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일기
“품속엔 ‘다트’가 있었다. 그래, 이걸로 이 아이를 찌르자, 그럼 모든 것이 끝난다… 그렇게 생각하는 내게- 그 아이는 속삭였다. ‘못 찔러, 그렇게 정해진 미래인걸’… ” 마신이 넘겨준 노트에 이름을 적음으로써 그 이름의 당사자를 죽일 수 있다는 기상천외한 설...
2008-06-09
유호연
“품속엔 ‘다트’가 있었다. 그래, 이걸로 이 아이를 찌르자, 그럼 모든 것이 끝난다… 그렇게 생각하는 내게- 그 아이는 속삭였다. ‘못 찔러, 그렇게 정해진 미래인걸’… ” 마신이 넘겨준 노트에 이름을 적음으로써 그 이름의 당사자를 죽일 수 있다는 기상천외한 설정의 만화 “데스노트”의 엄청난 성공 이후, 이런 류의 판타지 만화가 기세를 올리고 있는 것 같다. 마신, 신, 천사, 악마 등의 초현실적 존재들과 현상의 인간들이 만나면서 벌어지게 되는 이 가상현실은 사실 만화라는 장르에는 아주 적합한 소재이기도 하다. 여기에 소개하는 ‘미래 일기’는 자신의 핸드폰에 90일치의 ‘미래’가 신으로부터 예견되어 문자 메시지로 온다는 재미있는 설정의 만화로, 추리물과 판타지가 합쳐진, 요즘의 ‘대세’를 충실히 따르고 있는 작품이다. “나는 언제나 방관자다. 그래도 초등학교 때는 놀자는 얘기도 들었었는데, 그런 제의를 모두 거절했더니 이렇게 됐다. 아무 할 일도 없는 나는 자연스레 일기를 쓰는 게 취미가 되었다. 눈으로 본 것을 그저 쓰기만 하는 방관자는, 역시 마음이 편했다.” 주인공인 유키테루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조용한 중학생이다.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못하고 언제나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있는 그가 유일하게 몰두하는 것이 시시각각 자신의 핸드폰에 간단한 주변상황을 적는 것이다. ‘4월 29일 6:59 [내 방] 오늘 아침은 더블 블루에 명중, 길한 징조다’ 이런 식으로 간단하지만 약 십분 단위로 자신의 주변 상황을 체크하는 유키테루에게는 자신만의 공상 속에 사는 친구가 있다. 그의 이름은 시공왕 ‘데우스 엑스 마키나’, 모든 시간과 공간을 관리하는 신이다. “외로우냐? 바꿀 수 있다면 바꾸기를 바라느냐? 좋다, 네게 ‘미래’를 주마, 재미있는 게임이다. 아무렴 어때, 어차피 공상인걸” ‘데우스 엑스 마키나 [deus ex machina]’는 고대 그리스극에서 자주 사용하던 극작술(劇作術)로 초자연적인 힘을 이용하여 극의 긴박한 국면을 타개하고, 이를 결말로 이끌어가는 수법이다. 라틴어로 ‘기계에 의한 신(神)’ 또는 ‘기계장치의 신’을 의미하며, 무대 측면에 설치한 일종의 기중기(起重機)를 움직여서 여기에 탄 신이 나타나도록 연출한다 하여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이 만화 “미래 일기”는 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에 의해 주인공인 유키테루를 비롯한 총 12명의 선발자가 각기 다른 특성의 미래일기를 부여 받고, 오직 1명만이 살아남아 시공을 지배하는 신이 되기 위한 서바이벌 전투를 벌인다는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의 만화다. 하지만 12명의 주인공들이 각기 다른 특성의 ‘미래 일기’를 갖고 있으며 서로가 서로에게 맞물리는 천적관계가 된다는 점이 이 작품을 재미있게 하는 장점으로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