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만화(디지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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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다, Bill K, 신노아의 〈SSS급 죽어야 사는 헌터〉: 영웅(히어로)이란 무엇인가? 영웅의 본질에 대하여

<지금, 만화> 15호 '이럴 땐 이런 만화/ 슈퍼히어로가 되고 싶을 때 읽는 만화' 에 실린 글입니다. 글, 신노아, 각색 네이다, 그림 Bill K

2023-05-19 김경훈


영웅(히어로)이란 단어는 언제나 우리들을 떨리게 한다. 우리들은 언제나 영웅에게 열 광할 준비가 되어 있고, 때로는 스스로가 그런 영웅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시대를 정의하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미디어컬처에 한해 21세기 초반은 영웅들의 시대라 칭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 다. 대중들이 즐기는 수많은 미디어컬처에서 각양각색의 영웅 서사가 등장했으며(그 대표적인 예는 마블, 한국에서는 헌터물이 아닐까?), 그 열기는 지금도 여전하다.

<그림1>〈SSS급 죽어야 사는 헌터〉 Ⓒ 네이다, Bill K, 신노아


다만 최근 영웅서사들을 보면서 생기는 일말의 아쉬움이 있는데, 바로 영웅이라는 존재에 대한 고민이 부재한다는 것이다. 적당한 우연과, 적당한 고뇌, 그리고 적당한 정의를 행사하는 영웅들이 어느새 주류가 되어버린 것이다. 영웅서사의 본질이 인간 존엄 회복과 본질적 비극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을 상기해본다면, 우리가 미디어컬처를 통해 접하고 있는 영웅들의 이야기가 과연 근본적인 부분에서 영웅들을 다루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SSS급 죽어야 사는 헌터는 매우 흥미로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전형적인 양판소(양산형 판타지 소설)형 제목만 제외한다면, 이 작품은 영웅이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본질적 질문과 이 질문의 답을 갈구하는 영웅이 되고자 하는 인물의 모습이 핍진성 있게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SSS급 죽어야 사는 헌터의 내용은 매우 간단하다. 어느 날 인류의 눈앞에 미지의 탑이 등장하고 그 탑을 등반하기 위해 현실에서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이들이 그 탑으로 향한다. 주인공인 김공자 역 시 마찬가지. 작품은 하잘것 없던 고아인 F급 헌터 김공자가 탑 최고의 영웅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 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영웅에게 필요한 근본적인 부분을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 최선을 이루었다곤 말할 수 없어도 최선을 다하여 살았다고는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자들. (중략) 그밖에 수없이 많은, 정말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 이런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삶을 살고 싶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을 지키고 싶다 (중략) 냉소로 일관하거나 비열한 수작으로 소일하지도 않고 그저 순수하게 이들을 인정하며 이들에게 인정 받고 싶다.”

<그림2>〈SSS급 죽어야 사는 헌터〉 Ⓒ 네이다, Bill K, 신노아


32화 중 위의 문장은 SSS급 죽어야 사는 헌터의 영웅관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대사라고 할 수 있는데, 주인공인 김공자가 진정 영웅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그가 결코 특별하지 않은 이들에게 인정을 받으려고 하며, 그들을 인정한다는 점 이다. 영웅이란 특별한 존재임은 맞지만 그 특별함이 그를 영웅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이는 김공자의 안티테제라고 할 수 있는 작중 악역 염제 유수하를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본래 죽음을 거스를 수 있는 능 력은 유수하의 능력이었으나 유수하는 그 능력으로 영웅이 되기보단 악당이 되었다. , 능력이 영웅을 만드는 필요조건일 수는 있으나 필수조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나의 죽음을 통해 타자를 구원하고자 하는 대속의 의지, 타자를 나와 같은 눈높이 로 볼 수 있는 휴머니티야말로 영웅의 근본적인 조건임을 SSS급 죽어야 사는 헌터는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들은 가끔 영웅이 되길 꿈꾼다. 하지만 과연 영웅이 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남보다 특별한 능력을 통해 우월해지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구분을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영웅이 된다는 것은 어쩌면 SSS급 죽어야 사는 헌터의 김공자의 이야기처럼 타자를 위해, 그리고 책임을 위해 지옥에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닐까?


필진이미지

김경훈

만화평론가
2020 만화·웹툰 평론 공모전 신인부문 우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