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준의 한국만화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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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9)작가 박부성과의 인연

1960년 초겨울, 박부성이란 이름의 신인만화가가 ‘산소년’이란 원고를 들고 나를 찾아 왔다. 작품을 검토해 보니 소재도 새롭고 그림솜씨도 있고 스토리 전개 과정도 좋아 어떻게든 독자들에게 선만 잘 보이면 큰 작가가 되겠다고 직감했다. 그러나...

2008-06-03 박기준



                                         제5장 해빙기
 
                 (9) 작가 박부성과의 인연

1960년 초겨울, 박부성이란 이름의 신인만화가가 ‘산소년’이란 원고를 들고 나를 찾아 왔다. 작품을 검토해 보니 소재도 새롭고 그림솜씨도 있고 스토리 전개 과정도 좋아 어떻게든 독자들에게 선만 잘 보이면 큰 작가가 되겠다고 직감했다. 그러나 그의 이 첫작품을 출간하자니 이름과 캐릭터가 생소해서 판매율을 높이기란 어려울 것 같았고 그렇다고 해서 포기하기는 아까운 작품이었다.

박부성 작가의 데뷔작 산소년
박부성 작가의 데뷔작 <산소년>(1960년)

나와 비슷한 나이였기 때문에 어시스던트로 붙잡기도 어려울 것 같았고 또 본인이 원치도 않을 것 같았다. 생각하던 끝에 나는 그가 애써 만들어 온 ‘산소년’의 출간은 잠시 보류하는 대신, 내가 시리즈로 펴내고 있던 ‘고향눈’ 하권을 그에게 넘겨주기로 했다.

내가 그때 집필 중이던 ‘고향눈’ 마지막 하권에서 주인공 두통이가 할아버지가 되어 세상을 떠나게 되고, 그가 남긴 고아가 2부 1편부터는 박부성의 캐릭터인 진식이로 성장하게 한다. 이렇게 하면 자동적으로 속편이 되어서 독자들을 놓치지 않고 계속 볼 수 있게 하지 않겠는가.

젋은 시절의 박부성 작가와 박기준
젋은 시절의 박부성 작가와 박기준

사람은 의기 투합해서 협력해서 줄거리를 구성, ‘고향눈’ 2부 1편의 원고를 완성시켰다. 그리고 표지에는 박기준 글, 박부성 그림으로 독자들이 낯설어 하지 않게 분위기도 속편같이 만들었다.
이 속편 ‘고향눈’은 출간되자마자 독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고 전에 판매되던 부수를 꾸준히 이어감으로써 2부 5편까지 발간, 판매에도 대성공을 거두었다. ‘고향눈’이 끝날 때쯤 박부성이란 작가 이름과 진식이라는 주인공 이름이 그 동안 시리즈 작품을 통해 잘 알려지게 되었으니 ‘고향눈’을 끝내고 새 작품을 펴내더라도 지장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전에 만들어 왔던 그의 첫작품 ‘산소년’을 출간했는데 생각대로 아주 만족스런 판매성적을 올리게 되어서 우리 두 사람은 환성을 올렸다.
이렇게 무난히 신인작가를 인기작가 대열로 데뷔시킨 것이다. 그러니까 박부성 씨의 주인공 진식이는 나의 주인공 두통이의 아들로서 세상에 나와 활동하게 된 셈이다. 족보가 그렇게 되었으니 우리 두 사람은 그 후로도 형제처럼 모임도 함께 하고 희로애락도 함께 하는, 그 어느 누구보다도 절친한 친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