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침묵기
(08) 애니메이션계의 대부 신동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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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헌 감독 |
1967년은 우리나라 초유의 장편 애니메이션 역사물 ‘홍길동’이 극장용으로 개봉된 기록적인 해이다.
신동헌 씨가 총감독을 맡고 신동우 씨가 원화와 구성을 맡아 탄생한 작품이었다.
참가 애니메이터로는 정욱(대원동화 회장) 김대중(‘2020년 우주의 원더키티’로 프랑스 칸느 국제 영화제에서 TV프로그램 견본시에서 호평) 백기홍, 유성웅, 배영랑 씨 등이 제작에 참여하여 끝날 때까지 힘든 산고를 치렀다. 사실 경험적으로는 광고용 작품 몇 편 제작해 본 것이 전부였으니 재료조차 확보하지 못해 벽에 부딪치기 일쑤였다. 동화부에서 쓸 셀이 부족해 미팔군에서 정찰용 항공필름을 구입해 사용했고, 세일에 사용할 포스터칼라를 구하지 못해 일반 포스터칼라를 썼다가 셀에 정착되지 않아 반복해서 다시 그리기도 해야 했다. 게다가 애니메이션 특수 촬영기가 없어서 일반 영화촬영기에 필요한 장비를 조립해 사용했다. 더욱 괴로웠던 것은 시행착오로 제시간에 작품을 완성하지 못해 개봉일자를 늘려 잡아야 했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홍길동’은 흥행에 대성공을 거두었다.
구름떼처럼 연일 몰려든 관객으로 인해 극장 앞은 기마경찰대까지 긴급 출동하여 교통정리를 하는 등 법석을 피워야 했지만, 사업에 경험이 없던 두 형제는 제작기일 지연 등으로 인해 실속 없는 소문난 잔치로 끝내야 했다. 하지만 두 형제는 실망하지 않고 두 번째 작품은 동업형태로 제작키로 결심했다. 작품은 신동우 씨의 ‘호피와 차돌바위’로, 부족한 제작비는 빌려서 충당하기로 했다. 이리하여 천신만고 끝에 그 해 8월 극장에서 개봉하는데는 성공했으나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흥행에 실패해 버리고 빚더미에 앉게 된 그들은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
1975년 김청기 감독이 공상과학물 ‘로봇 태권V로 애니메이션계에 커다란 회오리바람을 일으켰다. 신나는 주제곡 도입에 태권도를 삽입, 우리의 로봇을 보여 줌으로써 재미를 배가시켰고 신선한 느낌도 있었다. 이웃 일본에서 시작된 로봇 붐은 만화책이나 장난감 등을 통해 우리나라까지 상륙해 있었으므로, 이 첫 작품은 크게 선전하지 않고서도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다.
이에 용기를 얻은 김청기 감독은 이 작품을 계속 시리즈화해 나가기로 했는데, 그러나 결국은 기획력 부족으로 중단되고 만다. 앞서 예로 든 신동헌 씨의 실패를 그대로 답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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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프 행사장에서 함께한 신동헌감독(중앙), 박기정(우측), 필자(좌측) / 2003, 08 |
1996년 사랑스럽게 의인화한 동물을 캐릭터로 등장시킨 김수정 씨의 ‘아기공룡 둘리’는 최근까지도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토종 애니메이션이다. 이 캐릭터는 외국 상품들 못지 않게 좋은 반응을 얻으며 판매에도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렇게 작품성과 흥행, 나아가서는 캐릭터의 상품성까지도 생각하여 오랫동안 그 생명력을 유지해 가고 싶다면 보다 신중하게 작품의 선정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