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우리 만화의 오늘, 그리고 내일
(5) 이제는 21세기 유망산업으로 발전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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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일-윤인완, [신암행어사] |
일본과의 문화개방으로 사실 한국 시장은 거의 일본만화가 석권하다시피 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우리 만화의 미래가 크게 비관적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일본과 해외에서 서서히 그 활약 무대를 넓혀 나가고 있는 우리 만화도 적지 않다.
1974년 방학기의 ‘임꺽정’을 ‘이조수호지’라는 제목으로 바꾸고, 한국 단편 순례는 ‘한국의 데카메론’이란 제목으로 대환영을 받기 시작했다. 또 1988년에는 오세호가 일본 ‘모닝’지에 ‘수국아리랑’을 장편 연재하게 되었고, 이재학의 무협만화 ‘대혈하’와 황미나의 ‘윤희’도 장편 연재의 길을 열었다.
또 이현세의 ‘활’ 안수길의 ‘호랑이 이야기’ 최종현의 ‘반쪽이 육아일기’, 박흥용의 단편 ‘백지’ 등이 일본에서 발간되었으며, 양경일,윤인완 콤비의 ‘신암행어사’는 일본잡지 ‘빔’에 최고인기리에 연재 중으로써 재능 있는 작가들이라면 이제 해외 진출도 꿈은 아니게 되었다. 김동화의 ‘빨간 자전거’는 프랑스에서 출간, 호평을 받았다.
특히 외국만화도 수입 게재하는 국내 일간신문 스포츠 투데이에서 인기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한국작가 김진태의 ‘시민쾌걸’인 것을 볼 때 더욱 더 희망적인 일로 비추어진다.
이 여세를 몰아가서 앞으로는 작품의 품위를 높여 영상화시키는 데에도 최선을 다해 준다면 경제적 부가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러면, 미래가 촉망되는 작가를 양성하여 작품의 질과 품위를 높이기 위한 사회적 지원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던가!
돌아보면 코흘리개 아이들의 오락거리 정도로만 인식되어 왔던 만화계는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무시당해 오기만 한 터였다. 그나마 육성기관이 있었다면 1984년에 문을 열었던 제일만화학원, 반도 만화영화학원을 선두로 하는 사설 양성기관이 고작이었다. 이것이 점점 전국적으로 확대되어 가면서, 만화 작가의 길을 지망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에 착안, 1990년에 국내 최초로 공주전문대에 만화예술과가 개설된 이래, 현재 전국 60여 개 대학이 만화창작을 비롯, 애니메이션, 영상게임, 캐릭터 등 본격적인 지도에 나서고 있다.
이는 만화를 경제가치가 있는 상품으로만 보지 않고 만화가 갖고 있는 예술성도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로 각계에서 바라보는 만화에 대한 시각이 크게 달라졌다는 반가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불청객처럼 외면당하기 일쑤였던 만화를 대학에서 전문 학과로 도입하게 됨에 따라 이제는 지도 전문 교수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시점에서,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아동의 정서를 해친다거나 우리 문화 수준을 저급하게 만든다는 따위의 사회 일각의 그릇된 편견은 절대 용납할 수가 없다. 만화가라는 직업이야말로 독자들의 정서순화에 도움을 주는 영향력 있는 직업이라는 자긍심을 가져야 마땅한 것이다.
나아가서 만화 출판만이 아니라 애니메이션이나 팬시상품에 응용할 수 있는 캐릭터산업, 대기업의 광고 판촉활동 등 고부가가치를 기대할 수 있는 21세기 최고의 유망산업으로 끌어올려질 때, 궁극적으로 그 이익이 사회에도 환원될 수 있는 이 땅의 충실한 효자 역할을 기대할 수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