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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어 올림푸스〉의 아이스너 어워드 수상의 의미와 해외 시장 확장의 가능성

2022년 11월에 발간된 <지금, 만화> 16호 Issue에 실린 글입니다. 기고 이후 해당 이슈와 관련된 여러 상황들은 변화하였을 수 있습니다.

2023-06-26 최윤석

〈로어 올림푸스〉의 아이스너 어워드 수상의 의미와 해외 시장 확장의 가능성

하나의 시장은 성장에 있어 자연스러운 흐름이란 게 존재한다.

처음엔 산업 자체가 자리잡는 것을 목표로 활발하게 생산과 소비가 이뤄지고, 기본적인 산업의 형태와 수익구조가 정해지면 경쟁력 있는 생산을 통해 산업을 대표하는 물건(콘텐츠) 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결과들은 그 산업의 시장 확대로 이어진다. 물론, 이러한 흐름은 딱딱 순차적으로 일어나기보다는 동시다발적인 경우가 많고, 시장의 확대는 끊임없이 일어나는 현상이다.

오늘날, 우리가 웹툰이라는 부르는 콘텐츠의 산업도 이러한 흐름을 겪어 아주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한때는 ‘Web() + Cartoon(만화)’의 합성어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그 자체로 대명사가 되어, 이제는 명실상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웹툰은 영화, 드라마와 같은 산업과 더불어 사람들에게 대중적으로 알려진 지 오래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상화는 이제 보편화된 작업방식으로 자리를 잡았고, 웹툰 작가들이 공중파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일도 꽤 자연스러운 현상처럼 보인다. 또한 한 예능 프로에서는 웹툰 속 캐릭터를 이용해 퀴즈를 내기도 한다.

▲<그림1> 레이첼 스마이스 작가의 〈로어 올림푸스(Lore Olympus)〉와 아이스너 어워드


지금에 이르기까지 정말 많은 과정이 있었다. 하지만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웹툰 플랫폼들도 경쟁 끝에 사라지고, 네이버웹툰과 다음 카카오페이지로 대표되는 거대 두 기업 아래 어느 정도 시장 구조가 정리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 두 기업이 단순히 국내에만 만족하지 않으려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앞서도 말했듯 시장의 확대는 끊임없고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이니까 말이다.

 

해외 시장 공략의 성과, 로어 올림푸스의 아이스너 어워드 수상

우리는 어떠한 성과를 이야기할 때, 가장 이해하기 쉽고 보편적이게 수치를 예로 많이 든다. 쉽게 말해 조회수나 수익이 가장 성과를 보여주기에 직관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 그 수치적 성공의 예로 글로벌 누적 조회수 12억 뷰를 돌파한 네이버웹툰 영어 서비스의 오리지널 웹툰이 있다. 그런데 이 웹툰은 단순히 조회수적인 성과만 보인 것이 아니다. 수치 다음으로 성과를 이야기하기에 좋은 것이 바로 명예인데, 그 명예를 가져다주는 만화상을 수상했다.

바로 로어 올림푸스(Lore Olympus)가 만화계의 아카데미 상으로도 꼽히는 아이스너 상을 받은 것이다. 20227월 베스트 웹코믹(Best Webcomic) 부문으로 말이다. 그뿐 아니다. ‘올해의 디지털북(Digital Book of the Year)’ 부문으로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해서 미국 하비상을 2년 연속 수상하였고, 미국 링고상(Ringo Awards)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아이스너 어워드는 미국 만화의 거장 윌 아이스너(Will Eisner)의 이름을 따 1988년에 탄생한 미국의 대표 만화 시상식이다. 그리고 하비상과 링고상 어워드 또한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시상식으로 그러한 곳에서 수상하거나, 후보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그림2> 〈로어 올림푸스〉의 2022 미국 하비상 '올해의 디지털북' 부문 수상 트로피


