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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는 왜 웹툰을 선호하는가? OTT와 웹툰 산업에 대하여

<지금, 만화> 14호 Issue 에 실린 글입니다.

2023-04-19 최윤석

OTT의 세상, 이른바 OTT 춘추전국시대

OTT, ‘Over-the-Top’의 약자로 셋톱 박스를 거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영상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서비스를 일컫는다.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넷플릭스, 웨이브, 왓챠, 티빙, 애플tv, 디즈니+ 등이 있다. 플랫폼은 대체로 한 달 주기로 비용을 지불하면 소비자가 영상 콘텐츠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구독의 시스템으로 유지된다. 따라서 플랫폼은 양질의 콘텐츠를 계속해서 제공하여 소비자들이 구독을 해지하지 못하게 해야 하고 이로 인해 오늘날, 소비자들은 좀 더 다양하고 많은 콘텐츠를 취향별로 선별하여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여러 플랫폼 중 하나 이상 구독하는 건 이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세상. 이른바, OTT 춘추전국시대라 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과거엔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도 내보낼 수 있는 창구가 TV채널 정도로 한정적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콘텐츠가 소비자들에게 닿을 수 있는 창구가 너무나도 많다. 이러한 현상은 웹툰산업과도 연계되어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데. 안 그래도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상 콘텐츠들이 생겨나던 중 OTT 플랫폼의 다양화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상 콘텐츠 제작에 불을 붙이게 된 셈이다. 벌써 사람들이 재미있는 영화나, 드라마가 있으면 이 작품의 원작 웹툰이 있는 게 아닌지 찾아볼 정도로 웹툰으로 시작한 콘텐츠가 상당히 많아졌다. 물론,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고 해서 콘텐츠가 반드시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OTT 서비스가 웹툰 원작을 선호함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이번 글에서는 이러한 웹툰을 원작으로 한 OTT 작품들을 살펴보며 웹툰 원작을 선호하는 이유와 앞으로 OTT와 웹툰 시장에 대해 이 야기하고자 한다.

<그림1>〈스위트홈〉 Ⓒ 김칸비, 황영찬,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


세계관의 확장, 지금 우리 학교는, 스위트홈

각각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지금 우리 학교는그리고 스위트홈은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이어서 다음 시즌까지 제작을 확정하였다. 시즌을 이어갈 수 있었던 건 첫 시즌의 성공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작품적으로 본다면 웹툰에서부터 쌓아온 세계관을 통한 확장 가능한 이야기여서 이기도 하다. 두 작품은 각기 여러 매력을 가지고 있으나, 공통적으로는 아직 다 풀지 못한 이야기, 소위 떡밥이라 말하는 것들이 남았고, 그것을 열어놓은 채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러한 세계관은 계속해서 작품을 만들어내야 하는 OTT 플랫폼 입장에 서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2009년에 정식으로 연재되어 웹툰계에서 초창기 히트작 중 하나로 뽑히는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 넷플릭스를 통한 영상화가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이루어진 만큼 여러 각색을 거치게 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이러스의 기원이다. 기존 웹툰에서는 일종의 자연 발생에 가 까운 형태로 바이러스가 묘사된 것에 비해 드라마에서는 학교가 배경인 점을 더욱 살려 학교 폭력과 결부된 바이러스로 기원이 바뀌었다. 이름도 ‘HS바이러스에서 요나스바이러스로 바뀌면서 기존 원작의 틀은 유지하지만, 약간의 변형을 준 것이다. 이러한 각색은 주제를 강화 함과 동시에 원작보다 시즌제 가능성을 더 열어두기 위함으로 보인다.

스위트홈의 경우 좀 더 영리하다. 욕망을 매개로 한 새로운 크리처물이라 볼 수 있는 이 작품은 원작에서도 떡밥을 남긴 채 결말을 맞이했다. 그리고 드라마도 이와 유사한 느낌으로 진행이 되었다. 영리하다고 느낀 것은 다음 행보이다. 드라마 스위트홈는 시즌2 제작을 확정하고, 원작의 작가는 웹툰 <엽총소년>이라는 스위트홈의 프리퀄 작품 연재를 시작한다. 그리고 이 엽총소년은 단순히 프리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위트홈에서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나, 전말 등이 일부 드러나면서 세계관을 더욱 확장한다. 그 정보들은 드라마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고, 이러한 세계관의 확장은 시즌을 계속해서 만들어나갈 수 있는 명분이 된다.

