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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산의 〈옆집 이방인〉: 전형적인 조금산 표 웹툰!

<지금, 만화> 14호 Essay 에 실린 글입니다. 〈옆집 이방인〉/글, 그림 조금산/카카오웹툰

2023-04-03 김정영


지루한 장마가 이어진다. 묵직한 빗방울과 함께 어둠이 찾아 들면 오늘도 여지 없이 핸드폰을 열고 얼마 전 연재를 시작한 조금산 작가의 옆집 이방인를 눌러 본다. 역시 묵직하고 탄탄한 그림체가 어우러진 미스터리한 스토리가 독자들을 휘어잡는다.

조금산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작품이 시동이다. 이미 영화화되어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작가의 전작 세상 밖으로를 본 독자들은 기존 작품에서 느끼지 못했던 밝은 분위기의 시동을 보면서 작가의 역량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된다. 그만큼 작가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을 확인하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조금산 작품은 개성적인 그림체가 만들어내는 묵직하고 눅눅한(?) 이미지가 좋다.

<그림1>〈시동〉 Ⓒ 조금산                                       <그림2>〈옆집 이방인〉 Ⓒ 조금산


그래서일까? 옆집 이방인1화를 보면서 기쁜 마음이 들었다. 이런 작품이 조금산 작가의 매력이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다음 화를 보기 위한 인내의 일주일을 기다려야 했다. 조금산 작가의 장점은 스토리다. 30화까지 진행된 옆집 이방인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재건축이 거론되는 동네에 살고 있는 세 모녀가 있다. 그 집 큰딸 하령은 고등학생으로 학교에서 무리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자기 생활을 꿋꿋하게 이어가고 있다. 얼마 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하령의 옆집에 미스터리한 아들과 아버지가 이사를 오게 된다. 이후 이 부자를 중심으로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이 부자의 이상한 점은 루마니아어를 사용하는 것과 항상 창백하고 하얀 피부를 지니고 있는데 입술은 유독 붉은색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들은 낮에는 활동을 하지 않고 밤에만 활동한다. “과연 이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뱀파이어가 맞는 것일까?” 아직은 초반이라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만 보더라도 잘 짜여진 구조로 독자들을 흡입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옆집 이방인스토리 라인을 보면 동시대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왕따 문제와 학원 폭력 그리고 이전의 작품에서도 등장했던 사회적인 문제인 재건축 소재까지 조금산 작가의 대표작이 또 하나 등장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처럼 조금산 작가의 스토리는 재미있기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작품의 다른 축인 그림체를 조형적으로 분석하거나 이야기한 적은 없었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산 작가의 그림체를 중심으로 분석하며 이야기하기로 한다. 그림체는 크게 캐릭터와 배경 그리고 채색으로 나누어 이야기할 수 있다.


<그림3>〈옆집 이방인〉의 캐릭터 ‘하령’

첫 번째는 캐릭터다. 웹툰에서 캐릭터는 얼굴이 중요하고 얼굴 중에서 단 하나만 꼽으라면 눈동자다. 특히 캐릭터에서 눈동자 하이라이트는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캐릭터들의 시선 방향과 성격을 드러내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옆집 이방인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눈동자에는 하이라이트가 없이 평면적인 검은 눈동자만 있다. 작가는 그럼에도 작품 속 캐릭터가 보여주고자 하는 요소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왜 그렇게 보이는 것일까? 표현된 캐릭터들을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는데, 작가는 눈동자가 아니라 눈매(눈이 생긴 모양새)를 통해 눈동자에서 원하는 캐릭터 요소들을 표현하고 있다. 이는 작가의 형태미가 잘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표현이다. 형태미는 반복되는 작화 연습을 통해서도 가능하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타고나야 가능하기도 하다. 작가의 세상 밖으로, 시동, 바퀴벌레등 전작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기본적인 형태 미를 지닌 작가로 볼 수 있다. 웹툰 시장이 커지면서 많은 웹툰 작가들이 데뷔하고 활동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형태미를 지닌 웹툰 작가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 다. 그런 면에서 보면 조금산 작가는 형태미를 잘 표현하는 작가로 볼 수 있다. 형태미는 캐릭터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이 옆집 이방인캐릭터에서도 잘 표현되고 있다.