로어 올림푸스는 뉴질랜드 출신 레이첼 스마이스 작가의 작품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지하 세계의 왕 하데스와 풋내기 여신 페르세 포네의 판타지 로맨스를 담았다. 이 작품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작가가 뉴질랜드 출신이기에 일단, 작품 내에서 표현되는 감성이 국내 작품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 가장 직관적으로 보이는 그림체부터 당연하게도 우리에게 익숙한 화풍이 아닌데, 그것이 부정적인 느낌을 주기보다는 대체로 신선하면서도 색다른 느낌을 준다. 그중에서도 채색의 색감은 유독 독보적이다. 캐릭터 자체를 아예 색으로서 구분지어 표현함으로써 인식하기 더 용이하게 하고, 그 색감을 이용해 감정선을 표현하기도 한다. 감정선 자체도 이 작품의 크나큰 매력 중 하나다. 주인공 페르세포네는 풋내기 여신인데, 현대적으로 각색되어 대학생으로 묘사된다. 그리고 아직 어린 그녀가 겪는 사건에 따라 표현되는 심리묘사가 사실 적이고 몰입감 있게 표현된다. 그리고 그리스·로마 신화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부분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 요소 중 하나다.

이렇게 로어 올림푸스는 오락성과 작품성이 뛰어난 작품이다. 다시 말해, 앞서 언급한 만화상을 수상하기에 부족함 없는 작품이라는 말이다. 이러한 수상은 웹툰 시장에 있어 굉장히 긍정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강조하는 것은 혹자는 의아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 작가도 아닌 외국 작가 작품의 수상이 우리 웹툰 시장에 좋은 것인지. 혹은,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상을 받는다는 게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우선, 알아보기 위해선 로어 올림푸스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알아봐야 한다.


네이버웹툰의 해외 공략 전략과 플랫폼의 역할

로어 올림푸스의 작가 레이첼 스마이스는 네이버웹툰의 해외 도전만화 시스템인 캔버스(CANVAS)’를 통해 데뷔했다. 캔버스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개념인데 바로 국내에서 아마추어 작가들이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게 만들어놓은 공간인, 도전만화를 글로벌 시장에 맞게 만든 것이다. 결국 해외 아마추어 작가들을 위한 창작 공간인데 현재는 82만여 명의 창작자들이 모여 거대한 창작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 작가를 발굴하기로 한다. 국내 웹툰을 각 나라에 맞게 번역하여 독자를 만나게 하는 것은 가능하고, 현재도 진행하고 있는 일이지만, 분명 나라나 지역에 따라 정서적인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고 이러한 차이는 작품의 재미와 별개로 받아들이는 부분에 있어 다른 지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아무리 잘된 번역이라 하더라도 그 언어의 말맛은 완전히 전달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하지만 현지 작가를 발굴하여 작품을 만든다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물론, 반대로 국내로 들여올 때 마찬가지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만, 국내에는 이미 많은 작품이 있다. 현지 작가의 작품을 번역하여 국내에서 연재할 때, 인기 있는 몇 작품만 진행해도 문제될 것은 없다. 오히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정서적 차이를 이해하고 앞으로의 작품을 기획하거나 제작할 때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이제 여기서 주목해야 할 건, 발굴했다의 의미다. 쉽게 말한다면 분명 웹툰을 만들어내 는 건, 레이첼 스마이스이지만, 이 작품의 투자와 프로듀싱을 담당하는 게 네이버웹툰인 만큼 로어 올림푸스는 네이버웹툰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작가와 작품의 가치를 알아보고 세상 밖으로 꺼냈다는 점에서 발굴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아이스너 어워드 수상의 영광은 작가와 작품에게도 있지만, 이를 발굴해낸 플랫폼에도 일정한 부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로어 올림푸스가 웹툰이라는 거 자체도 큰 의미가 있다. 아이스너 어워드에서 작품이 수상한 부문은 베스트 웹코믹이다. 이는 한 해 동안 연재된 온라인 만화 중에서 최고의 작품을 선정한 것인데, 세로 스크롤 웹툰 장르로는 로어 올림푸스가 처음이다. 단순히 온라인에서 연재된 만화 중 하나가 아니라 엄연히 우리가 웹툰이라고 인식하고 정의한 웹툰 작품으로서 수상을 한 것이다. 웹툰은 그 특유의 세로 스크롤 방식과 연출로 자리매김한 문화콘텐츠이다. 이제는 한국의 만화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용어인 만큼 이 웹툰 작품이 수상했다는 것 자체가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계기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리고 이는 교두보의 역할로서도 상당히 고무적이다. 처음이 있다면 다음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 국내 작가가 만든 국내 작품이 해외 만화상을 수상하는 일이 이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만은 아닌 셈이다. 실제로 이번 아이스너 어워드 후보에는 훈(HUN), 지민 작가의 나빌레라가 있기도 했다. 그러한 만큼 앞으로 전 세계적으로 웹툰이 더 알려질 기회가 많다고 볼 수 있다.


