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라라의 일
“반드시 할아버지의 이 가게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말겠어.” 일본의 가장 대표적인 음식은 누가 뭐래도 “초밥”일 것이다. 싱싱한 생선회에 식초로 간한 밥을 뭉쳐서 먹는 이 독특하고 심오한 음식은 이미 일본을 넘어서 세계 각지로 뻗어나가며 장인들의 노력으로 현지화에...
2008-06-30
김현수
“반드시 할아버지의 이 가게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말겠어.” 일본의 가장 대표적인 음식은 누가 뭐래도 “초밥”일 것이다. 싱싱한 생선회에 식초로 간한 밥을 뭉쳐서 먹는 이 독특하고 심오한 음식은 이미 일본을 넘어서 세계 각지로 뻗어나가며 장인들의 노력으로 현지화에 성공해 맛의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세계에 존재하는 생선의 종류만큼 초밥의 맛은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말이 실제로 점점 더 설득력을 얻어가는 것이다. 이런 다양하고 전통적이기까지 한 소재를 만화가나 잡지사가 그냥 놔둘 리가 없다. 한 때 음식만화의 붐을 불러일으킨 것이 다름아닌 “미스터 초밥왕” 이었던 것처럼, ‘초밥’을 소재로 한 음식만화는 초밥의 수만큼 정말 다양한데, 그 중에 몇 개는 재미있기까지 하다. “이건 말도 안 돼!! 위에 얹은 재료는 분명히 눈다랑어와…양식광어 인데…어떻게 이런 맛이 나오지?!” “키라라의 일”은 주인공이 여자라는 것이 독특한 점이다. 이상하게도 음식만화는 여자가 주인공으로 나서는 일이 극히 적은데, 이는 실제 세계에서도 그런 듯하다. 이름을 떨치는 요리사, 유명한 가게의 주방장은 현실에서도 항상 ‘남자’다. 어떤 전문가의 칼럼에서 여자가 남자보다 ‘체온’이 더 높아서 일식, 특히 초밥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과연 그런 이유일까? 뭐, 전문가적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여자 요리사가 주인공으로 나선 초밥만화는 나로선 난생 처음이었다. “생선 맛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면, 그건 생선한테 실례예요. 생선을 맛있게 만드는 게 바로 초밥인데!!” 몰락한 할아버지의 초밥집을 자신의 힘으로 살려내겠다는 키라라의 수련과 도전에 관한 이야기가 이 만화의 핵심 줄거리이지만, 사실 다른 음식만화와 크게 다른 점은 없다. 어느 음식만화에서나 라이벌간의 ‘대결’이 나오고, 그 ‘대결’ 속에서 친구도 만나고 동료도 만나며 때론 일생의 적도 만난다. 그 와중에 주인공은 좋은 재료를 고르고 다루는 법,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비법, 손님들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태도 등 소위 말하는 ‘접객’에 대한 전반적인 것을 배워나가며 점차 강해지고 넓어지며 깊어지는 것이다. 일본 음식 만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장인’에 대한 집착인데, 그 어떤 주인공도 넘을 수 없는 벽이자 인생의 멘토 같은 사람이 바로 ‘장인’이다. 주인공은 고난과 시련을 겪어가며 ‘장인’으로부터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받는다. 그 와중에 수도 없이 많은 음식에 대한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진다. 그리고 독자는 어느새, 맛을 상상하며 군침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키라라의 일”은 이 음식만화의 정석을 아주 정확하게 재현하고 있는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