당시에도 승부의 결과를 놓고 내기 도박이 이루어졌고 관중들이 열광한 스타들도 있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근거를 두고 만화적인 상상력을 가미해 만들어낸 “권투암흑전 세스타스”는 그 뛰어난 드라마성외에도 현재의 프로스포츠처럼 소속 프로덕션(또는 구단), 지방 순회 시합, 선수 양성소, 흥행의 법칙 등 수많은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가 읽는 이를 즐겁게 한다. 격투기를 더 이상 생존의 수단이 아닌 여흥의 수단으로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인간의 문명이 그만큼 발전했음을 얘기해주는 것이며 문명이라는 것은 반드시 장점과 단점을 지니게 되어있다. 고대 사회의 경우 생산의 원동력은 노예였으며 이들의 희생위에 찬란한 고대 문명이 유지, 발전되었다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이 만화에 등장하는 생산을 위한 노예가 아닌 여흥을 위한 노예, ‘권노(拳奴)’를 비롯한 검투사들의 이야기는 왠지 모르게 현대의 프로 스포츠 선수들의 모습과 지위의 차이만 있을 뿐 겹치는 부분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