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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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버드 (아름다운 영국시리즈 1)

단편집의 매력은 작품을 읽었을 때 간결한 구성안에 여운이 남는 뒷맛이 진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작가의 역량과 취향에 따라 작품의 구성법도 다르고 뒷맛의 차이도 다양하겠지만 어찌됐든 밋밋한 단편만큼 실망스러운 것도 없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여기에 소개하는 “세상...

2007-07-31 석재정
단편집의 매력은 작품을 읽었을 때 간결한 구성안에 여운이 남는 뒷맛이 진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작가의 역량과 취향에 따라 작품의 구성법도 다르고 뒷맛의 차이도 다양하겠지만 어찌됐든 밋밋한 단편만큼 실망스러운 것도 없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여기에 소개하는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의 작가 하츠 아키코의 단편집 “차이나 버드”는 간결한 구성 속에 녹아있는 깔끔한 뒷맛이 인상적인 매력적인 단편집이다. 총 다섯 편의 단편과 짧은 에스프리 2편으로 구성된 단편집 “차이나 버드”는 근세 영국의 사교계를 무대로 미스터리한 에피소드와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섞어놓은 판타지이다. 약간은 어두운 바(bar)에서 은은한 조명아래 아름답게 빛나는 칵테일을 맛보는 느낌의 단편들이 무척이나 잘 어우러져 있는 이 단편집은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여성 독자라면 소장의 욕구를 불러일으킬 만큼 매우 잘 만들어진 작품집이라 하겠다. “아가씨, 이 새는 당신의 행운을 지켜주는 부적, 이 새가 가는 곳에 당신의 소망이 있을 것입니다.” - ‘차이나 버드’ 중에서 “사교계의 꽃”이라 불리는 미스 로즈 블랑쉬에 관한 신비로운 이야기인 첫 번째 단편 “차이나 버드”는 단편집의 제목으로 당당히 자리할 만한 완성도 높은 단편이다. 프랑스 고위층의 애인이었다느니, 연인이 너무 자주 바뀐다느니 하는 출신과 처세에 관해서는 안 좋은 소문만 무성하지만 그녀가 빠진 무도회는 재미가 없다고 말할 정도로 매력적인 귀부인 로즈 블랑쉬는 늘 ‘차이나 버드’라 불리는 새가 수놓아진 부채를 들고 무도회에 나오는 특징이 있다. 고귀한 코넬리어스 가문의 매력적인 남자 로드 웨스턴 경은 어느 날 아침, 새가 날아드는 꿈을 꾸면서 단잠에 빠져있었으나 아버지의 방문으로 아침잠을 방해받는다. 예술적 재능과 영민함이 넘치는 잘난 아들이 사교계나 여자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이 불안하고 답답한 달링턴 경은 오늘도 아들의 사생활에 잔소리를 하고자 아들의 단잠을 깨운 것이다. 아들이 잠에서 깨어날 동안 소파 한 구석에 떨어져있는 여성용 장갑 한쪽과 온실 안에 떨어져 있는 여성용 부채를 발견한 달링턴 경은 자신이 발견한 부채가 사교계에서 유명한 미스 로즈 블랑쉬의 ‘차이나 버드’ 부채임을 알아채고 아들에게 간밤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사립탐정처럼 집요하게 캐묻는다. 아버지에게 자신의 결백함을 하소연했지만 아버지는 믿어주지 않고, 정말로 간밤에 여자를 초대하지 않았기에 더 억울했던 로드 웨스턴은 “차이나 버드” 부채에 관한 내력을 아버지로부터 듣고 미스 로즈 블랑쉬를 방문하기로 결심한다. 로드 웨스턴의 갑작스런 방문에 다소 놀랐지만 미스 로즈 블랑쉬는 “차이나 버드” 부채에 얽힌 신비로운 사연을 차분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작가는 “차이나 버드” 뿐만 아니라 나머지 네 편의 단편에도 “신비롭고 아름다운 설정”을 도입함으로써 독자들을 이야기 안으로 끌어들이는 자신만의 비법을 발휘한다. 이 세상엔 정녕 존재할 리가 없지만, 무언가 그럴듯한 신비로운 이야기와 매력적인 인물들이 매우 현실적인 삶과 배경 속에 녹아있는 도입부를 통해 독자들을 작품 안으로 끌어들인 후, 흥미진진한 추리소설식 구성법으로 독자의 흥미를 배가시킨다. 그리고 작품의 결말에서 ‘현실과 비현실이 교차되는’ 지점을 임팩트있게 보여줌으로서 단편의 필수조건인 ‘깔끔하면서도 여운이 남는 뒷맛’을 최대한 살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