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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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컬 오렌지

여성이 남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 예쁜 얼굴? 보일 듯 말 듯 한 미소? 베일에 숨겨진 신비로움? 물론 모두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빠져서는 안 될 한 가지! 바로 내숭이다. 그렇다. 과거 선조들도 이미 이것을 알고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여우같은 여인과는 살아도 곰 같은 여인과는 못산다.”

2006-07-01 김미진

시니컬 오렌지 01권 표지 이미지
시니컬 오렌지 01권 표지 이미지
ⓒ 윤지운, 서울문화사



여성이 남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
예쁜 얼굴?
보일 듯 말 듯 한 미소?
베일에 숨겨진 신비로움?
물론 모두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빠져서는 안 될 한 가지! 바로 내숭이다. 그렇다. 과거 선조들도 이미 이것을 알고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여우같은 여인과는 살아도 곰 같은 여인과는 못산다.”

황혜민, 그녀는 여우였다!

찰랑이는 생머리에 청초한 눈매의 그녀, 황혜민. 그녀가 고등학생이라는 어린 나이에 이미 자신의 주관대로 세상에 적응해버린 이유는 바로 모든 이의 시선을 잡는 미모 때문이다. ‘그 정도의 미모면 세상 살기 편하겠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정반대. 남자 동급생들한테 건네는 무심한 말 한마디, 동작 하나하나가 여자애들한테는 그야말로 도마 위에 올라온 생선 마냥 하나하나 토막 나서 그녀를 괴롭힌다. “학교에서 내가 하는 말은 열 마디도 채 되지 않는데, 나에 관한 말은 백 마디도 넘는 것이 내가 살아온 현실”이라면 그녀의 처지가 이해가 가겠는가. 미모 하나면 세상 살기 편하다고? 천만의 말씀!
하지만 인간은 환경의 동물이라 했지 않던가. 주위에 엉큼한 늑대와 말 많은 앵무새들도 가득하다면 자신을 지키는 길은 딱 한 가지. 그렇다. 침묵이다! 속으로야 억울하여 분노로 가득하지만 겉으로는 조용히 침묵할 줄 아는 그녀. 이미 노련한 여우의 모습이다. 하여, 그녀는 오늘도 시시껄렁한 남자들의 호감과 재잘거리는 여자들의 질투를 가볍게 젖혀 넘긴다.

시니컬 오렌지중 한 장면
시니컬 오렌지중 한 장면 ⓒ 윤지운, 서울문화사

아니다. 알고 보니 토끼였다!


말 많은 세상에 적당히 순응하며, 자신을 숨길 줄도 알고, 감정을 노련하게 조절할 줄도 아는 그녀. 그렇게 ‘여우’로 알고 있었던 황혜민에게 다른 믿는 구석이 있었다. 사실은 ‘여린 토끼’였음에도 불구하고, 황혜민이 여우일 수 있었던 것은 그녀를 지켜주는 오신비가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자신의 뒤를 받쳐줄 보호자와 쉼터가 있기에 가능했던 그녀의 ‘강한 척’은 장마하라는 또 다른 변수 앞에서도 조금씩 연약함으로 바뀌기 시작하고…. 여자애들의 수근거림을 가뿐하게 무시할 수 있었던 것도 반장인 정연이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 그녀를 강하게 만들어 주었던 사람들이 하나씩 밝혀지면서 그녀의 노련함은 7살짜리 꼬마의 투정으로 바뀐다.
토끼 같은 혜민의 모습을 보여주며 작품은 사람이 타인으로 인해 외롭지만, 그 외로움을 메워줄 수 있는 것도 역시 사람일 수밖에 없음을 강변하고 있다. 요컨대 정말 혼자서도 꿋꿋한 ‘나홀로족’이란 있을 수 없는 것.

진실은 저 너머에

<시니컬 오렌지>이라는 제목은 어째 주인공 황혜민의 모습을 비유하고 있는 듯하다. 자신을 시기어린 질투로 바라보는 주변에 대해서는 적당히 냉소적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톡톡 튀는 상큼한 오렌지 같은 인물. 여우와 토끼의 모습을 번갈아 보여주던 작품은 혜민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흥미로운 반전을 준비해 두었다. 신비와 마하의 사이에서 그녀가 선택한 방식은 길들여진 토끼가 아닌 정말 당찬 여우였음을 보여준다.


2006년 6월 vol. 41호
글.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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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정보]
책 제목 : 시니컬 오렌지 (Cynical Orange)
작 가 : 글그림 윤지운
출 판 사 : ㈜서울문화사, 총 8권(미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