권위 있는 어워드에서의 수상의 의미.

여기서 얘기하고 있는 상은 흔히 작가를 데뷔시키기 위해 주어지는 상이 아니다. 작품을 만든 작가에게 수고했다는 의미와 함께 당신의 만든 작품이 이러한 부문에 있어 훌륭하단 말을 건네는 것이다. 그러므로 각종 국내외 만화상에서 수상을 한다는 건, 어쩌면 작가 개인 입장에서만 본다면 보람의 영역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화적인 측면에서 이러한 수상은 얼마나 문화가 발전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척도가 된다. 쉽게 우리가 기생충이 권위 있는 해외 영화제에서 작품상 수상했을 때를 떠올려보면 된다. 자연스레 우리나라의 문화가 이만큼이나 성장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지점이 되지 않았나.

같은 맥락으로 많은 사람이 인정한 어워드에서 작품이 수상하는 건, 작품의 가치를 확인시켜주는 행위임과 동시에 그러한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는 걸 국내외적으로 증명한 셈이다. 그 증명은 이후 작품에 대한 기대와 함께 가능성을 열어놓는 작용을 하고, 그렇게 열린 가능성을 향해 수많은 작가를 필두로 한 산업 인력들이 달려듦으로 문화는, 또 산업은 조금씩 더 성장해 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단순해 보이는 이 수상은 큰 의미를 지닌다. 아이스너 어워드는 세계적으로 권위가 있기에 사람들은 네이버웹툰에서 로어 올림푸스같은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이는 더 많은 해외 시장으로부터 관심을 끌어모을 수 있는 효과적인 마케팅 요소로 작용될 것이고, 그것은 해외 시장 확대로 이어질 것이다.

정리하자면, 앞서 말한 대로 이 수상은 기반과 가능성을 보여준 플랫폼인 네이버웹툰에 큰 의미가 있다. 어떤 작품이 수상했는지는 물론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이러한 수상작을 발굴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플랫폼으로의 역할을 제대로 보여줬으니 말이다. 앞으로의 웹툰 시장은 특히, 해외 시장 확대에 있어서만큼은 플랫폼의 역할이 더더욱 커질 것이다.

 

해외 시장 확대와 앞으로의 방향성

인터넷이라는 매개로 세상은 거의 연결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한 시대다. 그런 만큼 문화와 콘텐츠의 중요성은 날로 강해지고 있다. 각종 영화와 드라마가 앞에 ‘K-’를 붙인 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일들이 잦아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웹툰도 점점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웹툰을 보는 해외 독자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고, 수익적인 측면에 서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건 이러한 실적에 비해 국내에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지고,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만화 시장에서 권위가 있는 아이스너 어워드의 수상 소식이지만, 과연 이 소식이 국내에는 얼마나 알려졌을까. 과연, 안다고 해서 대단하다고 생각할까.

▲<그림3> 영화 〈기생충〉 포스터


분명, 과거에 비한다면 웹툰은 많이 알려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그 한계가 명확해보인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상화 작품이 많이 나오는 것은 좋지만, 그저 영상화 작품의 원작 웹툰이라는 것으로 끝나지 않아야 한다. 웹툰은 웹툰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 있고, 가치가 있는 콘텐츠이다. 그렇기에 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확대를 위해 플랫폼의 역할을 극대화하는 한편, 국내적으로도 시장을 활성화할 방안들이 많이 나올 필요가 있다. 단순한 마케팅이 아닌 산업적으로 작품의 제작을 돕는 웹툰PD에 대한 조명이나 시상, 이와 마찬가지로 웹툰 평론가들이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는 장이나, 시스템 등을 통해 국내 웹툰 시장의 내실을 좀 더 다듬는다면 자연스레 해외 시장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거라 본다. 그리고 이후에도 많은 작가의 작품이 각종 어워드에서 수상하는 날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필진이미지

최윤석

만화평론가