 

근래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과거와 달라진 시선이 하나 있다면 그건 시즌제 혹은 후속작을 기대하게 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제작비와 리스크 관리 등의 제작 환경 문제로 아무리 재미있는 작품이어도 다음 이야기를 제작하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제작비를 투자해줄 OTT 플랫폼이 생겼고, 그로 인해 실패에 대한 리스크 또한 부담이 확연하게 줄게 되었다. 오히려, OTT 입장에서는 계속해서 콘텐츠를 만들어야 했기에 시즌제 혹은 후속작이 가능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면 더 매력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그림2>〈안나라수마나라〉 Ⓒ 하일권, 넷플릭스 드라마 〈안나라수마나라〉 


웹툰스러움에 대한 고민 사내맞선, 안나라수마나라

원작 웹툰을 영상화하는 과정에선 불가피하게 바꿔야 하는 것들이 생긴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형식이 다르다 보니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은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고민이 되는 건 얼마나, 혹은 어떤 부분에 주안을 두고 바꿀 것인지이다. 자칫하다간 웹툰의 매력을 잃거나, 혹은 애매한 작품이 될 수 있다.

웹소설, 웹툰을 거쳐 드라마까지 성공한 작품이 있다. 바로 사내맞선이다. SBS에서와 동시에 넷플릭스를 통해서도 시청 가능했던 이 작품은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 클리셰적인 장면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화제성, 시청률, 순위 등에서 좋은 결과를 끌어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이지만, 사내맞선의 성공이 의미하는 지점은 조금 신기하다. 사실 이 작품의 경우, 원작의 이야기를 많이 바꿨다고는 볼 수 없다. 오히려, 노골적으로 웹툰 원작이라는 걸 알리려는 듯 보이는 연출이나 과한 캐릭터 표현이 자주 보인다. 직설적으로 진부하거나 뻔한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래도 재미있다는 거다. 이 작품의 경, 딱 영상화에 필요한 최소한의 각색만을 하고 웹툰 본연의 매력을 그대로 영상화에 녹였다 고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보기 좋게 그 전략이 먹혔다. 뻔한 이야기를 싫어할 줄 알았으나, 오 히려 답답한 것보다 나았고, 복잡한 것보단 단순한 게 낫다는 사람들의 반응을 끌어낸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웹툰 본연의 매력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이 매번 통하는 건 아니다. 원작 웹툰 안나라수마나라는 하일권 작가의 독특한 연출이 꽤 인상적인 작품이다. 그림인지 사진인지 모를 지폐이미지와 이를 신비롭게 만드는 마술이라는 설정을 이용해 명장면을 만들거나, ‘나일등캐릭터를 주인공 시선에 의해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신선함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들은 웹툰이었기에 가능한 부분들이다. 영상화의 경우 이러한 매력을 그대로 전달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고민 끝에 드라마 안나라수마나라는 그 해답으로 뮤지컬 드라마가 되어 세상에 나온 것 같다. 웹툰에서 느낄 수 있었던 신비로움이라는 매력을 음악을 통해 재현해보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조금 아쉽다. 초반에 화제를 모으는 듯했으나, 그리 길게 유지가 되진 못했다.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겠으나, 단순히 완성도나 작품의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도 뮤지컬 드라마라는 국내에서 생소한 유형을 대중이 온전히 받아들이기는 어렵지 않았나 싶다. 이러한 유형을 쉽게 받아들이는 인도에서는 긍정적 반응이 있었던 걸 보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국내의 결과와 별개로 이러한 시도를 해봤다는 점에서는 굉장히 유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렇게 웹툰스러움을 고민하는 건 결국 웹툰 원작의 매력이 검증되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OTT는 결국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맨땅에 헤딩하듯 기획 단계부터 시작하는 건 상당히 위험하다. 반면, 웹툰의 경우 드라마와 비교한다면 저렴한 비용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뻔하더라도 재밌는 작품, 신선하지만 도전적인 작품 등 여러 작품이 포진되어 있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작의 입장에서는 흥행에 대한 걱정을 조금 줄인 채 그 걱정에 쓰일 수고를 제작 부분에 더 할애할 수 있게 된다. 그 결과로 안나라수마나라같이 새로운 시도를 하기도 하고, 뻔하지만 단순하게 재밌는 사내맞선같은 작품도 나오기도 한다.


