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산하 기구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이하 IPCC)는 올해 2월 28일 제6차 평가보고서 중 2차 실무그룹 보고서 《2022 기후변화: 영향, 적응, 취약성》을 간행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영향을 평가한 이번 보고서에서 IPCC는 ‘습구 흑구온도지수’에 대해 언급한다.
‘습구흑구온도지수’는 온도와 습도, 기류 등 열 중증을 유발하는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지수로, IPCC는 ‘습구흑구온도지수’가 26~29도일 경우 육체 노동자에게 위험이 있는 조건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다행히 한국은 25도 이하로 평가됐다. 그러나 IPCC는 한국이 온실가스를 급격히 줄이지 않는다면, 한국의 많은 지역이 육체 노동자들에게 위험한 지역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불어 IPCC는 기상이변이 정신적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 고온이 자살로 인한 사망 위험을 높인다는 보고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IPCC는 기상이변으로 인한 정신건강은 아동, 청소년, 노인, 기저 질환자 등 약자에게 더욱 가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IPCC의 이번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과 그 영향이 불평등함을 우려하고 있는 셈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과 그 영향의 불평등함은 경제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현상이다. ‘미국연방준비 제도’(이하 Fed)는 2021년 3월 출간된 《불확실한 기후 정책의 거시적 영향》을 통해 기후 위험이 금융 시스템에 충격을 줄 수 있음을 경고했다. 기후 재난이 부동산 붕괴를 일으키면 은행의 손실로 이어지고, 이는 대출 및 투자 축소로 이어져 급격한 자산가격 조정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Fed의 3월 보고서에서도 주요하게 언급되는 위험요인은 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위기상황에 기민하게 반응할 수 없는 변두리 외곽과 경제적 취약계층이다. 재난과 그 영향의 불평등이 경제체계의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으며, 나아가 대공황을 일으킬 재난의 맹아를 품고 있다는 지적이다. Fed 역시 기후변화는 불평등을 일으키는 요소라고 본 셈이다.
▲<그림1>〈청년혁명전〉 Ⓒ 권구민
권구민의 〈청년혁명전〉은 기후변화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웹툰은 아니다. 그런데도 ‘기후변화의 위기 속에서 보면 좋은 만화’로 추천할 수 있는 이유는 ‘재난의 맹아를 품고 있는’ 불평등이라는 요 소와 그로 인한 파국의 필연성을 날카롭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파국을 불가피한 귀결로 보고 있는 염세적 관점은 IPCC, Fed 등이 우려하고 있는 그 사태에 가깝다.
카카오웹툰 ‘파일럿웹툰 공모전’을 통해 대중에게 공개된 〈청년혁명전〉은 약자의 처지에 놓인 주 인공 ‘남창훈’이 “잃을 게 없으니 꺼릴 게 없다”는 반달리즘 동호회를 만나 겪는 일들을 그리고 있다.
〈청년혁명전〉이 품고 있는 재난의 맹아란 반달리즘 동호회를 이끄는 박재관의 말처럼 “조금이라도 개 겨보고 죽는 게 여한이 없지 않겠냐”는 것이다.
“어차피 죽을 거 그냥 꼴리는 대로 하시라”는 박재관의 말에는 〈청년혁명전〉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 리얼리티의 핵심이 담겨 있다. Fed가 변두리 외곽과 경제적 취약계층을 대공황을 일으킬 재난의 맹아로 보는 이유는 박재관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장 잘 곳과 먹을 것을 걱정해야 하는 그 들이 처한 현실에서 기후변화와 인류를 위한 조금의 절제라는 비전은 있는 사람들의 미래일 뿐이다.
▲<그림2>〈청년혁명전〉 Ⓒ 권구민
결말부에 이르러 “그냥 꼴리는 대로 하시라”던 재관의 말은 ‘국가 주요 시설을 동시에 타격, 공권력과 행정력을 무력화’하는 것으로 변해 있고, ‘조금이라도 개겨보는 것’이었던 반달리즘은 ‘구시대의 악순환을 끊어낼 것’이라는 대의로 변해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전복해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이라는 해결책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청년혁명전〉은 결말부에서 해결책 없는 혁명을 주도하는 반달리즘 동호회의 어설픈 객기와 과잉된 분노를 배경 삼아 주인공 ‘남창훈’을 “어차피 다 죽고, 다 헤어지게 되어 있다”며 이별을 선고했던 옛 연인 ‘전여진’ 앞에 세운다. ‘창훈’이나 ‘여진’이나 서로에게 할 수 있는 말이란 “이상한 때에 다시 만났네” 뿐이다. 확실하게 다가오는 파국 앞에서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무력감. 〈청년혁명전〉은 기후변화를 비롯해 파국이 불가피해보이는 시대, 그 “이상한 때”의 풍경들을 그리는 만화다.
<청년혁명전>(글/그림 권구민)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