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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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휘두르며

스포츠를 소재로 하는 만화는 항상 마음 속 무언가를 끓어오르게 하는 장르의 저력이 있다. 무엇보다도 “승부”라는 조건이 절대전제가 되는 것이 스포츠이므로, 승자와 패자가, 재능이 있는 자와 재능이 없는 자가 존재하게 된다. 따라서 가장 간단한 스포츠 만화장르의 공식은 ...

2007-08-01 안성환
스포츠를 소재로 하는 만화는 항상 마음 속 무언가를 끓어오르게 하는 장르의 저력이 있다. 무엇보다도 “승부”라는 조건이 절대전제가 되는 것이 스포츠이므로, 승자와 패자가, 재능이 있는 자와 재능이 없는 자가 존재하게 된다. 따라서 가장 간단한 스포츠 만화장르의 공식은 여기서 출발한다. 재능이 있는 자와 재능 없는 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긴장감과 갈등, 승자와 패자로 나누어지는 지점에서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등장인물 모두에게 부여되는 뚜렷한 성취욕구와 뼈를 깎는 노력이 주는 감동, 팀이라는 개념에서 발생하는 신뢰감과 긴장감 등 스포츠의 기본 특성만 지면에 그대로 옮겨 놓아도 드라마가 자연스럽게 발생하기 때문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가장 재미있는 장르의 만화를 꼽으라면 대개가 스포츠 만화를 꼽고 만화에서 가장 대표적인 베스트셀러를 꼽으라면 대개가 역시 ‘슬램덩크’를 꼽는다. 여기에 소개하는 “크게 휘두르며”는 일본의 다양한 스포츠 만화에서도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야구, 그 중에서도 ‘갑자원’으로 상징되는 고교야구를 소재로 한 만화다. 고교야구 자체가 인기가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잘 다가오지 않지만 매년 ‘갑자원의 여름’으로 불리는 고교야구 여름전국대회는 일본인들에게는 각별한 의미인 듯하다. 야구 자체가 일본에서 워낙에 인기 있는 스포츠고 전국 5,000여개에 이른다는 일본 고교야구부들이 치열한 지역예선을 거쳐 ‘갑자원’ 구장에서 벌이는 뜨거운 여름의 토너먼트 대회는 미래의 스타들을 볼 수 있는 격전의 장이자 청춘의 꿈과 노력을 상징하는 열정의 시간이다. 수도 없이 많은 ‘갑자원’을 소재로 한 야구 만화들을 봐왔지만 여기에 소개하는 ‘크게 휘두르며’는 매우 독특한 설정이 주는 신선함이 읽는 내내 독자를 신나고 즐겁게 만든다. 강렬하게 강속구를 뿌려대는 천재 투수나 부상으로 인해 절망에 빠진 비운의 에이스같은 주인공들은 이 만화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야구를 세상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야구 소년’들이 모여 있으며 그 중에는 재능이 있어 빠른 발전을 보이는 아이도 있고 재능이 없어도 노력으로 커버하려는 아이도 있다. 그러나 그들 모두의 꿈은 같다. 바로 ‘갑자원’에 나가는 것이다. 이 만화를 통해 작가가 보여주려 하는 것은 딱 두 가지인 것 같다. 하나는 ‘팀이라는 것의 의미’이고 다른 하나는 ‘야구라는 스포츠의 진정한 재미’다. 1학년만으로 구성된 니시우라 고교의 신생 야구부에는 소심함으로 인해 스스로 주눅이 들어 중학교 때 단 1승도 올리지 못한 투수 미하시가 있고 중학교시절 만난 너무나 이기적인 투수 때문에 투수라는 생물 자체를 싫어하는 자존심 강한 포수 아베가 있다. 또 타격에 천재적인 센스가 있으나 체구가 작은 4번 타자 다지마도 있고 실력은 다지마에 못 미치지만 타고난 노력가이자 포용력이 있는 주장 하나이도 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들에게는 하나씩 자신만의 무기가 있다. 미하시에게는 강속구를 뿌리는 재능은 없어도 스트라이크존을 무려 9분할할 수 있는 엄청난 제구력이 있고 자의식이 상당히 강한 아베에게는 어떤 타자를 만나도 탁월한 볼 배합으로 아웃카운트를 척척 잡아나가는 리드 능력이 있다. 체구가 작아 홈런을 날릴 수 없는 다지마에게는 어떤 투수에게도 완벽한 타격 타이밍을 잡아내는 센스가 있으며 센스가 떨어지는 하나이에게는 탁월한 장타력이 있다. 무언가 하나씩 부족하지만 자신만의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는 소년들이 서로를 보완하며 노력하여 승리를 향해 나아가는 것, 그것이 ‘야구의 재미’이고 진정한 동료가 모인 ‘팀’이다. 야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꼭 추천하고 싶은 만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