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만화(디지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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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희의 〈기후위기인간〉: 일상에서 만나는 기후위기

<지금, 만화> 14호 '이럴 땐 이런 만화/ 기후위기 시대 속에서 보면 좋은 만화' 에 실린 글입니다. <기후위기인간>/글,그림 구희

2023-04-21 윤정선


코로나 팬데믹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한순간에 직면하게 해주었다. 수십 년 전부터 환경파괴로 인한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이제야 기후위기가 우리 앞에 닥쳐온 당장의 현실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재난영화에서나 보던 디스토피아적인 미래가 갑자기 성큼 가까이 다가온 것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지구에 사는 우리들은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행동을 여전히 멈추지 못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가 발표에 따르면, 기후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배출 농도가 2020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렇다. 지금 지구의 모습은, 이미 불꽃이 점화되어 타들어 가는 동아줄 위에서도 기어코 바비큐 고기를 먹기 위해 숯불을 피우는 형국이다.


<그림1>〈기후위기인간〉 Ⓒ 구희


일상에서 발견하는 기후위기

이러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웹툰 기후위기인간은 일상으로 소환한다. “놀랍게도 당신의 모닝커피 한 잔도 기후위기에 한몫하고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하며, 거창한 담론이 아닌, 아침에 마시는 모닝커피 한 잔,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와 포장재 등, 소소한 일상에서 기후변화의 위기를 읽어낸다.

무엇보다도 그 발견 속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가의 태도가, 의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다는 것이 웹툰 기후위기인간의 장점이다. 이를테면 화자이자 주인공인 작가는 때 이르게 불어오는 봄바람에서 기후위기를 체감했다고 고백한다. 코로나 팬데믹 2년 차에 접어들었던 지난 2021년 봄. 여느 봄날과는 다르게 유난히 빠르게 꽃망울을 터뜨린 벚꽃에서 심상치 않은 기후위기의 징후를 찾아낸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한꺼번에 같이 피어나는 꽃들이 수상한 작가는 지구의 기온이 올라가면 무엇이 바뀔까요?’라고 독자들에게 자연스레 질문을 던진다.


<그림2>〈기후위기인간〉 Ⓒ 구희


뭔가를 가르치고 계도하기보다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독자들로 하여금 스스로 각자 자신들의 일상을 들여다보게 한다. 또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상의 실천을 고민하게 만든다.

일상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작가의 실천을 그래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음식을 배달해서 먹을 때 플라스틱 포장재가 끝도 없이 나오는 현실을 경험한 작가가 좋아하는 떡볶이를 먹기 위해 집에 있는 냄비를 가지고 떡볶이집에 직접 가서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가 아닌, 냄비에 음식을 받아오는 모습이 그러하다.

플라스틱 포장재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또 조금만 불편함을 감수하면 기후 위기를 완화하는 데 일조할 수 있음을, 경험을 통해 전해준다. 4~5백 년 동안 썩지 않아 환경에 치명적인 플라스틱 포장재 소비량이 우리나라가 세계 2위를 차지한다는 사실도 알려주고, 일상에서 누구나 시도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도 보여준다.

 

기후위기는 선택의 문제다

결국은 선택의 문제라고 웹툰 기후위기인간은 말한다. 내가 살던 그대로 사느냐, 아니면 알게 된 만큼 변화하며 사느냐! 방향을 선택하는 건 전적으로 나 자신이라고. 환경을 돌보고 지구를 살리는 것이, 뭔가 커다랗고 거창한 일만은 아니라고. ‘원래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잘 보살피는 것이라고. 그게 바로 지구를 아끼는 시작일지도 모른다고,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런 진중한 메시지를 웹툰 기후위기인간은 시종일관 동글동글한 귀여운 그림체로 친근하게 표현하고 있다. ‘기후위기인간이라는 짧지만 많은 의미를 함의한 촌철살인의 제목으로!

 


필진이미지

윤정선

만화평론가
<2021 만화평론공모전> 신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