 <그림4>〈옆집 이방인〉의 학교(좌)와 골목(우) 배경 이미지 표현

두 번째는 배경이다. 배경은 캐릭터가 존재하는 공간이다. 독자들은 저마다 처한 위치와 경험에 따라 자신을 웹툰 캐릭터와 동질화 시키면서 작품에 몰입한다. 그래서 웹툰 속 배경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된다. 특히 현실적인 배경일수록 독자들의 공감지수는 빠르게 상승한다. 옆집 이방인에서 드러나는 주된 배경은 학교와 동네다. 학교는 학생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다. 주로 배움의 공간이 학교지만 누군가에게는 공포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공포의 출발은 왕따 문화에서 시작된다. 슬픈 일이지만 이것이 우리 학생들이 마주하는 현실이다. 하지만 하령은 이 현실에 꿋꿋하게 맞서고 있다. 또 다른 배경은 동네다. 집들이 모여 있고 사람들이 생활하는 곳이다. 가족들이 함께하는 곳이기 때문에 안전이 중요하다. 그래서 낯선 이방인이 동네로 들어오면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런데 동네에 탐욕이 넘쳐나는 재건축이라는 이슈가 더해지고 이는 동네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옆집 이방인안에서 학교와 동네라는 공간은 현실적이지만 사회적 이슈가 만들어지는 배경이 된다. 이 작품 안에서 배경은 사실적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모습, 동네를 지나는 자동차와 골목 풍경 등은 지금 우리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고 그대로 작품 속 배경이 된다. 이러한 배경 그림체는 독자들에게 현실감을 느끼게 하고 작품에 몰입하도록 도와준다. 옆집 이방인의 배경은 단순하게 배경으로만 끝나지 않고 작품 전반에 걸쳐 긴장과 이완을 만들어 주는 공간으로 존재한다. 특히 스토리를 이어 가는 사건이 일어나는 배경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차지하고 있다. 작가는 이를 사실적으로 접근하며 그려내고 있다. 그래야 이 작품이 더 현실적인 작품이 되기 때문이다


<그림5>〈옆집 이방인〉 ‘하령’의 엄마와 여동생

세 번째는 채색이다. 채색은 작품의 시각적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채색의 조형성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은 명암과 채도 그리고 색상이다. 이 작품에서는 전반적으로 밤이 주된 배경이기 때문에 어두운 색상을 유지하고 있다. 더불어 낮은 채도와 탁색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색 배합은 독자들에게 차분한 이미지를 전달한다. 하지만 작품과 잘 맞지 않으면 힘없는 그림체가 되기도 한다. 작가는 이를 명암의 강한 대비로 적절한 균형과 긴장감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러한 예는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얼굴 채색에서 확인할 수 있다. 머리색은 100% 먹색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고 피부색은 상당히 밝으면서도 저채도로 채색함으로써 강한 대비를 주고 있다. 이러한 대비는 저채도와 탁색이 주는 모호함에 긴장감을 주는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전하고 싶은 판타지와 드라마를 이러한 채색을 통해서 효과적인 이미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처럼 옆집 이방인은 조금산 작가의 사회적이고 현실적인 주제를 다루는 전형적인 조금산 표 웹툰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그림체가 지니고 있는 캐릭터, 배경, 채색이 지닌 조형적인 요소들은 작가의 스토리와 맞물려 독자들에게 강력한 흡입력을 이끌어낸다. 이러한 요소들이 작가의 개성을 만들고 작품성을 만들어준다. 조금산 작가는 작품 경력에 비해서 독자들에게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조금산이라는 필명이 동명의 조금산이라는 개그맨을 좋아해서 만들었다는 것과 1983년생이라는 것 정도다. 조금산 작가는 은둔형으로 작품 생활을 하는 작가로 볼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 작품 활동을 하는지는 오롯이 작가가 결정할 몫이다. 중요한 것은 작품의 수준이다. 조금산 작가의 작품을 보면 스토리 전개나 그림체의 완성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가의 다양한 고민과 노력 속에 만들어지는 결과물이어서 메시지도 가볍지 않고 현실적이다. 틀림없이 웹툰은 허구다. 하지만 우리는 웹툰을 볼 때만큼은 허구가 아닌 현실을 마주한다. 그래서 우리는 현실을 마주하기 위해 조금산 표 웹툰을 기대하게 된다. 오늘도 지루한 장마는 끝나지 않았고 독자들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옆집 이방인의 결말을 기대하며 설레는 일주일을 또 기다린다.



 옆집 이방인(글/그림 조금산) 보러가기


필진이미지

김정영

연성대학교 웹툰만화콘텐츠과 교수
문화기획자, 컨템퍼러리 아티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