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히어로는 평소에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슈퍼히어로는 어떤 사람일까? 영화 속에선 악당을 물리치는 정의로운 용사로 나 쁜 외계인들로부터 지구를 구하고 핵전쟁을 일으키는 전쟁광을 없애 는 대단한 곳에서 슈퍼히어로가 등장한다. 하지만 슈퍼히어로는 우리 주변에 항상 존재한다. 불난 곳에 등장하는 소방관 아저씨, 퇴근길 갑자기 찾아온 심정지 상태로 쓰러진 사람을 어디선가 나타나 극적으로 살려낸 간호사, 무거운 폐지를 이끌고 올라가는 할머니 수레 를 뒤에서 밀어주고 무심히 가는 옆집 아저씨, 길에 흘린 지갑을 주 워 찾아주는 아줌마까지 모두 우리들의 영웅들이다. 꼭 나라를 지키거나 지구를 지켜야 히어로일까? 히어로에 크고 작음이 있을 수 있 을까? 평범한 우리가 누군가의 슈퍼히어로가 되고 싶을 때 볼 만한 웹툰을 추천한다.
▲<그림1>〈급식아빠〉 Ⓒ 김재한
40대 가장이 우연히 여러 명이 약한 친구를 괴롭히는 고등학생들 을 본다면 대부분 애써 못 본 척 지나가며 ‘10년만 젊었어도…’ 란 말을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것으로 스스로를 위안삼고 만다. 하지만 그렇게 당하는 학생이 내 아이라면? 그렇다면 어떤 악당의 무리가 있더라도 현장으로 뛰어들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이 현실로 벌어진다면 어떨까? 이미 생활과 술에 찌든 40대의 몸으로 상상처럼 멋진 격투기와 엎어치기로 10대 무리를 물리치고 내 아이를 구하는 영웅이 될 수 있을까? 웹툰 〈급식아빠〉는 그 문제를 사고로 죽은 본인의 영혼이 고등학생 몸으로 빙의 되어 딸을 구하러 가는 것으로 설정했다.
물론 그렇다고 원래 운동하고 거리가 멀던 영혼과 싸움보단 공부에 특화된 고등학생의 방의된 육체는 생각처럼 멋진 영웅이 되진 못한다. 그러나 살면서 쌓아오는 경험과 현실감각으로 일진들을 물리치기 시작하며 규모가 커진 그들과 상대할 때는 주인공과 같은 이유로 빙의된 다른 영혼 아빠와 협력하는 방법으로 조금씩 자녀들의 슈퍼히어로가 되어간다. 결국 딸 을 괴롭히던 일진들의 무리들을 다른 영혼과 일망타진을 했으나 그 후로도 다른 조직이 재건되어 다시 괴롭힘이 시작되는데 이젠 아빠들의 영혼이 아닌 자녀들 자신의 힘으로 학교 일진들의 행패를 직접 막아서기 시작한다.
또 하나 이 웹툰의 숨겨진 관점 포인트가 있다. 이는 보는 연령층에 따라 다르게 보이겠지만 웹툰 주인공 ‘아빠’ 시각과 같은 독자의 시각으로 봤을 때 ‘아빠’들이 젊은 층들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웹툰 속 아빠들이 독자들 대신 말해 주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웹툰 속 ‘아빠’가 슈퍼히어로 활약하지만, 이 웹툰을 보는 독자들에게도 ‘슈퍼히어로’가 되어 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림2>〈이번 생도 잘 부탁해〉 Ⓒ 이혜
어린 유치원생이 있고 그를 중심으로 은밀한 암투가 벌어지고 있는 한 재벌가가 있다. 일찍 엄마를 여인 이 아이는 고독하게 자라고 있는 ‘서하’다. 어느 날 이 아이에게 슈퍼히어로 같은 존재가 나타나는데 바로 12살 ‘윤주원’이다. 윤주원은 남들과 아주 특별한 점이 있는데 바로 전생을 기억하 고 있다는 것! 그것도 18번이라는 것이다. 인생 18회차를 사는, 12살이지만 어른 같은 주원은 어려운 일도 척척 해결해주고 걱정을 해결해주는 서하의 히어로가 되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사고로 주원이 세상을 뜨게 되고 자신의 히어로를 잃어버린 서하는 사람을 사랑으로 대하지 못하는 채 살아가게 된다. 시간이 흐른 후 주원에게 이상한 여자가 나타나는데 바로 전생의 기억을 갖고 다시 돌아온 주원이다. 물론 지금 생의 이름은 ‘반지음’으로 서하가 운영하는 호텔의 직원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반지음은 이제는 달라진 서하 곁에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주며 히어로가 되기 시작한다. 마치 어릴 때처럼. 하지만 서하에게 반지음은 그저 ‘이상한 여자, 하지만 왠지 모르게 편안한 여자’로만 인식 되어간다. 가끔 윤주원의 모습이 반지음에게 보이곤 하지만 그럴 리 없다. 아니 오히려 그 모습이 보이 는 것조차 싫다. 반지음은 그런 서하를 보며 인생 19회차라는 비밀을 간직한 채, 그의 주변에서 그를 지켜준다. 그리고 그 자체에 만족하며 서하에게 숨은 슈퍼히어로가 되어준다.
내가 대단하지 않아도, 거창하지 않아도, 어느 날 누군가의 슈퍼히어로가 되고 싶다면 위 두 웹툰을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