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만화(디지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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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NFT, 과연 미래의 투자가치를 만들 수 있을까?

<지금, 만화> 14호에 커버스토리로 실린 글입니다.

2023-04-03 박석환

()세계 메타버스가 신시장으로

지난 202112월 엠스토리허브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통해 웹툰 재혼 황후의 공간과 주인공 캐릭터를 3D로 구현하면서, 숨풀과 히어리 작가와의 팬미팅을 개최했다. 가상 세계에서 3D 아바타화된 주인공 캐릭터와 팬들이 만난 것이다. 미팅에 참여한 팬들 역시 제페토 상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고 재혼 황후의 의상과 소품을 구매해 착용했다. 배우 수애가 등장한 네이버웹툰 TV CF로도 유명한 재혼 황후는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웹툰이다. 텍스트 기반에서 이미지를 얻은 가상의 이야기가 배우 수애와 방송을 통해 현실 과 연결되고 다시 제페토 서비스를 통해 가상공간으로 진입한다. 팬이라 명명된 이들은 재혼 황후를 따라 가상과 현실이 혼재된 그곳에서 소비자가 되기도 하고 생산자로 변신하기도 한다. 기술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변화가 시장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기술이 만드는 욕망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를 경험한 나카모토 사토시는 중앙집권화된 금융 시스템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개인 간 거래가 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을 고안한다. 2009년 이 기술을 기반으로 암호화폐 비트코인이 개발됐다. 블록체인 기술과 비트코인은 이후 빅테크 기업과 개인 투자자들의 광풍에 가까운 관심과 지지를 얻었다.

작품을 기반으로 작가와 독자를 연결하는 것이 업의 본질인 웹툰산업 분야에서도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은 핫이슈였다. ‘거래 내역이 투명하게 기록된다는 점을 들어 블 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웹툰서비스가 플랫폼 유통업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됐고, 다수의 신생 기업이 블록체인 기반 웹툰 플랫폼 서비스를 내세워 투자 유치에 나서기도 했다.


▲<그림1>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클립드롭스에서 시판한 NFT아트


하지만 비트코인의 가치가 급낙과 급등을 반복하면서, 블록체인 기술 역시 갑자기 등장했다가 어느새 사라져 버리는수많은 뉴미디어 콘텐츠 기술 중 하나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런데 대체 가능한 토큰(11 동일 가치, 교환 가능)대체 불가능한 토큰(Non Fungible Token, 고유 정보와 특성이 있어서 교환 불가능)으로 진 화하면서 블록체인이 일종의 독자적 가치를 지닌 디지털 재화의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는 방식이 됐다. 이를 기반으로 누구나 디지털 재화의 창작자가 되 고 소유자가 될 수 있는 이른바 웹3.0 개념이 등장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팬 인더스트리등으로 대표되는 신개념이 신기술을 등에 업으면서 업계 의 대응도 달라졌다.



빅테크 기업들의 빅픽쳐

네이버 계열인 라인넥스트는 글로벌 대체불가토큰(NFT) 생태계 구축을 위 해 총 10개 사와 1천만 달러(130억 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ZDNET KOREA, 2022.07.13.). 야후 재팬의 소프트뱅크, 네이버, 네이버웹툰, 네이버제트, 라인게임즈, CJENM, 와이지플러스, 신세계, 해시드, 케이옥션 등이 참여해 글로벌 NFT 플랫폼 도시(DOSI)를 출시하고 IP콘텐츠 기반 NFT 사업 등을 추진한다. 라인넥스트는 다양한 IP를 보유한 콘텐츠, 유통, 게임, 엔터테인먼트 기업과 대중에게 친근한 NFT를 선보여 플랫폼을 활성화하고 소비자층을 넓힐 계획이다.

