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준의 한국만화야사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제7장 (23) 학원시대

만화가가 되고 싶어 지름길을 찾고 있는 사람이라면 만화예술 학원을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보통 6개월에서 12개월 과정을 거치면서 만화에 대한 기초, 그림, 극본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다양하게 지도 받으며 공부할 수 있는 곳이다. 아무튼 만화가가 직접 지도하는 곳을 찾아보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도구 사용부터 연필 스케치, 펜과 자, 붓 사용법에서부터 그리기 등 기초부터 지도 받게 된다. 크로키를 통해 인체도 연구하며 기초가 끝나면 독특한 자기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지도한다.

2009-06-11 박기준



                                                
                             제7장 개화기 
                                           (23) 학원시대

만화가가 되고 싶어 지름길을 찾고 있는 사람이라면 만화예술 학원을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보통 6개월에서 12개월 과정을 거치면서 만화에 대한 기초, 그림, 극본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다양하게 지도 받으며 공부할 수 있는 곳이다. 아무튼 만화가가 직접 지도하는 곳을 찾아보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도구 사용부터 연필 스케치, 펜과 자, 붓 사용법에서부터 그리기 등 기초부터 지도 받게 된다. 크로키를 통해 인체도 연구하며 기초가 끝나면 독특한 자기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지도한다.
그리고 인물, 배경, 투시도 등의 그림공부는 필수적이며 연출기법과 화면구성과 만화스토리 작법도 배우게 된다. 물론 개인의 능력에 따라 학습성과는 큰 차이가 벌어지게 되어 있다. 만화에 대한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와 같은 체계적인 학습을 통해 빠르게 발전하여 독립하는 것도 가능하다.



[상단왼쪽] 대전만화학원을 방문한 이희재, 박인하, 필자.
[상단오른쪽] 국내 최초로 문을 연 제일 만화예술원 (1984)
[하단] 제일만화학원생들이 방문을 받고 허영만씨가 함께 기념촬영

능력에 따라 학원 수료 후 신문이나 잡지에 응모, 신인작가로 활동할 수도 있고, 또 유명한 만화가의 보조 일을 하며 실력을 향상시킬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그리고 아이디어와 재치, 즉 스토리에 소질이 있는 자는 줄거리(PLOT) 캐릭터 연구과정만 집중 연구해서 만화극본만 전담하는 스토리 작가가 될 수도 있다. 때로는 만화와 관련이 없었던 사람이 만화 예술학원을 통해서 인기 만화가가 된 경우도 있다.
대학에서 사진학을 전공했던 ‘떠돌이 검둥이’의 작가 이향원 씨, 한희작씨, 엄희자씨, 스페인어를 전공한 ‘시민쾌걸’ ‘대한민국 황대장’의 김진태 씨, 그리고 디자인학과 출신으로 ‘누둘누둘’ ‘천일야화’의 양영순 씨 등 인기만화가가 여럿 있다.

만화학원 신문 이미지
                              당시 유행하는 만화학원의 신문 광고들

만화가의 길에 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사람이라면 이런 학원을 선택하면 무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만화가가 경영하는 학원이기 때문에 기성 만화가들의 특강도 들을 수 있고, 현장 견학도 가능하고 다양한 실기를 통해 모든 것을 습득할 수 있다. 졸업을 앞두고 학생들의 작품집도 발간한다. 개인의 창의성과 연출력, 아이디어 활용이 가장 중요한 교육과정인데, 자기가 꾸며낸 줄거리를 자기 캐릭터로 표현, 창작물을 내게 된다. 인기 만화가 출신의 분포를 보면 대학에서 배출한 작가보다 학원에서 배출한 작가가 많다는 것은, 단기간 학습도 큰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풍자 이미지
만화학원으로 허가내주지 않고 미술학원으로 하라고 명령하는 교육청관리를 풍자하는 카툰(조관제 작가)

우리나라에서 사설만화학원으로 처음 문을 연 곳은 1958년 서울 을지로에 위치했던 ‘김기영 만화연구소’로 알려진다.
강사진으로 신동헌, 신동우, 김경언, 임수 등 당대 굴지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1960년 이후에 기성작가로 활동했던 이향원, 박문윤, 한희작, 엄희자, 김마정, 임웅순, 이정민, 이소풍, 삽화가 이우범 등이 이 연구소 출신이었다. 작가지망생을 공식 선발해 지도한 적이 있었으나, 소규모로 운영됐기 때문에 학원이라 부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1980년대 이후, 당국으로부터 정식 사설교육기관 인가를 받으면서 생겨나기 시작한 만화예술학원은, 기성작가들이 경영 및 지도에 직접 참여, 실제 실기 창작과정을 연마시키는, 이론 위주의 대학교육보다 실기 위주의 교육을 채택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1990년 이후에는 각 대학에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학과가 60여 개교 생겨나 입학시험에 실기 과목이 추가되자 만화예술학원들은 작가 지망생과 대입 수험생까지 겸하여 지도하기에 이르렀다. 이웃 일본의 경우 만화예술학원을 통해 배출된 작가가 전체의 90를 차지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십 수년간 운영되어온 만화학원이 있었지만, 대학들이 저마다 만화관련 학과를 설치, 학생들을 대량 모집했기 때문에 생존경쟁에서 버틸 수가 없어 문을 닫는 곳이 많았다.

그러나 상당수가 현재까지 계속 운영하고 있으며, 전국 규모의 만화 애니메이션 학원 연합회도 결성되어 있으니, 다음과 같은 학원들이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1984년 최경탄의 ‘반도만화 영화학원’
1984년 박기준의 ‘제일만화 예술원’
1985년 심명섭의 ‘화림만화학원’
1989년 김기백 민애니의 ‘행진만화학원’
1991년 박상원의 ‘대구 르네상스 만화 캐릭터 전문학원’
1993년 길문섭의 ‘대전 만화미술학원’
1993년 조득필의 ‘광주 만화애니메이션학원’
1997년 장지연의 ‘울산 장지연만화미술학원’
2003년 정복필의 ‘서울 애니탑만화학원’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