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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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9단

“자, 이제 진실을 아는 사람은…당신과 나, 둘 뿐인가?” 네이버 웹툰 코너에서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는 김선권의 “수사9단”은 근래에 보기 드물게 잘 만들어진 일종의 추리물이다. 홍달기, 정보통, 김사랑 이 세 명의 형사를 주인공으로 짧게는 한 회, 길게는 4-5...

2008-06-04 유호연
“자, 이제 진실을 아는 사람은…당신과 나, 둘 뿐인가?” 네이버 웹툰 코너에서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는 김선권의 “수사9단”은 근래에 보기 드물게 잘 만들어진 일종의 추리물이다. 홍달기, 정보통, 김사랑 이 세 명의 형사를 주인공으로 짧게는 한 회, 길게는 4-5회 정도로 하나의 에피소드를 진행해가는 이 만화는, 웹툰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어울리는 형식과 내용, 구성을 따르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아주 탄탄한 스토리가 일품인 무척 재미있는 만화다. “아저씨는 김순정에 관한 모든 내용을 진술했다. 자신의 살인죄를 말하지 않으면 애초에 성립이 안 되는 내용…아저씨는 울고, 울고…또 울었다…자신을 위한 눈물만은 아닐 거다.” “수사 9단”의 묘미는 ‘반전’이다. 아주 평범하면서도 극히 일반적인 수사물, 또는 추리물의 구도를 따라나가다가 사건의 해결이 전혀 엉뚱한 방향에서 이루어지곤 하는데, 처음엔 호러, 엽기, 공포 등의 비현실적인 소재에서 여운을 남기는 방법을 찾아가더니 회를 거듭할수록 인간의 어두운 심리를 자극하는 방법을 통해 범인의 양면성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즉, 작가와 작품이 진화해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류의 작품을 보면 만화애호가로서 매우 기쁘다. 매 회 업데이트되는 걸 읽어가면서 나도, 작가도, 작품도 서서히 자라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완벽하고 아름답게 완성된 작품도 그 나름대로 미학이 있지만 이렇게 매 회 진화되어가는 작품에는 그것만의 미덕이 있다. 그 미덕은 다름아닌 모든 스토리 만화의 기본, ‘이야기의 힘’인 것이다. “하느님, 제가 욕심이 너무 컸어요… 제발 이렇게 용서를 빌 테니…마지막 소원 들어주실 수 없나요? 한 번만, 마지막으로 한 번만…사랑이 아저씨가 보고 싶어요…” “수사 9단”에서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그림과 연출이다. 그림을 못 그린다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와 그림이 좀 안 어울린다는 이야기다. 만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읽다 보면 느껴지겠지만 이 만화는 완벽한 정극, 또는 극화의 형식을 띤 만화다. 그런 스토리에는 무엇보다도 일반적인 출판만화의 그림체, 굳이 비교하자면 같은 웹툰으로서 “바둑 삼국지”나 “로맨스 킬러”같은 그림체가 더 어울린다는 얘기다. 웹툰이라는 장르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현재의 그림체를 고수하고 있는 듯 한데, 그 점이 좀 아쉽다. 연출도 스크롤을 아래로 내리는 천편일률적인 방식 말고 일반적인 컷 만화에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잡지만화로 제작되었으면 훨씬 뛰어난 퀄리티를 자랑하는 만화가 되지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이다. 아마 캐릭터나 스토리가 몇 배는 더 살아났을 것이다. 아무튼 좋아하는 만화가 출판물로 나오게 되어 매우 기쁘고 아직 이 만화를 접해보지 못한 분들께도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