카카오도 블록체인 기술 계열사 그라운드X(NFT플랫폼 클립드롭스운영사)를 통해 NFT 대중화와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NFT얼라이언스 연합 그리드를 구 축(ZDNET KOREA, 2022.07.21.)했다. 이 전략적 제휴 연합에는 카카오게임즈,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브레인, 크러스트유니버스, 컬러버스, 어나더월드, 제일 기획, 아모레퍼시픽, SK 롯데백화점, SBS, 신한은행 등 50여 개 기업이 참여했다. 그라운드X는 각 분야의 우수 기업들을 연결해 협업 모델을 구축하고 온오프라인 커뮤니티와 이벤트 등을 추진해 실생활에서 NFT 활용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그림2>카카오 계열 그라운드X의 분야별 파트너 기업


라인넥스트의 도시가 내세운 슬로건은 나만의 가상 우주 구축이고 그라운드X의 클래이튼은 모두를 위한 메타버스 블록체인을 선언하고 있다. 어감상 다소 차이는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자신들이 제시한 가상화폐가 통용되는 가상 세계를 구축하고 실생활에서 했던 모든 경제적, 문화적 활동을 네트워크상에서 할 수 있도록 구현하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초창기 포털이 아이디와 이메일을 기반으로 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했다면, 3.0 시대에는 가상화폐와 지갑이 생태계 구축의 기반이 될 것이다. 두 회사는 누구나 손쉽게 NFT를 발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고 다수의 개발자들이 자신들이 구축한 기술 생태계 내에서 무언가를 만들고 팔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과 NFT가 플랫폼에 종속된 콘텐츠를 해방시켜줄 것이고 개인 창작자나 소기업들이 독자적이고 주도적인 방식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듯싶다. 하지만 이렇게 보고 저렇게 보아도 회사 이름과 기술을 바꾼 네이버와 카 카오로 보인다. 분명한 건 웹툰산업 내 과점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양대 플랫폼 기업이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도 그 같은 권위와 능력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란 점이다. 웹툰산업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의 욕망도 함께 얽히고 설키면서 웹툰산업 내부의 고민도 깊어졌다.



웹툰과 NFT의 행복한 조우


국내 웹툰산업 내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최초의 의미 있는 사례는 2018년 서비스를 오픈한 픽션네트워크에서 찾을 수 있다. 픽션네트워크는 1인 창작 자들이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유무형의 펀딩을 받아 작품을 연재할 수 있는 창작 생태계를 지향했다. 게임 소재 웹툰 연재 커뮤니티 플랫폼이라 할 수 있는 배틀코믹스의 배승익 대표가 주도한 프로젝트이다. 픽션은 카카오 계열인 클레이튼의 디앱(DApp)으로 화폐 단위는 픽셀이다. 개념상으로는 1)콘텐츠 창작자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제작 자금을 직접 모집하고 2)투자자와 참여자 간 스마트 계약을 기반으로 3)콘텐츠 유통에 따른 혜택과 수익을 분배하는 방식이다. 20227월 현재 일러스트, 웹툰, 텍스트, 영상, 사진 등의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700여 개의 프로젝트(작품)이 오픈마켓 형식으로 등록되어 있다. NFT 옥션 메뉴도 있으나 전반적으로 운영 중단된 상태이다. 탈중앙화된 웹툰 생태계를 꿈꿨지만 표면상으로는 달성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픽션네트워크의 기술 혁신적 도전이 대중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반면, 인기 작가를 중심으로 한 NFT 발행 이벤트는 20213월 이후 확산됐다. 웹툰 NFT 발행 붐을 주도한 작가는 네이버웹툰 연재와 유튜브 활동 등을 기반으로 셀럽 대열에 합류한 김성모였다. 한국모바일게임협회가 게임사 100여 곳과 함께 아이템버스라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김성모 작품의 NFT 발행에 대한 독점 사업권을 확보했다. 아이템버스는 등록된 게임 플레이를 통해 게임 내에서 발행한 토큰을 획득하는 방식으로 NFT 기술을 적용해 게임 간 토큰의 교환이나 게임 아이템 거래 등이 가능하게 만든 Play2Earn 기반의 플랫폼이다.