<그림3>〈유미의 세포들〉 Ⓒ 이동건, 티빙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


보장된 매력적인 캐릭터 유미의 세포들

앞서 언급한 웹툰스러움에 대한 거라면 사실 유미의 세포들을 빼놓을 수 없다. ‘유미라는 주인공과 그녀의 세포들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원작에서부터 신박한 아이디어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드라마 또한 이러한 원작의 맛, 그러니까 웹툰스러움을 표현해내기 위해 애니메이션으로 세포들 재현에 성공한다. 이러한 시도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 시즌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장기 연재를 통한 많은 이야깃거리와 상상력을 무궁무진하게 펼칠 수 있는 세포라는 좋은 소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유미의 세포들은 앞에서 언급한 장점인 시즌제 가능성과 웹툰스러운 매력이 다 갖춰진 작품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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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작품을 이 단락에서 이야기하는 캐릭터에 대해 얘기하기 위함이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 드라마 혹은 영화가 된다고 할 때, 가장 화제 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캐스팅’. , 작품의 주인공을 누가 연기할 것인가이다. 독자들은 가상 캐스팅을 리스트업 할 정도로 이 부분에 관심이 많다. 그만큼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 속 캐릭터를 애정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실 초기 주인공 유미 캐스팅에 있어 배우 김고은은 그다지 환영받는 상황은 아니었다. 독자들이 생각한 유미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에서였다. 하지만, 김고은 배우는 연기력으로 이러한 상황을 역전시켰고, 그녀만의 유미를 만들어낸다. 이 이야기를 하는 건 단순히 연기를 잘했고, 못했고 얘기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만큼 원작 웹툰 영상화에 캐릭터와 캐스팅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원작 웹툰을 사랑하는 독자들이 캐스팅에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다. 그저 기존의 캐릭터를 해치지 않길 바라는 것이다. 그들에게 웹툰 속 캐릭터는 성격과 취향, 습관, 모습 등이 정형화된 존재이다. 그렇기에 실제로 배우들이 원작 속 캐릭터의 모습과 유사하게 보이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유미의 세포들유미는 굉장히 잘 만들어진 캐릭터다. 5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연재된 만큼 유미를 보여줄 장면과 행동들이 많고, 작품 특성상, 일상의 소소 함부터 내적 내밀함까지 보여준다. , 세포라는 요소로 강조되어 표현된다. 이렇게 잘 만들 어진 캐릭터는 제작에 상당히 용이하다. 흔히 원작을 바탕으로 영상을 만든다고 하면 스토리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론 스토리보단 캐릭터가 더 중요하다. 똑같은 이야기여도 캐릭터에 따라 전달되는 느낌이 다르고, 웹툰 독자들은 스토리가 아닌 캐릭터에 친밀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한번 잘 구축된 캐릭터는 살아있는느낌을 줄 수 있다. 쉽게 말해 신선한 스토리보다 개성 있는 캐릭터를 창조해 내는 게 더 어렵다. 그렇기에 OTT 플랫폼 입장에서는 구색 갖춘 캐릭터가 존재하는 웹툰 원작을 찾게 되는 것이다.


OTT와 웹툰산업

앞으로도 OTT와 웹툰은 계속 함께 갈 것이다. 기존의 제작사들은 물론이고, 거대 웹툰 플랫 폼들도 자체적으로 제작사를 차려 자사의 작품들 영상화에 주력한 지도 꽤 오래되었다. 그리고 우리도 이러한 OTT와 점점 더 친숙해져 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너무나도 자연스럽다. 언제 어디서든 웹툰을 보는 시대에서 더 나아가, 언제 어디서든 드라마나 영화를 볼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미 독자들에게 검증받은 세계관과 콘셉트, 스토리와 캐릭터가 있다. OTT 시장에 서 이를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물론, 원작의 유무가 성공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그렇기에 신중해야 하는 부분 또한 존재한다. 배우 캐스팅에 따라 원작 팬들의 반응이 갈릴 수도 있고, 본 웹툰의 매력을 잘못 파악하면 혹평을 받기도 쉬우니 말이다.

하지만 분명하게도 현 상황은 웹툰계 입장에서는 호재다. OTT 플랫폼들이 경쟁적으로 제 작에 나서고 있는 만큼 영상화 가능성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서로 간의 시너지를 통해 좀 더 나은 산업의 선순환 구조로 발전되길 바라본다.


필진이미지

최윤석

만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