▲<그림3>픽션네트워크의 대안적 웹툰플랫폼 서비스 구조


▲<그림4>김성모 작가의 NFT


작가로서는 김성모가 첫 주자였다면 IP로서는 열혈강호가 있다. 20215월 투니플레이는 자사에서 서비스 중인 모바일 게임 열혈강호 오리진NFT 기술 기반의 카드 수집 게임으로 업그레이드한다고 발표했다. 20223월 론칭 예정인 게임 개발 계획을 사전에 공개한 것이다. 다수의 IT기업들이 NFT라는 신기술 호재를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가 포함된 것으로 읽힌다.

202110월에는 네이버웹툰 <닥터프로스트>의 완결을 기념하는 NFT가 발 행됐다. 10년 간 작업한 연재 분량 중 독자들이 뽑은 명장면을 디지털리유어스가 NFT아트로 발행하고 세계 최대 NFT 경매 사이트인 오픈씨를 통해 판매했 다. 웹툰과 NFT 기술을 결합한 다양한 방식의 상품 및 서비스 사례가 도출되면서 점점 NFT는 낯선 기술이나 어려운 투자수단이 아니라 작가와 팬이 함께 참여하는 이벤트나 소장품 판매전 같은 형식을 취하기도 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221월 인기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의 엔딩 컷을 한정판 NFT로 발행했다. 마지막 장면을 담은 메인 NFT 100개는 500클레이 코인, 최강자로 성장한 주인공의 모습을 담은 서브 NFT 200개는 100클레이 코 인에 판매했다. 움직이는 이미지 형식(GIF애니)으로 제작된 이 디지털 아트가 클 립드롭스마켓에서 판매를 개시하자 준비된 물량은 1분만에 완판되는 사건이 발 생했다. 전 세계 142억 뷰를 기록한 작품의 인기도와 폭넓은 팬덤이 작동한 결 과였지만, NFT 아트의 구매와 소장 방식 등에 대한 이해가 대중화되지 않은 상 황이라고 판단했던 시장은 빠르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카카오는 곧이어 웹툰 <빈껍데기 공작부인>NFT를 제너레이티브 아트 방식으로 만들어 시판했다. 동일한 이미지 컷에 각종 장신구 등을 무작위로 배치해 독자적인 형태와 컬러를 지닌 이미지로 자동 제작하도록 만든 방식으로 국내에서는 인기가수 선미가 시도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림5>아튜브 웹툰플랫폼 서비스 화면



작은 성과들이 만든 더 큰 기회

신규 NFT 플랫폼 또는 마켓을 기반으로 작가와 작품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시 도들이 유의미한 성과를 내면서, 웹툰과 관련된 온라인, 디지털 이벤트의 상당 부분이 NFT 방식을 취하고 있다. 연재 종료 이벤트가 NFT아트 발행으로 이어 지고 작가와의 대담 티켓이 NFT로 발행되기도 한다. 웹툰 단행본 발행을 위한 펀딩의 리워드 선물이 NFT아트 형식을 취하기도 하고 각종 게임이나 캐릭터 비 즈니스와 연계된 새로운 발행 모델 등도 제시되고 있다.

이와 함께 픽션네트워크의 선도적 도전으로 일단락됐던 블록체인 기반 웹 툰 플랫폼도 하나, 둘 재등장하고 있다. 20026월 제주시를 거점으로 한 웹툰 플랫폼 아튜브가 정식 서비스를 개시했다. 아튜브는 도전만화 형태의 오픈마켓 플레이스를 지향한다. 개념상으로는 아큐브가 발행한 토큰을 기반으로 오픈마켓에 아티스트가 콘텐츠를 게시하고 구매자와 직접 거래를 할 수 있다. 아티스트와 구매자는 지분을 거래할 수도 있고 컬렉션 편집 등의 기능을 통해 다양한 수익 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

네이버웹툰에 연재됐던 <놓지마 정신줄>의 신태훈 작가가 참여한 드래프트헙도 주목되는 NFT콘텐츠 플랫폼이다. 20227월 오픈한 이 플랫폼은 웹툰 외에 다양한 형식의 창작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기능과 구성을 취하고 있다. 팬 들의 선 펀딩 후 창작방식이어서 구조상으로는 픽션네트워크 서비스와 유사한 개념이다. 창작자가 프로젝트 계획과 비전을 설명하고 NFT 방식을 통해 펀딩 자금이 모이면 계획에 따라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그 보상과 혜택을 후원자 와 나누는 방식이다.



기존 플랫폼의 대안이 새로운 플랫폼이 되는 역설

2003년 이후 본격화된 웹툰산업이 새로운 작가를 등장시키고 코믹스 중심의 출판시장이 찾아내지 못한 소재와 독자군을 이끌어 냈다. 웹툰의 가능성에 주목 하고 이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은 이들 역시 기존 코믹스 사업자가 아니라 만화와는 전혀 상관없었던 포털서비스 기반의 IT기업이었다.

중심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거나 중심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주변의 관심과 진입은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 2022년 현재 웹툰은 한국 콘텐츠를 대표하는 형식이 됐고 세계 만화산업의 핵심 상품이 됐다. 그 사이 웹툰산업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PC웹 기반의 웹툰 시대가 스마트폰앱 기반으로 바뀌었고 다양성을 대표하던 웹툰의 소재도 독자층의 증가에 맞춰 대중성을 강조하는 장르 웹툰으로 변모했다. 소액의 원고료와 창작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지급되던 광고 수익 배분금, 단행본 인세 등의 추가 수익은 어느새 최소수익보장금과 수익배분금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고, 굳이 출판 인세 수익 등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수익배분금이 풍족해진 작가들이 넘쳐나는 상황이 됐다. 물론, 그 같은 성과를 기대하며 인고의 세월을 버텨내는 작가들 역시 많을 것이다.


▲<그림6>제너레이터 아트 형식으로 발행된 NFT


그런 탓일까? 전에 없이 다양한 유형의 기업들이 신기술이라는 저마다의 무기를 들고 웹툰산업계로 진입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기업들은 하나 같이 웹툰 산업의 문제를 지적한다. 네이버, 카카오로 대표되는 양대 웹툰 플랫폼이 웹툰 산업의 플랫폼 종속성을 강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웹툰산업의 중앙집중형 구조, 웹툰 플랫폼 비즈니스의 과점 시장 구조 등이 작가들의 자유로운 창작과 시장의 더 큰 확장성을 제한한다는 논리이다. 이는 블록체인 기술의 효용성과 NFT 플랫폼의 비즈니스 모델과 정확히 일치한다.

창작자와 독자의 직접 거래, 팬덤이 만들어낸 디지털 상품의 자산화 등은 웹툰산업이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더 많은 사용자를 찾기 위해구축한 현재의 구조(아티스트<스튜디오<프로덕션<에이전시<플랫폼)를 혁신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코믹의 대안이었던 웹툰이 어느새 NFT아트 또는 블록체인 기반의 크리에이티브 생태계의 문제가 된 것이다. 물론, 더 큰 문제는 대안을 제시한 이들 역시 플랫폼 비즈니스의 특성(양면시장, 네트워크효과, 규모의 경제, 승자독식 등)을 지녔다는 점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스타트업으로 포장된 재기발랄한 기업들의 모회사, 또는 그 기업들이 모태로 둔 기술 기반이 또 전통적 플랫폼 기업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지금 웹툰산업은 신기술과 대안적 모델을 제시하는 기업들을 학습 해야 한다. 작가도 기업가도, 정책 입안자나 투자자도. 지금 여기는 미래를 위한 거대한 한 걸음보다는 업의 본질에 충실하고 내부의 문제를 개선해가는 숙고의 시간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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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

만화평론가
재담미디어 CSO
前 한국영상대학교 만화웹툰콘텐츠과 교수
前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전략기획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